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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킹 Dec 18. 2020

“여러분에게는 ‘나 스스로를 추천할 용기’가 있나요?”

스여일삶 북토크 리뷰 -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with 우미영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 -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의 단풍 운영진, 에디터 이재림입니다. 


스여일삶에는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며, 어떻게 오래, 잘~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을 갖고 있는 멤버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 위해 스타트업 업계의 왕언니! 어도비코리아의 우미영 대표님과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북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우미영 대표님은 비전공자로 IT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고객 사업본부 부사장, 델 소프트웨어 남아시아 및 한국총괄 사장 등을 역임하며 2020년 9월 어도비코리아 최초로 여성 CEO가 되신 분입니다. 누구보다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주실 수 있어 많은 멤버들이 기대를 했는데요, 대표님의 30여 년에 걸친 경험담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모니터 너머로 우미영 대표님을 만나야 했지만, 대표님의 재치 있는 입담과 스여일삶 오거나이저 장서인 님의 매끄러운 진행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북 토크 후기를 통해서 우미영 대표님이 전하는 나를 추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1부 “나의 전문성은 무엇이고 전문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Q. 어떻게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이 탄생하게 되었나요?

 

2020년 초,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코로나 19 사태가 겹쳐 어떤 일을 할지, 어떤 회사를 갈지 계획할 수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지난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되며 꾸준히 글이라도 써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 글이 엮여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이 되었죠.



Q. 대표님의 첫 커리어는 IT 스타트업인데요. 30년 전인데, 어떻게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학사 졸업 후 심화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했는데요, 6개월 정도 학교에 다녀보니 나에게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막 사업을 시작한 선배들 회사의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분위기도 좋고, 굉장히 재밌는 거예요. 이후에 그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렇게 첫 커리어를 IT 스타트업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첫 직장인 IT 스타트업에서 8년 가까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입사 후 8년간 회사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전화 응대부터 총무, 경리, 번역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어요. IT 스타트업인 만큼 프로그램 언어를 배워 개발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한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지만, IMF 경제 위기를 겪게 되면서 회사가 힘들어졌고 스타트업의 불안정성을 느껴 큰 회사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이력서를 여러 곳에 넣었지만, 저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8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고민 끝에 인사팀에 계신 분께 미팅을 요청했고 그분께서는 제 이력서를 보고 어느 한 가지 영역으로 전문성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8년 차 경력직으로 제안하기에는 너무 제네럴한 이력이라는 답변을 듣고 단순히 연차를 채우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문성을 쌓고 남들과 다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Q. 많은 스타트업 여성들이 지금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표님은 어떻게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셨나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단 남들과 다른 차별화가 필요해요.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는데요, 그 회사는 IT 분야에서 세일즈를 잘하는 회사로 알려진 곳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한 뒤에, “어떤 전문성”을 쌓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회사는 기술과 영업 이렇게 크게 두 분야가 핵심이었는데, 첫 번째 직장에서 경험을 토대로 기술보다는 영업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영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영업직을 선택했을 때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 쉬울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큰 벽을 마주하게 됐어요. 일단 영업을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만날 사람이 없었던 거죠. 이미 영업으로 전문성을 키운 동료들은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지만 처음 영업에 발을 들인 저는 1명도 만날 고객이 없더라구요.


어떻게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국내 고객 중에 자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자바 관련 원서를 번역한다면 고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도 알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때 자바 원서를 번역했고, 이후 고객들이 저를 찾기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만들어 냈더니 자연스레 영업 관련 전문성 또한 키워졌어요.  덕분에 3년 동안 무려 2,800명의 고객을 만날 수 있었죠.



Q. 이후 고객 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

 

제가 2,800명의 고객을 만나기만 했다면 전문가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세일즈가 끝나면 한 건, 한 건 복기를 꼭 했어요. 왜 수주할 수 있었고 왜 실주 했는지 항상 고민하고 복기하다 보니 성공하는 데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실패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실패를 복기하면서 성공하는 힘을 키운 셈이죠.




