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읽지? <마켓컬리 인사이트>
다시금 열심히 책을 읽고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이번 주의 독서는 김난도 교수님의 <마켓컬리 인사이트>이다.
이 책은 김난도 교수님이 마켓컬리를 5가지 영역 ( 고객, 공급사, 운영 프로세스, 고객 경험, 조직문화)로 나누어 분석한 뒤 각 파트별로 김슬아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해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마켓컬리를 애용하는 편이 아닌데도 배울 점이 많았고 유통이나 식품 쪽 창업 /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갈만한 인사이트가 많았던 책이었다.
#1. 전체적인 감상평
마켓컬리는 스타트업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2020년 5월까지의 마켓컬리를 가장 잘 담은, 교과서 중의 교과서, 마치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이다. 스타트업 피플이라면 일단 사놔야 하는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2. 이 책을 고른 이유
마켓컬리가 잘 한다, 잘 한다 하는데 그 기저에는 뭐가 있을까? 철학과 디테일이 궁금해서.
#3.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마켓컬리가 등장하기 이전에 배송업의 화두는 단연 ‘빠른’ 배송이었다. 많은 유통 업체가 ‘당일’ 혹은 ‘X 시간 내’ 배송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설령 한 시간 내에 배송된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기다려주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일과 가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워킹맘/워킹대디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단지 빨리 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받기 편한 시간대에 오는 것’이 그들에게는 진짜 필요한 서비스였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렇듯 서비스의 지향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처럼 마켓컬리의 핵심 화두는 출발부터 ‘고객’이었다. ‘어떻게 고객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업의 정의부터 시작해 위기관리에 이르기까지 마켓컬리의 모든 경영을 관통하는 주제다.
본인이 마켓컬리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김 대표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과 같은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VOC를 읽는 사람입니다.” (중략) 단지 VOC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지시하고 고민하는 것이 본인의 일이라고 정의했다.
“외국인 투자자를 만난 게 큰 돌파구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한국인 창업가들은 주어진 숙제를 참 잘한다. 그런데 점점 더 큰 일을 도모하면서 사고 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기업은 다 망한다. 꿈이 커도 망하고 작아도 망한다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망하는 편이 낫지 않는가.”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보통 유통업에서 상생은 ‘기존의 이윤 구조 속에서 플랫폼이 공급사에 얼마나 양보해 줄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즉, 일정한 크기의 파이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고민하는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이었다. 하지만 마켓컬리처럼 ‘좋은 상품’을 중심에 두고 논의를 전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게족ㅇ한다’는 사실이 공급사 / 소비자 / 플랫폼 세 주체 모두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객은 가치 있는 상품을, 공금사는 합당한 납품가를, 플랫폼을 적정한 이윤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네이밍과 스토리텔링, 비주얼 기획 등을 통칭하는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도 ‘컬리스타일’을 추구한다. 즉, 창의력과 임기응변이 중요한 영역이지만 특정 개인에게 퀄리티를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같은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운영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콘텐츠에서든 비주얼에서든 ‘자신만의 스타일’을 견지할 수 있을까? 단지 유능한 카피라이터나 포토그래퍼를 영입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핵심은 '고객의 언어'와 '고객의 시각'을 맞춰내는 일이다. 업을 불문하고 상품을 제조하고 기획하며 제안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잘아하고 싶은 요소가 무척 많아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지나치게 기술적이면 고객의 마음에 전혀 가닿지 않는다. 결국 콘텐츠 기획은 내 상품의 장점을 찾는 작업이 아니다. 상품의 효용을 고객의 입장에서 찾아 강조해주는 일이라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기저귀라면 '좋은 기저귀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릴 정도로 공부가 돼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조사도 자주 만나야 하고, 관련 학계 분도 많이 만나서 재질부터 소비 심리까지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마켓컬리 MD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만 상품을 론칭할 수 있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을 만능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인사이트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일이잖아요. 누군가의 가설과 창의력 등의 역량은 어떻게 키우려고 하고 있나요?
