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나의 욕망 순환
“지겨움.”
이 단어는 어쩌면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물건, 집 가구 배치, 머리 스타일… 세상의 모든 것이 주기적으로 ‘새로워져야만’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변화는 잠깐의 생기를 주지만, 그 달콤함은 찰나에 불과하다. 익숙함이 다시 찾아오면 ‘지겨움’이라는 짙은 회색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나는 또다시 다음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돈 낭비와 시간 낭비의 순환 고리에 갇히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마흔 즈음에 읽은 쇼펜하우어의 책에서 나와 닮은 구절을 발견했다. 인간은 욕망 덩어리이며, 하나의 욕망이 충족되면 곧 무덤덤해지고, 또 다른 욕망이 생겨나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를 ‘기기 변경의 욕망’이라 표현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어, 난데…” 하고 웃음이 나왔다.
계속 바뀌는 휴대폰, 잦은 가구 배치로 인해 찢어진 장판과 삐딱해진 가구들, 두 달에 한 번씩 반복되는 파마와 매직… 이 모든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바꾸려 하는 걸까.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활력소를 주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 이 모든 현상은 결핍에서 비롯된 욕망을 잘 다스리지 못한 결과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도 결국 외적인 것에 행복의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내면의 행복감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외부의 자극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처음엔 반짝이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엔 죄책감과 허무함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조금씩 방향을 바꾸려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 봤자 그 행복감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엔 돈 낭비했다는 자책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쓰기라는 새로운 욕망을 통해 내적으로 욕구를 채워보려 한다. 외적인 변화가 아닌, 내면의 확장을 위한 시도.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만족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