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물든 손톱 위에 얹힌 마음

by 순진한 앨리스

어린 시절, 대구에 사는 동갑내기 사촌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여름날이었다. 우리는 마당에 앉아 봉숭아 꽃잎을 찧고, 손톱 위에 올려 비닐로 곱게 감싸며 봉숭아 물을 들이고 있었다. 그 시절엔 그런 놀이 하나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친구는 비닐을 자르다 손가락을 다쳤다. 놀라움도 잠시, 고모가 다가와 약을 발라주고 손가락을 예쁘게 감싸주셨다. 정확히 어떻게 묶어주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내 눈엔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부러워 보였다. 상처보다 그 ‘예쁜 감싸짐’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도… 일부러 손가락을 다치게 했다.

하지만 그때는 고모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옆에는 큰집 할머니만 계셨다. 할머니는 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치료해 주시고, 휴지를 대고 봉숭아 물을 감싸려던 비닐을 칭칭 감아주셨다.

그 순간, 나는 내 손가락을 바라보며 괜히 짜증이 났었다. 친구의 손가락은 예쁘게 감싸져 있었는데, 내 손가락은 어딘가 어설프고 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저 따라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결과는 마음처럼 예쁘지 않았다.

나보다 뭐든 잘하는 사촌 친구가 부러웠던 나는, 똑같아지고 싶어서 따라 했을 뿐인데, 결국 ‘예쁨’과 ‘투박함’으로 갈려버린 결과에 더 주눅이 들었다. 예쁜 것에 대한 동경,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 시골 소녀의 낮은 자존감… 그 모든 감정이 봉숭아 물든 손톱 위에 고스란히 얹혀 있던 그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