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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Dec 29. 2019

2019년 회고! 나만의 어워즈 '올해의 ㅇㅇ'꼽아보기

2020년이여 오라!! 



2019년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30대가 되고 나서는 한 살 한 살 먹는 게 오히려 좋아졌지만, 그래도 해가 거듭 될수록 1년이 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새삼스럽다.


2019년을 돌아보며 나만의 어워즈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올해의 ㅇㅇ"를 꼽아보려고 생각했다. 한 해 동안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나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자 한다. 




2019년 회고! 올해의 ㅇㅇ을 뽑아보자! 

- 한 해 동안 어떻게 일했나? 일과 관련한 올해의 ㅇㅇ는?




- 올해의 도전: 창업


2017년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로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커뮤니티의 크기도 점점 커져 회사와 병행하기 어려운 사이즈가 되었다. 자연스레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언젠가 사업을 할 생각으로 일하라'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는데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커뮤니티 리더로서도 비전이 뚜렷해지면서 힘들더라도 도전해볼 만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운영하고 있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창업하게 되었다.



- 올해의 지표: 3500 & 80% & 700


과거 마케팅을 업으로 할 때는 어떠한 수치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되고, 그 이상을 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숫자 이면에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숫자도 크기나 양보다는 정성적인 의미나 질에 더욱 집중하게 된달까.


지난 11월, 커뮤니티를 만든 지 딱 2년 만에 멤버 수가 3,500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는 별도로 광고를 집행해서 알릴 수 없고 직접 검색을 하거나 추천, 또는 관련 콘텐츠를 보고 직접 들어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하게 성장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브로 멤버들이 늘어 2년 만에 3,500명의 스타트업 여성들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되어 기뻤다.


무엇보다 커뮤니티의 멤버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참여도가 낮아지고 유령 회원의 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커뮤니티는 꾸준히 75~80%의 Active Member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말한 '양보다 질'이라는 게 이와 같은 퍼센티지이고 앞으로도 이를 지키기 위해 집중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콘퍼런스, 네트워킹 파티, 다양한 이벤트에서 700명이 넘는 멤버들을 만났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함께 울기도 하면서 진한 대화를 나누었고, 연말에 "이런 커뮤니티를 만들어주어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바쁘게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 것이 보람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 올해의 파트너: 아정님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건 혼자서 잘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2019년 역시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도움이라는 건 마치 눈사람을 만들 때 눈덩이 굴리 듯, 작은 도움 하나에 또 하나가 덧대어지고 거기에 또 하나가 덧대어지면서 점점점 나도 모르게 커지는 거라 막상 도움을 받을 당시에는 얼마나 그게 큰 도움이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 팀원 채용은 하지 않은 터라 이런 도움의 손길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정말 크게 다가오는데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 가장 고민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파트너로서 서로 힘을 북돋았던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아정님이었다. 아정님은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서 가장 먼저 만났던 사람이고, 나만큼이나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변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서로 공감대도 형성이 잘 되고 고민을 나누기도 수월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많은 롤모델, 나보다 먼저 커리어를 쌓은, 혹은 개인적인 경험을 많이 한 언니들을 만났다. 아정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으로서 때로는 나에게 조언을, 때로는 한 발짝 물러 설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 주어서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내년에도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내가 더 잘해야지-



- 올해의 장소: 위워크


위워크는 올해 국내외 뉴스에서 가장 많이 화두가 된 회사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회사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바로 위워크에 입주를 했고,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도 위워크의 장점을 살려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올 한 해 내가 가본 위워크를 꼽아보면 역삼, 역삼 2호점, 강남, 선릉, 선릉 2호점, 여의도, 홍대, 광화문, 종각, 을지로, 서울 스퀘어, 미국에 갔을 때 산마테오점까지- 정말 다양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위워크 직원 분들보다 더 많은 지점에 가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ㅋㅋ (그러니 위워크 - 국내에서 위기를 빨리 극복해주기를 바래본다 ㅋㅋ)



- 올해의 교훈: 균형


연초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인생에서 최저점을 찍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서 풀리지 않은 화가 쌓여 밤에는 잠들기가 어려웠고, 불면증이 심해져 밤을 꼴딱 새우고 출근한 적도 있었다.


