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26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날씨가 제법 선선해져서, 가을이 다가왔다는 느낌이 확 드는 8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유난히 덥고 비도 많이 와서 강렬했던 지난여름, 무사히 보내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매달 마지막 일요일 밤에 스여일삶 멤버 분들과 모여서 한 달의 회고록을 쓰는데요, 벌써 8월 모임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또 후루룩 8월의 리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은 얼마나 연동되어 있을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구독자 님도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지난주 전해드린 스여일담 인터뷰, '같다'의 조이 님 & 엠마 님의 이야기 중에 마지막에 비슷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었거든요.
스타트업이 아닌 곳에서 일을 하다가 스타트업에 와서 보니 어떤 점이 다르고 무엇이 매력인지 이야기하면서, 엠마님이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내 개인의 성장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곧 회사의 성장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서 더욱 뿌듯하다'라는 말을 했어요.
이번 주는 유독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마침 어제 팀원과 1:1 티타임을 하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요. 이 둘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먼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이 성장하면 그것이 조직의 성장과도 이어질까요? 여기서는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조직에서 100% 발휘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개인의 능력이 넘쳐서 회사에서 하는 100% 외의 플러스알파는 외부 활동으로 발산한다는 가정을 하고요,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이 성장할수록 회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신입 디자이너가 들어와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처음에는 A라는 툴을 이용해서 10시간이 걸렸다가 역량이 향상되어 A + B라는 툴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작업 시간도 단축되었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도 더 퀄리티 높은 아웃풋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죠. 즉,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반대로 회사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과도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이것 또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겠네요. 회사가 성장하고 다양한 일을 하게 될수록 구성원들에게도 권한을 더 많이 주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분위기라는 가정을 해볼게요.
이 때는 반드시 '회사 성장 =>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같은 직무 안에서 일이 확장된다는 전제라면, 누군가는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잘하는 걸 선호하고 그게 성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기존의 하던 일 + 거기에 사용하던 나의 스킬셋을 이용하여 새로운 일을 더 하는 것이 성장이라 볼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 보통 회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을 때 계속해서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후자의 유형을 좀 더 '일잘러'인 것처럼 바라볼 것 같네요.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런 기준으로 볼 테고요. 그런데 회사가 간과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예요. 예컨대 회사가 성장하지 못해서, 개인이 아무리 역량이 높아져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리는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즉, 개인의 입장에서 '나는 지금 얼마나 성장하고 있나'를 생각해 볼 때 (1) 객관적으로 나의 직무 / 상황에 필요한 스킬셋을 갖추고 있고 계속해서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가 (2)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가 (3) 그래서 나는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가 (4) 더불어 회사도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받쳐주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종자도 어떤 밭에 심느냐에 따라서 아예 싹을 못 틔우거나, 중간에 말라죽거나, 나중에 열매를 맺거나 다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것처럼요. '나'라는 씨앗도 계속해서 튼튼하게 키워내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씨앗을 잘 키워줄 토양인가를 계속 점검하면서 가는 거죠. 필요하면 물도 더 달라, 영양분도 뿌려달라 요구하면서요.
이렇게 해야 너무 '나'에만 함몰되지 않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안 되면 자꾸만 '내가 문제인가', '내가 부족한가', '내가 뭘 더 해야 할까' 등등 나로만 귀결되고, 다른 방식으로 더 나아질 수도 있었을 상황이 개인에게도 + 조직에게도 마이너스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구독자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지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토양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씨가 중요한가 밭이 중요한가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주제일 것 같고요, 다만 오늘은 씨와 밭, 모두 성장하는 쪽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이런 화두를 던져보았어요.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 [요기 게시물]에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또 밭을 일구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다음 주는 휴가 기간이라 제주도에 갈 예정인데 그때 좀 더 깊이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그럼 8월의 마무리도 잘하시고요, 9월의 첫 번째 금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 타고난 농부의 씨앗은 뭐가 다를까 궁금해진 지영킹 드림
이 에세이는 8월 26일자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 https://stib.ee/qOw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