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시속삼십킬로미터” 1편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들과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사람들만큼 믿을만한 사람이 어디있나 싶기도 합니다. 여기 양봉장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도와 창업한 맏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어진 인연으로 첫 번째, 두 번째 회사에서도 함께 일을 하다 창업까지 같이 하게 된 후배도 있죠. 도대체 그들은 왜? 어떻게? 남들이 말리는 형태의 회사를, 그것도 아주 열심히, 게다가 잘~ 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 스여일삶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스틱꿀 ‘꿀빠는시간'을 만들고 있는 “시속삼십킬로미터" 이혜미 & 이하은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두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이혜미 : (이하 ‘첫') 안녕하세요, 저는 어머니가 양봉하시는 꿀로 휴식을 전하고 있는 시속삼십킬로미터의 첫째 사장 이혜미라고 하고요, 주로 대외적인 업무, 기획,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하은: (이하 ‘둘’) 저는 둘째 사장 이하은이라고 하고요, 디자인, 회계 등 회사 안의 살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두 분이 어떻게 만나 공동창업까지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첫: 저희는 사실 대학교 선후배 사이인데요,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처음 만났고, 제가 4학년 선배 둘째 사장이 1학년 후배였고, 창업 전에 취업을 했을 때도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계속 일을 같이 했어요. 다음 이직도 같은 회사로 했고, 그 이후 퇴사와 창업까지 쭉- 같이 해서 알게 된지는 7-8년, 같이 일한 것도 5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일을 같이 하다보니까 일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해지더라고요. 그러다 저희 어머니가 양봉을 배우고 일을 시작하셨는데, 저는 옆에서 어머니의 진정성을 계속 지켜보았잖아요. 둘째 사장과 함께라면 그 진정성을 살리면서 우리가 계속해서 함께 추구 했던 방식대로 재밌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같이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Q. ‘시속삼십킬로미터'라는 회사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세요. 이름이 특이한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첫: 이 회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휴식'이에요. 도로에 ‘시속 30km’ 표지판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우리 인생에도 그렇게 잠깐 느려지는 구간이 필요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회사 이름도 아예 ‘시속삼십킬로미터'로 정했어요.
Q. ‘시속삼십킬로미터'에서 주로 판매하는 제품은 ‘꿀'이잖아요. 어머니가 양봉장을 하시기 때문에 ‘꿀'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으신 건가요?
첫: 현재 핵심 제품은 ‘꿀'이지만 휴식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휴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꿀이 먼저냐 휴식이 먼저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꿀빤다'는 표현이 있을만큼 ‘꿀'은 편안함, 달달하고 행복한 순간을 의미해요.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인 ‘휴식'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인 셈이죠. 그래서 첫 아이템을 ‘꿀'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휴식과 꿀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요.
Q. 창업 이후 잊을 수 없던 순간이나 터닝 포인트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둘: 첫 프로젝트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한 ‘개꿀잼 프로젝트'였어요. 이건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꿀'이라는 아이템을 좋아할까 테스트해보고 싶어서 진행을 한 프로젝트였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1,500만원 펀딩을 달성했었죠.
그 다음에는 2018년도 9월에 공식적인 첫 제품인 ‘꿀빠는시간'을 출시했습니다. 이 때는 와디즈라는 플랫폼에서 2,500만원 정도 펀딩을 달성했고요, 관심도 많이 받게 되었어요. 인터뷰도 많이 했고요. 또 2019년 9월 리뉴얼된 꿀빠는시간으로 펀딩을 했습니다.
두 번째 펀딩으로 많이 알려지다보니 다른 채널에 입점을 해야 되나 생각도 들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자체 스마트 스토어에서만 판매를 했어요. 그럴 때 일수록 고객 분들과 밀접하게 만나면서 피드백할 부분들을 수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리뉴얼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아이디어스라던지 29CM 등 타 플랫폼에도 입점되어 있습니다.
Q. 그 과정에서 특히 좀 더 뿌듯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을까요?
첫: 처음 꿀을 팔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양봉 업계에 있는 사람들도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특히 기존 꿀 시장과 저희가 생각하는 타겟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더 그랬죠.
한번은 코엑스에서 전시회에 나가서 저희 제품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20-30대 여성 분들에게 반응이 좋았어요. 그 모습을 양봉장 대왕 사장님께서 보셨거든요. 그제서야 “스틱 꿀이 많은데 왜 시속삼십킬로미터에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너희가 뭘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때 엄청 뿌듯했어요.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인정 받아서 더 기분 좋았죠.
힘들었을 때는, 인터뷰 기사에 악플이 어마어마하게 달린 적이 있었어요. 그게 사실 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모르셔서 그런 건데, 저희를 너무 비난을 하시더라고요. 상처도 좀 되었지만, 그 때 ‘우리는 꿀만 파는 것이 아니구나. 꿀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잘 알리는 역할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는 꿀만 팔지 않습니다. 꿀에 대한 올바른 정보도 알립니다.
