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시속삼십킬로미터” 2편
스여일삶의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시리즈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공동 창업을 한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끈끈한 인연 같은 게 두 사람을 공동 창업의 길로 이끈 게 아닐까?라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어머니가 저희 둘 궁합을 봤는데 전생에 부부였대요.”라고 말씀하신 공동 창업가 분들도 있었고요.
함께 ‘꿀빠는시간'을 만들고 있는 이혜미 & 이하은 대표를 보면 전생에 부부보다 친자매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가족끼리 사업을 하는 줄 안다고도 하는데요, 지난번 인터뷰 1탄 [당신의 꿀빠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에 이어서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Q. 창업 아이템에 있어서, ‘꿀'은 결국 식품인데, 쉽지 않은 분야잖아요. 실제 꿀로 사업을 해보니까 어떠신지요?
첫: 꿀은 다른 식품에 비하면 덜 까다로운 제품이긴 해요. 왜냐면 유통기한이 없어요. 그리고 원물 자체를 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공> 단계가 줄어서 그 부분은 장점이죠.
하지만 꿀은 자동으로 얻어지지가 않아요. 저희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꽃이 잘 펴야 하고, 벌들이 열심히 일해줘야 되고, 이런 자연적인 것들이 다 이루어졌을 때 원하는 물량이 나오는 거거든요. 자연을 거스를 수 없잖아요. 그런 게 좀 힘들죠.
일례로 저희가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카시아 꿀이 흉년이었어요. 그래서 양봉장에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보니까, ”어쩔 수 없지. 1년 더 기다려야지”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스타트업은 빨리 결과를 얻는 게 좋은 거라고들 하는데, 우리는 그보다 “정도를 지키는 마인드가 필요하겠다”라고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되, 자연의 속도와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둘: 특히 저희는 스틱꿀을 만들어 팔고, 소포장을 하잖아요. 그 ‘소포장'이라는 게 MOQ 자체가 너무 크다 보니까 작은 회사가 도전하기가 참 힘들어요. 저희도 조금만 먼저 만들어보고 시장 반응 봐서 더 만들고 이런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초반에 투자를 해야 되는 게 필요하고요, 그런 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죠.
그리고 저희처럼 작은 회사를 받아주는 OEM 업체를 찾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블로그에도 ‘업체 소개시켜주세요. 어떻게 스틱 제품 만드셨나요' 이런 댓글 많이 달리거든요. 기존에 있는 기성품을 바꾸는 건 좀 더 쉬울 수도 있는데, 내가 딱 기획한 대로 구현해내기까지, 좋은 업체를 찾고, 디자인을 하고, 제품화하는 과정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첫: 그래서 처음부터 같이 롱런할 수 있는 업체를 잘 찾는 게 더 중요하죠.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 다 들어주세요!”라고 우기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이런 고집을 부리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제대로 해주시고, 최대한 맞춰주시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협력사를 만들어놓는 게 중요한 것 같고..
물론 처음부터 좋은 곳 찾기는 힘들죠. 저희도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까탈스럽다고, 다른 곳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왜 안 하려고 하냐, 이런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고집이 좀 있어서 “우리말대로 해주시는 곳이 있을 거야!”라는 마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운이 좋게 그때 만난 분들이랑 지금까지 쭉 같이 해오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좋은 업체를 찾고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그 과정은 어떠셨나요?
첫: 제가 되게 겁 없이 큰 업체에 전화해서 ‘이런 이런 거 돼요?’ 한 적이 있었거든요. 웃으시면서 다른 업체도 소개시켜 주시더라고요. ‘용감하네, 열심히 하려고 하네’ 이렇게 봐주시지 않았을까요?
어디 방문하면 직접 다 보고 사진 찍고 기록하거든요. 그러면 되게 신기해하세요. 요즘에는 그냥 ‘이렇게 해주세요~’ 말만 하고 맡기고 가는 분들도 많대요. 근데 전화해서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보고 싶어 하고, 궁금해하고 그러니까, 오히려 업체 사장님들도 더 신이 나시는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거 보니까 더 도와주려고 하시고, ‘나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시기도 해요.