밤마다 각종 마음 돌봄 관련된 앱을 떠돌며 유튜브에서 '명상'을 검색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도대체 이게 뭘까 싶었는데 전문가들과 이야기하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일종의 우울증이 수면 장애로 나타났던 거였다. 그걸 알게 되자 내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또한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상태를 '긍정'할 수 있었고, 그게 서서히 마음이 치유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때 몸과 마음은 정말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다고 해서, 건강 검진해서 문제없다고 나왔다고 해서 다가 아님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몸과 마음의 균형, 일과 삶의 균형, 바깥과 안의 균형, 집과 회사의 균형, 공적인 역할과 개인적인 역할의 균형 등 다양한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통감했다. 내년에는 더욱 균형 잡힌 생활을 다짐해본다.




2019년 회고! 지영킹 어워즈, 올해의 ㅇㅇ

- 삶과 관련한 올해의 ㅇㅇ는?


앞서 살펴본 것은 나의 일과 관련된 변화와 느낀 점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올 한 해 무엇을 보았고, 어디서 영감을 받았고, 어떤 경험들이 인상 깊었는지를 되짚어보려 한다. 



- 올해의 여행: 필리핀 세부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해 20대 때 여행과 관련한 기억이 많지 않다. 지금은 옛날의 나라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해외를 다녀올 일들이 생기곤 하는데, 올해는 1월에 싱가포르, 5월에 세부, 7월에 미국을 갔다 왔다.


1월 싱가포르 여행은 혼자 갔다 왔고, 페이스북 아시아 헤드쿼터가 싱가포르에 있어서 행사 참석 차 다녀왔다. 개인 시간을 많이 쓸 수는 없었지만 싱가포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왔었다. 7월 미국 여행도 페이스북 행사 덕분에 갔다 왔는데 이 때는 행사가 끝나고 남동생이 샌프란시스코로 와서 함께 일주일 정도 더 여행을 했다. 남동생과 단 둘이 여행한 것이 처음이라 특별했다.


하지만 가장 즐겁고 재밌었던 여행은 5월에 남편과 갔다 온 필리핀 세부 여행이었다. 여행 전부터 운이 따라주어서 비행기도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도착하자마자 갔던 고래 상어 투어라던가 캐녀닝을 했던 것도 재밌었다. 


캐녀닝을 할 땐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등산로를 따라 폭포가 있으면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천연 워터 슬라이드도 타고, 4~5시간을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겁이 많은 나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시간이었고 그래서인지 더 인상에 깊게 남았다.


여행 내내 묵었던 크림슨 리조트도 좋았고, 음식들도 대게 맛있었으며, 거의 매일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 시간도 좋았다. 다만 우리가 갔던 주말에 필리핀 선거 기간이라 식당에서 술을 팔지 않아서 크랩 요리를 먹으면서 맥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던 건 두고두고 아쉽다.



- 올해의 공부: 크립톤 창업스쿨


나에게 하는 투자라 생각해서 교육 프로그램이나 듣고 싶은 강연 같은 게 있으면 되도록 아끼지 않는 편인데 올해는 크게 3가지 공부를 했다. 상반기에는 우리나라 마케팅의 구루인 홍성태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모비브 아카데미, 조금 더 스타트업/창업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서 들었던 크립톤 창업스쿨, 정제된 글쓰기를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수강한 컨셉진 에디터 스쿨.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크립톤 창업스쿨인데, 존경하는 크립톤의 양경준 대표님께서 매주 아낌없이 인사이트를 나눠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고, 더불어 창업을 선택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기를 얻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한 크립톤의 인연으로 협업을 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늘어나 더욱 든든한 느낌이다.


- 올해의 사진: 물나무 사진관에서 가족사진


우리 가족은 약 20년 전에 가족사진을 한 번 찍은 게 가족사진의 전부였다. 결혼하기 전에 꼭 한 번 찍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날을 잡고 사진관을 예약하고.. 등등의 일을 마음먹고 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바쁜 일들이 많다 보니 중요도에서 쉽게 밀렸달까.