Q. 어떤 내용의 악플이었나요?
둘: 첫 번째는 가격에 대해서. 저희는 소포장을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마트에 있는 ‘꿀단지’ 꿀 있잖아요. 그것의 용량과 저희 제품의 용량을 직접 비교 하시면서 ‘도둑X’이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두 번째는 천연 벌꿀과 사양 벌꿀의 차이를 모르시고 남긴 댓글이었어요. 어떤 종류의 꿀을 제품으로 만드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또 많이 나거든요. 그 차이를 모르시고 남긴 댓글이었죠. 물론 좋은 댓글도 많았는데, 연예인들이 겪는 악플을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Part 3. 제품 기획, 고객. 그 둘을 이어주는 브랜딩]
Q. ‘꿀빠는시간' 제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볼까요? 기존 꿀과 어떤 점을 차별화 하려고 했나요?
첫: ‘꿀빠는시간’을 기획한 이유는 네이밍 그대로입니다. 누군가에게 꿀빠는 시간을 선물하거나, 사람들에게 꿀빠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보통 건강식품에 대해서 소구를 할 때 ‘힘내'라는 메시지를 많이 담잖아요. 저희는 그와 반대로 힘을 뺄 때, 좀 쉬어갈 때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컨셉을 잡았어요. 그래서 ‘힘 내지 말고 힘 빼요' 라고 제품에 쓰여 있어요.
12g의 천연벌꿀이 100% 들어있고, 스틱형이라 쭉 한 번에 빨아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자신있게 말씀 드리자면 스틱 꿀 중에서 가장 기능적 + 경험적인 부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저희 ‘꿀빠는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 ‘꿀빠는시간'이 이슈가 된 이후로 ‘꿀빤다'는 표현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소주 같은 제품에서도 꿀빤다는 형용사가 쓰이고, 휴식이나 모임에도 꿀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 보았거든요. 다른 스틱 꿀 제품들에서도 ‘꿀 하나 먹고 쉬어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쓰시더라고요. 저희가 ‘휴식, 편안한 시간 = 꿀' 이런 메시지 전하는 데에 선두주자이지 않았나? (웃음)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꿀빠는시간' 제품을 좋아해주시는 분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첫: 저희 제품 리뷰들을 보면 ‘귀엽다'라는 표현이 되게 자주 등장해요. 귀여우면 다 용서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전 ‘귀엽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게 좋아요. 저희가 어떤 캐릭터나 모형을 파는 게 아닌데도 꿀이라는 제품에 ‘맛있다' 전에 ‘귀엽다'고 느껴주시는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저희 고객 분들은 진짜 착하세요. 선한 사람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로요. 저희도 가끔 실수를 하고 직원도 없이 둘이서 하기 때문에 미흡한 점도 많은데도 좀 잘못됐을 때도 용서해 주시구요. 예를 들면 꿀이 배송 중에 터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닦아서 드시기도 하고 그래요.
진정성을 담아서 좋은 마음을 전해드리려고 하는 게 고객 분들게 느껴져서 좀 더 우리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아요. 하여튼 귀엽고 착한 분들이 많습니다.
Q. 오프라인에서 고객 분들을 만나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에피소드라던지 재밌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둘: 저희가 매장이 있는 건 아니다 보니까 가끔 행사에 나가야 고객 분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행사 소식을 알리면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도 배송을 하다보면 자주 보는, 익숙한 이름이 있잖아요. 오프라인에 오셔가지고 되게 오랜동안 주변을 서성이면서 저희를 지켜보시다가 ‘사실은 나 그 사람이다' 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다들 쑥스러움을 많이 타셔가지고.. (웃음)
그렇게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도 하고 또 많이 사주시기도 하고 그래서 좋죠.
첫: 고객 분들이 먼저, 스스로 “나 꿀빠는시간 ‘덕후’다.”라고 표현해주실 때가 있어요. 실제로 새로운 제품을 낼 때마다 구매도 해주시고, 많이 사주시는 분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해주시고 하면 신기하죠.
마케팅 책 같은 데 보면 ‘팬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우리에게도 팬이 생기다니, 든든하죠. 근데 팬이 억지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제품과 진정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니까, 항상 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은 없나 돌아보게 됩니다.
찐-팬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제품이 우선입니다.
Q. 계속 제품을 리뉴얼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았던 점, 살리려고 했던 ‘꿀빠는시간다움'은 무엇이었나요?
둘: 사실 처음 ‘개꿀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이 단어 자체가 너무 장난스러운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좀 했었어요. 왜냐면 어른들은 ‘개꿀잼'이라는 표현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이게 호응이 되게 좋았고, 생각보다 재밌게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꿀빠는시간'을 만들 때도 이런 재미 요소를 살려서 가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희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휴식, 편안함' 이런 의미는 계속 담으려고 했죠. 재밌지만 너무 가볍지 않게, 색깔이나 말투는 좀 차분하고 부드럽게 가려고 노력했어요. 지나치게 귀엽게 만들거나 튀려고는 안 했고요.
첫: 무엇을 만들든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모든 아웃풋에 담으려고 했죠. 릴랙스하는 느낌, 긴장이 풀어지고, 차분해지고, 느슨해지고, 편안해지고, 이런 걸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패키지, 문구, 스토리, 말투 모든 곳에서 그런 느낌을 담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말투도 ‘다나까’가 아니라 ‘-요'체를 쓰고, 색감도 일부러 차분하게 쓰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모든 걸 집요하게, 편안함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좋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시속삼십킬로미터'의 이혜미 첫째 사장과 이하은 둘째 사장을 인터뷰 하다 보니 자매라고 해도 믿기는 두 사람에게는 그들이 만드는 제품과 닮은 구석이 자꾸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 갈 새로운 휴식 아이템들은 무엇일지 슬그머니 기대도 되었습니다.
스여일삶의 밀레니얼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인터뷰 “시속삼십킬로미터” 2편에서는 이들이 ‘꿀'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식품 사업을 할 때 중요성, 그리고 일하는 ‘어머니'를 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 스여일삶 운영진 김지영 / 사진: 시속삼십킬로미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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