둘: 제품을 만들다가 사고가 났을 때, “괜찮아요, 다음에 더 잘하면 되죠.” 하고 부드럽게 넘긴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몇 없대요. 담당자분께서 “첫째 사장, 둘째 사장이 좋게 좋게 말해주니까 우리도 이만큼 해드리는 거예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화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했던 건데,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다른 부분은 감사한 마음 가지면서 풀어나가자고 생각했죠.
첫: 좋은 업체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관계를 어떻게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방향으로 고민을 틀었더니 오히려 더 좋은 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업체를 어떻게 찾을까? 도 중요하지만 좋은 관계를 어떻게 잘 이어나갈까? 고민도 꼭 필요해요.
Q. “꿀빠는시간", “첫째 사장 / 둘째 사장", “달콤허니양봉장" 이런 이름들을 보면 굉장히 센스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첫: 양봉장은 원래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께서 오래전부터 그렇게 쓰셔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거고요,
다행히 저희랑도 잘 어울렸고... 회사명도 그렇고 네이밍도 그렇고, 결정하기까지는 오래 걸렸지만 아이디어를 얻는 데는 우연히 나온 경우가 많았어요.
아이디어는 서로 재밌어하는 거, 좋아하는 거, 본 거, 들은 거,, 이런 걸 거리낌 없이 핑퐁 해요. 슬로건, 스토리 메시지 모두 이렇게 찾았어요. 거리낌 없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이디어의 원천이 아닐까요? 장르 불문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거든요. 우리 둘이 같이 좋아하는 것, 같이 싫어하는 것 중에 겹치는 게 뭐지? 이런 걸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Q. 둘 사이의 교집합을 만들고, 그 팬들이 이 교집합에 공감해주면서 교집합이 넓어지는 건가요?
첫: 보통 회사를 만들든 제품을 만들든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저희도 처음에는 ‘나'에게 매몰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다움은 찾아질 수 있지만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더라고요.
근데 같이 일을 해보니까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게 뚜렷이 있었고, 그 와중에 교집합을 찾았어요. 이 교집합 안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뭐지? 그게 ‘우리다움'이 되게 되었고, 그 교집합 안에 고객들이 얼마나 속할까? 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고, 협력사도 이 교집합에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공동체를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사업을 할 때는 ‘나다움'보다는 ‘우리다움'의 교집합을 넓혀가는 게 좋아요.
Q. 첫째 사장으로서 ‘이것만은 지키자!’고 정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솔직히 사업을 시작한 건 제가 행복하고 싶어서에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도 행복할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행복한 사람들이 제품을 만들어야 재밌고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불행하면 절대 행복을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사장으로서 충분히 그 정도는 결정할 수 있거든요. 이걸 했을 때 나와 우리 팀원이 괴로워할까 안 할까? 생각하고 판단하는 거.
그건 제가 언니이기도 하고, 첫째 사장으로서 먼저 나서서 결정을 하는 부분입니다. 둘째 사장이 행복하신지 모르겠지만 (웃음) 때로는 저도 욕심이 날 때도 있죠. 그래도 이게 진짜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느냐까지 좀 넓게 보고 선택을 하려고 계속 노력을 하고 있어요.
Q. 만약에 첫째 사장님이 ‘이런 방향이 좋을 것 같아’라고 말씀하시는데, 둘째 사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표현을 하시나요?
둘: 네. (단호)
(모두 빵터짐)
첫: 진짜로 얼굴만 봐도 이제는 다 알아요.. 저희 둘 다 표정을 잘 못 숨기거든요. 그래서 표정이나 말투만 봐도 알기 때문에, 제가 뭐 억지로 끌고 갈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제가 그럴 힘도 없고요 ㅎㅎ
Q. 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로 산다는 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다른 경험들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두 분이 느끼시기에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이런 점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라고 생각 드시는 게 있었나요?
첫: 누구나 ‘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잖아요. 창업을 하면 그걸 좀 더 빨리- 깊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나의 세대, 여성으로서, 내가 하는 일과 꿈,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반면 회사를 다니다 보면 ‘나’보다는 조직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잖아요. 창업을 하면 이런 고민을 충분히, 오래, 깊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하루하루를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도 하게 되고요.
물론 회사원에 비해서 안정적이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당연히 뒤처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삶의 고민들이 쌓이면 나중에 훨씬 더 저에게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둘: 친구들이랑 모이면 회사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잖아요. 일이 힘들다, 성취감이 안 든다, 이런 불평이 저한테는 없는 것 같다는 걸 어느 날 문득 느꼈어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 만들고 있는 제품을 사랑하고, 되게 좋아하면서 하거든요.
