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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매오 Jun 25. 2020

시몬스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침대 브랜드의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저 컬러 좀 보세요. 칠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쩐지 약간 빈티지 느낌 나지 않아요?




시몬스가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SIMMONS HARDWARE STORE’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상호에서는 마치 성수동 터줏대감인 듯 자연스럽게 구는 여유로운 태도가 느껴집니다. 창립 150주년을 맞은 시몬스는 앞으로 어떤 감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 나갈까요. 전 여기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몬스가 나아갈 길


먼저 짚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올해 초 시몬스는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manners maketh comfort)’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영상 두 편을 선보였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남자가 제재 당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스토리죠. 직관적이지 않은 메시지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으나 주간 TV광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시몬스 몽둥이로 참교육




해당 광고는 시몬스의 브랜드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시몬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침대’라는 ‘제품’에서 ‘편안함(Comfort)’이라는 ‘가치’로 확장하는 것이죠.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듯, 현재 시몬스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글은 ‘당신이 꿈꾸던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19가 만든 팝업스토어 매너(근데 워낙 좁아서 어차피 많이 못 들어감)




성수동의 맥락을 빌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었죠. 공장 지대에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변모해 나가는 이곳의 맥락이 시몬스의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알리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토어 자체의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협소한 공간 탓에 한 번에 최대 4인까지만 입장할 수 있어 매장 앞에 줄을 선 채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해요(조금 빡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인증 사진이 수없이 올라옵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의 마케팅 포인트


스토어의 상징적인 인테리어 포인트는 큼지막한 상호입니다. 스토어 전경을 찍은 메인 사진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역이죠. 각지고 거친 질감의 서체지만 빨간 색깔에 입체감이 더해져 어딘가 부드럽게 느껴집니다(대충 힙하다는 얘기). 실제로 인스타그램 인증 사진 대부분이 이 상호예요. 외부만 둘러보고 간 사람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기다려서 매장 내부에 들어가본 사람도 ‘인증’을 하기엔 상호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시몬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퍼왔어요. 진짜 이쁘죠?



어쩔 수가 없어요. 여기밖에 찍을 데가 없거든요.




그럼 굳이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될까요? 그럴 리가요(기다린 게 억울해서라도 정신 승리해야겠다). 방문자는 엽서와 스티커를 각각 2종씩 고를 수 있으며 프랑스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이 드로잉한 한정판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받을 수 있어요. 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 사진을 올리면 뽑기를 통해 지우개나 호루라기 같은 소품을 가져갈 수도 있고요.






판매 품목 구경하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어요. 점프수트, 케이블 타이, 스패너 같이 ‘이걸 왜 팔아?’ 싶은 물건뿐만 아니라 여러 패션 아이템, 문구류 등의 라이프스타일 굿즈까지 알차게 모아놨거든요. 아니 사실, 시몬스에서 침대 말고 다른 걸 파는 거 자체가 특이하긴 하죠. 모자와 목장갑, 줄자 등은 과거 시몬스의 배송 기사가 썼던 제품을 재현한 건데요, 브랜드의 역사를 의미있게 전달하는 수단인 셈이죠.






좁은 공간, 넓은 브랜드 경험


공간과 경험이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떠올랐어요. 사실 이 말도 이젠 좀 식상하죠? 둘은 강하게 연결돼 있어요.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브랜드 가치를 방문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러한 접근이 잘 이뤄지면 방문자는 브랜드에 대한 사업적 차원의 친밀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방문자를 소비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실용성 이상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말이죠.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6월 28일 이후(헐 이번 주까지네) 경기도 이천의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로 자리를 옮겨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소셜라이징(Socializing)’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어요. 공간은 좁지만, 창립 1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는 시몬스의 자세를 엿보는 데에는 부족함 없는 넓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구경하기에 나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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