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차니즘의 대가 1

그냥 다이소 갈껄

by 순진한 앨리스

나는 귀차니즘이 심하다.
미룰 수 있으면 미룬다.
꼭 해야 하는 일은 바로 하지만, 웬만한 건 미룰 대로 미뤄서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집안이 엉망이든 말든 그냥 둔다.
그게 나다.
어느 날, 다이소에 갈 일이 생겼다.
급하게 필요한 건 아니었고, 메모장에만 적어두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이틀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감기에 걸렸다. 퇴근 후 병원에 들러야 했는데, 마침 그 근처에 다이소가 있었다.
‘진료 끝나고 약 타고, 다이소까지 가자.’
마음먹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타고 나왔다.
이제 다이소만 가면 됐다.
그런데… 다이소는 반대편 길을 건너
조금 더 내려가야 했다.
그게 너무 귀찮았다.
약국 근처 마트 위에 DC할인매장이 있었다.
거기도 다이소처럼 이것저것 파는 곳이었다.
‘여기도 싸겠지.’
그냥 그곳으로 향했다.
물건 몇 개를 골랐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총액이 4만 원 가까이 나왔다.
하나하나 가격이 다이소처럼 싸지 않았다.
그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다이소 갈걸…’
이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만원 이상은 더 쓴 것 같다.
다이소까지의 거리는 고작 300미터. 하지만 귀차니즘 나에게는
마치 히말라야 등반처럼 느껴진다.
귀찮음을 선택한 대가.
작지만 확실한 손해.
우리는 늘 효율을 말하지만, 때론 비효율이 더 인간적이다.
귀찮음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면의 저항일지도 모른다.
다음엔 덜 귀찮아지기를 바라면서도,
아마 또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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