요즘에는 근로 환경이 좋아져서 친구들은 퇴근도 일찍 하고, 여가도 즐기는데 물론 그런 것에 비하면 좀 더 늦게까지 일도 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일을 좀 더 많이 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Q. 여성 창업가라서 다른 점, 어려운 점, 힘든 점이 있을까요?
첫: 아무래도 숫자, 비중으로 따졌을 때 남성 창업가 분들이 훨씬 많다 보니까 어떤 모임이나 조직이 좀 남성 편향적인 것들이 많아지게 되는 거 같고.. 거기에 쉽사리 속할 수 없는 분위기는 맞는 거 같아요. 그게 제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반대로 내가 왜 굳이 그렇게 억지로 무리 안에 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충분히 우리 안에서도 해낼 수 있는 부분은 많으니까, 그런 건 굳이 애쓰지 않으려고 해요. 차라리 여자 / 남자에 대한 편견을 좀 버리고, 그냥 그 대표님은 그 대표님이고, 나는 나, 저 사람은 저 사람이다.라고 생각해야 벽이 안 생기는 거 같더라고요.
어머니 세대가 저희보다 훨씬 더 힘드신 거 같아요. 남자, 여자 임금 차이가 많이 나고, 양봉 업계만 해도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 나눠져 있는데, 일단 저희부터 남녀 구분 없이 일을 해도 잘 나간다는 걸 보여드리면 어머니 세대도 용기를 얻지 않을까 싶거든요.
오히려 저희 세대에서 여성들이 자신 있게 일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목소리를 내는 게 쉬워졌기 때문에, 그 용기를 어머니 세대에게도 주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봐요. 그래서 이제 우리가 일을 하면서 편견을 많이 깨고 있으니, 그걸 어머니 세대도 보고 느끼실 수 있도록 많이 용기를 드릴 수 있는 채널이 필요 하달 까요?
우리보다 더 힘든 어머니 세대를 위해 우리가 롤모델이 되어 드리고, 목소리도 내면 어떨까요?
Q. 어머니 세대와 딸 세대가 서로를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거군요.
둘: 일하는 어머니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재밌었던 건, 일을 하면 할수록 어머니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는 일이었어요.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시고요. 그림을 그려서 보내주시기도 하고, 직접 글을 써가지고 공장 소개 같은 것도 보내주시고,..
그걸 보면서 어머니가 정말 그동안 안 하셔서 그랬지, 이렇게 넓은 세상을 보고 하시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게 많고, 하고 싶어 하시는 것도 많구나를 느꼈어요.
사실 처음에 어머니한테 이런 걸 해달라고 말씀드렸을 때는 눈물이 났대요. 무섭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고 그래서. 근데 막상 받아보니까 굉장히 글도 잘 써주시더라고요.
첫: 근데 그게 저희 어머니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둘째 사장 어머니도 그렇고, 나이가 들수록 일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데도 없고,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다 할 수 있다는 걸 저희 어머니를 보면서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고, 또 자녀분들 중에서도 자기 어머니한테 이렇게 일하시는 분도 있다고 이야기를 전해주시면, 그게 영향력이 또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희 홈페이지 메인으로 어머니 이야기를 걸어둔 것이기도 해요.
두 사람은 앞으로도 ‘시속삼십킬로미터' 속도를 준수하면서 일을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휴식 문화를 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 만큼 스스로가 건강한 휴식을 지키리라, 하고요.
특히 첫째 사장 이혜미 님은 스스로도 행복을 추구하면서 일하는 것도 중요한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인터뷰를 하고 난 뒤 어머니께서 입원을 하게 되셨다고 해요. 20년 동안 후천성 부정맥을 앓다가 많은 체력을 요하는 양봉 일까지 하시면서 힘드셨던 것 같다고.
지금은 퇴원 후 회복 중이라고 하시는데 첫째 사장의 바람처럼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하게 일과 삶을 누리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진심을 담아 ‘꿀빠는시간'을 전했듯이, 그 마음이 돌고 돌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어머니와 딸, 언니와 동생 모두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이 서로를 지탱해주기를 바라며 이번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스여일삶 운영진 김지영 / 사진: 시속삼십킬로미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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