그러다가 올해 초,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작정을 했다. 물나무 사진관이라는 곳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이곳은 별도로 포토샵이나 보정을 해주지 않고 인물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진에 담아주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필름 흑백 사진을 인화해주는 곳이라 위 사진처럼 한 컷만 스냅사진 형태로 컬러로 뽑아주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오랫동안 보관해준다. 이번에 가족사진을 찍으면 또 언제 찍을지 모르기에 특별히 메이크업 선생님도 불러서 엄마의 예쁜 모습을 담아 드리려 노력했다.


사진이 얼마나 잘 나왔는지, 그런 것은 차치하고 그냥 이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기억이 된 것 같아 올해의 사진으로 이걸 꼽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매년 기념사진을 남기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지만, 너무나 거창한 목표.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 올해의 콘텐츠 : 유 퀴즈 온 더 블록, 펭수, 동백꽃필무렵, 합정역 5번 출구, 82년생 김지영


나름대로 예능 / 캐릭터 / 드라마 / 노래 / 영화 부분에서 올해의 콘텐츠를 뽑아보았다. 나의 최애 콘텐츠들. 왜 이렇게 뽑았는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올해의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


올해 본방사수를 꼭 하면서 챙겨 봤던 예능은 '유 퀴즈 온 더 블록'!! 


엄청나게 새로운 형식의 예능은 아니다. 유재석 아저씨와 조세호 씨가 서울 곳곳,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퀴즈를 맞추고 푸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어린이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워낙 다양했고 자타공인 '국민 MC' 유재석 아저씨가 이들에게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들어주는 모습들이 재밌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해서 '그래 맞아, 이게 우리네가 사는 모습이었지.' 하며 보는 내내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유재석 아저씨 특유의 깐족거림과 뭔가 늘 억울해하면서 괴롭힘 당하는 (?) 조세호 씨의 티키타카도 웃겨서 한 시간 보면 여러 모로 힐링이 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좋은 시간대 편성받아서 계속해주었으면 ❤︎



> 올해의 캐릭터: 펭수


예약 구매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받은 2020 펭수 다이어리ㅋㅋ


나는 펭수를 'EBS 아이돌 육상 대회' 에피소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제작진들 미쳤네 ㅋㅋㅋ' 생각이 들자마자 정주행 하면서 펭수에 빠졌었다. 그때 펭수가 10만 언저리였던 것 같은데 이젠 155만 팬을 보유하고, 방송국이며 언론사며 대통합을 이루어내며 광고계를 접수하고 2020년을 맞이하는 보신각 타종식에도 함께 한다고 하니 이젠 진짜 말 그대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펭수를 좋아하는 어른이 중 한 명으로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적도 있지만 나 또한 펭수의 초점 없는 눈으로 할 말 다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따뜻한 면 때문에 '펭수는 꼭 더, 잘 되었으면!'하고 바라기도 했다.


지금도 내 핸드폰 바탕화면은 펭수 ❤︎ 지금 같은 모습 한결같이 유지해주며 롱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 올해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나는 드라마를 챙겨 보는 편이 아닌데 올해는 분기별로 드라마를 봤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멜로가 체질, 최근에는 스토브리그까지.


그중에서 올해의 드라마로 꼽고 싶은 것은 "동백꽃 필 무렵" 동백꽃 필 무렵의 매력은 여러 가지였다. 주연 배우 - 강하늘, 공효진 - 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스릴러를 배경으로 깔고 가되 로맨스나 유머 요소도 균형 있게 넣어주어 너무 무섭지도, 너무 오글거리지도 않게 적당히 잘 만들어져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극 중 '동백이'인 공효진 씨에게 그녀를 사랑하는 '황용식'이 (강하늘 분)하는 따듯한 대사들! 작가님은 분명히 심리학 공부를 하셨을 거야! 싶었을 만큼 한 마디 한 마디가 보는 내 자존감마저 살려주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고아에, 미혼모가 필구를 혼자서 저렇게 잘 키우고 자영업 사장님까지 됐어요. 남 탓 안 하구요, 치사하게 안 살고, 그 와중에 남보다 더 착하고, 더 착실하게 그렇게 살아내는 거, 그거 다들 우러러 보고 박수쳐줘야 될 거 아니냐구요?!… 남들 같았으면요 진작에 나자빠졌어요. 그런데 누가 너를 욕해요! 동백씨 이 동네에서요 제일루 쎄구요, 제일루 강하고, 제일루 훌륭하고, 제일루 장해요!