A. 저희 시니어들에게 제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도 'Connecting the dots' 입니다. 여러개의 점을 보면서 어디에서 깊이 들어갈지 판단하는 능력이지요. 요즘 T자형 인재에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평소에는 넓고 많은 것을 보다가 '아, 여기를 파고 들어야겠다' 혹은 '여기에 지금 문제가 있네'라고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시니어 / 리더 라고 호칭하는 게 상무 / 부장 / 과장이라고 부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요
A.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더 방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가끔 리더십 스타일을 얘기할 때 바다나 호수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저는 기존의 조직문화 모델을 호수로 봅니다. 호수는 물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나가지는 않지요. 개인이 정보를 딱 틀어쥐고는 이 안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끓여서 가끔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다는 물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가끔 파도가 치기도 합니다. 즉, 바다에서 리더는 이 안에서 적정한 생물이 살고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중간중간 흐름을 컨트롤해주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중략)
Q. 해석해보면 Power에서 Empowerment 즉, 파워를 행사하는 사람에서 각자에게 파워를 부여해주는 의미로 접근하신 것 같아요.
A. 정확하십니다. 제가 점점 강조하게 되는 게 '리더가 일을 많이 한다면 그 팀은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회사를 키우고 싶은 생각도 분명 하고 있지만 그보다 고객에게 먼저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는 것은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뜻인데요, 저희는 마켓컬리가 단지 유틸리티로 기억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습니다. 더 편해서, 더 싸서라기보다 지향점에 공감하고 그 가치를 사랑해서 많이 이용하게 되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결국 최종 책임은 제가 지니까요."
마켓컬리의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다가 '직원들이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자율성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김슬아 대표가 한 대답이다. 혹시 일이 잘못 되더라도 그 책임은 의사결정을 내린 직원이 아니라 대표가 져줄 것이기에, 직원들은 부담 없이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젊은 조직이다. '원래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없다. 그래서 더욱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많이 시도해볼 수 있었다. 주 7일 새벽 배송 서비스도, 올페이퍼 챌린지도, 일단 부족하지만 빨리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궤도에 올려놓은 것들이다. 앞으로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문제도 계속해서 시도되고 개선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에 책임져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4. 어떤 지점이 나의 고민에 키가 되어주었나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이런 질문은 나이를 먹고 직급이 높아질 수록 머릿 속을 맴돌게 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김슬아대표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3가지 리더십 역량은 (1) 자기객관화 (2) 책임감 (3) 스트레스 컨트롤이었다.
회사의 철학과 운영 방식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만 그 과정에서 잘 된다고 자만하지도 않고 잘 안 된다고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의 대답에는 그저 계속 하루 하루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는 끊임 없이 자기객관화를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냉철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의 일상 뒷편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보였다. 책에서는 '열정'이라고도 표현이 되었지만 나는 그 너머가 짐작이 되었다. 또한 그 큰 책임감 뒤에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잘 컨트롤 하고 있는 것인지, 감히 짐작이 되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이렇다더라, 그럴 것이다, 짐작이나 추측이 아니라 어떤 사람일지 본인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김슬아 대표님, 언젠가 꼭 만나뵙고 싶고, 마켓컬리를 좀 더 응원하는 마음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이번 물류센터 감염 건도 슬기롭게 이겨내시길 응원한다.
#5. 이 책의 좋았던 점
잘 하는 회사의 케이스들이 아주 생생해 담겨 있으니, 내 고민, 우리 회사의 상황과 맞물려서 읽어보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저 좋은 책이네 읽고 끝내기 보다는 독서 모임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면 훨씬 도움이 많이 될 책. (그래서 스여일삶 멤버들과 책 모임을 해보려고 한다. https://startupwomen.co.kr/community/?idx=26 ㅋㅋ)
#6.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 물류 / 유통 / 식품 회사 or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 스타트업 창업가들
ㄴ영상으로 책 리뷰 보기!
글쓴이 지영킹은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리더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창업가가 되고, 스타트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결하고 힘을 북돋우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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