(북 토크 중인 우미영 대표님(왼)과 진행을 맡은 스여일삶 운영진 장서인 님(오))



2부 “나를 추천할 수 있는 용기”

 


Q. 책 제목이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인데,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나를 믿고 일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두 번째 회사 이후 다국적 기업에 입사하게 됐는데요, 거기서 6개월 정도 일했을 때  새로운 지사장을 뽑기 전까지 권한 대행을 맡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본사 헤드헌터와 미팅을 하게 되었어요. 한 시간 동안 회사에 전반적으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니 본사 헤드헌터가 회사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것 같다며 주위에 지사장에 추천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마음속에 떠오른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저였어요!! (웃음) 하지만 ‘내가 제일 적격이다. 나는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어요. 일단 회사에 입사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람에게 지사장 자리를 맡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매출을 책임지는 지사장에게 부여되는 압박감이 엄청날 거란 짐작을 했거든요. 그 무게를 제가 감당하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죠. 


그래서 제 입장을 헤드헌터한테 털어놓으니 그분이 팁을 주었어요. 본사에 권한 대행 기간을 연장해 달라 요청하고 연장된 기간에 어떤 목표를 달성시키겠다고 어필을 하라는 거였죠. 저는 그의 조언대로 본사에 메일을 보냈고 결국 권한 대행을 연장받았어요. 


연장된 기간이 끝날 즈음 다시 본사에 메일을 보냈어요.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시켰고 이제 결정을 내려달라”라고. 결과적으로 저는 이때 40살의 나이로 지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어요. 


여성 분들이 특히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준비가 상당히 되었는데도 망설이거나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본인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고 그것도 중요한 능력이에요. 나를 추천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나를 믿고 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우미영 대표님만의 일 잘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중요한 건 상대의 관점에서 상대를 공감하고 그 상대가 나를 단순히 도와주는 것을 넘어 함께 주체가 되어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해요. 


제가 지사장이 되고 파트너사와 함께 일을 하면서 파트너사 영업 직원들이 교육받을 기회가 많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두 번째 회사에서 영업 노하우를 많이 습득했기 때문에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10주 코스의 영업 클래스를 운영했어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와 함께 일해야 하는 파트너사가 강해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클래스를 통해서 파트너사 영업 직원들은 본인이 진행하는 영업권을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고,  다음 액션을 어떻게 할지 계속 함께 논의했어요. 이걸 바탕으로 5년 동안 회사 성장을 이끌었죠.


혼자 일하면 성과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상 커질 수 없어요. 내가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고 나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저는 이 구조를 “나를 위한 이사회”라고 표현하는데요. 여러분도 일을 하면서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솔직히 조언을 해 줄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말 “나를 위한 이사회”가 돼줄 사람들을 틈틈이 찾아보세요.



Q.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회사 일만 하게 되면 성장이 제한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직장 안에서의 성공이 커리어의 성공을 보장해줄 수 없기 때문에 ‘스여일삶’같은 커뮤니티처럼, 바깥과 나를 연결할 수 있는 창구들이 필요해요. 


저도 WIN(Women in INnovation)에서 10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이 활동을 통해서 리더십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고 실제로 리더십을 많이 키울 수 있었어요. 지금은 회사에 속해서 회사 비즈니스를 키우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범위를 회사보다 넓히고 싶어요. 




Editor’s comments... 


우미영 대표님과의 시간이 스여일삶 멤버들의 일에 관한 고민을 덜어주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저 또한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나는 나를 추천할 용기를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아직은 기회가 왔을 때 번쩍 손을 들만큼의 용기는 없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경력을 쌓아 나가면서 나를 위한 이사회를 구성하고, 누구보다 나를 가장 많이, 잘 믿어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 졌어요.


마지막으로 북 토크에서 기억에 남았던 우미영 대표님의 문장으로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나를 믿는다는 것은 이 일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것, 기회가 있을 때 용기 있게 손을 드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할 때 함께하는 것. 그런 스타트업 여성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스여일삶 이재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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