> 올해의 노래: 합정역 5번 출구


https://youtu.be/i0TatPKl2xM 


올해 나왔던 노래 중에 가장 무한반복을 많이 했던 노래는 '합정역 5번 출구' (이쯤이면 유재석 팬 인정) 합정역 5번 출구는 '유재석의 무한도전'이라고 불리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프로젝트로 만든 트로트 곡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유재석 아저씨는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신인 캐릭터를 갖게 되어 얼떨결에 노래하고, 공연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든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준비되어 있는 현장을 마주하면서 당황해하는 유산슬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꾸역꾸역 그것을 또 잘 해는 걸 보면 더 응원하게 된다.


무엇보다 많은 트로트 업계 사람들이 유산슬에게 '한국 트로트를 부흥시켜달라'며 치켜세우는데, 유산슬이 트로트 계에 꽤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김태호 PD가 처음부터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무한도전이 인기 있었을 당시 팬들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받아들일 때 더 이상 부모님, 어르신들만이 향유하는 카테고리가 아닌 충분히 즐길만한 나이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10대 후반 - 20대 초반 무한도전을 가장 많이 즐겨 봤고, 유산슬 덕분에 젊은 감각의 트로트 노래들을 접하게 되어 한동안 플레이리스트에 트로트를 가득 넣어놨었다. 예를 들면 영탁의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던가 정삼의 '봤냐고', 윤수현의 '천태만상' 같은 노래들ㅋㅋ


합정역 5번 출구가 시작할 때 빨라지는 반주 소리만 들어도 나의 심장 소리도 같이 빨라지는 것 같은 움찔움찔함을 느끼면 말 다 했지 뭐 ㅋㅋ



> 올해의 영화: 82년생 김지영 


결혼을 하고 나서는 1년에 한두 번 영화관에 갈까 말까 한다. 연애할 때도 영화관 데이트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고, 요즘에는 IPTV로도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더 안 가게 되어서.


그래서 명절 같은 때 가족끼리 시간을 보낼 때나 영화관에 가는데 <82년생 김지영>은 엄마랑 굳이 시간을 내어 보러 갔던 영화다.


극장에는 나와 엄마처럼 함께 온 모녀지간도 많았고, 여자 친구들끼리 온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슬프고 억울한 장면에서는 소리 내어 울고 훌쩍이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나 역시 휴지를 한 통 들고 갔었던 기억. 


많은 장면에서 공감을 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씬은 남편 정대현 (공유 분)이 지영을 보면서 "나랑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지영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면서 꺼이꺼이 울던 모습.


'~~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현실과 반대되는 가정을 해보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장면이 나오기 직전에 나 또한 지영이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안 낳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욱 공감 갔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잘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모두가 아프고 힘든 현실 앞에 좌절하는 남편의 모습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이 영화를 두고 말도 많았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막상 보면 그렇게 여성에만 초점 맞춰져 있지도 않았다. 소설에서는 확실히 김지영 위주였지만, 영화에서는 김지영을 둘러싼 인물이나 환경에도 충분히 조명을 비추었으니. 나는 오히려 균형감 있게 잘 만든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 한 해를 돌아보니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정리가 되고, 무엇보다 굴곡 많았던 2019년을 살아내느라 나 스스로가 정말 고생 많았구나 싶다.


인생에서는 커다란 줄기들만 계획해놓고 나머지는 흘러가는 대로 두고 받아들이며, 일과 관련해서는 좀 더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를 소망하며 2020년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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