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영킹 Sep 27. 2022

스여일삶 커뮤니티 운영을 잠시 쉬어갑니다.

지난 5년의 시간에 대한 쉼표를 찍습니다. 



안녕하세요,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여일삶’의 운영자 김지영입니다.

오늘은 스여일삶 멤버 분들과 스여일삶 커뮤니티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아쉬운 이야기를 하나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운영해오던 스여일삶 커뮤니티를 올 10월을 기점으로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스여일삶은 페이스북 그룹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메인으로 멤버 분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여성들의 인터뷰 시리즈를 브런치 매거진 & 뉴스레터 & 인스타그램 등의 채널로 매주 전해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는 일을 해왔는데요, 올해 연말까지 계약되어 있거나 예정되어 있던 프로젝트 / 이벤트는 끝까지 마무리하되, 기존 채널 운영 등은 ‘유지’ 수준으로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뉴스레터는 10월 첫째 주까지 발행 후 휴재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스여일삶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는 운영자인 저도 main job이 따로 있고, 스여일삶은 side project 개념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인 사람들이 오프라인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누군가는 중심을 잡고 커뮤니티를 운영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스여일삶을 제 main job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2019년 초였고, 1인 기업의 형태여도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커뮤니티 운영진 분들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무리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를 얻어 Facebook Community Leadership Program에 참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팬데믹을 겪으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커뮤니티 운영 경험을 했습니다. 오프라인에 250여 명이 오는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보기도 하고, 게더타운 + 유튜브 라이브 등 온라인으로 300여 명이 참여하는 메타버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죠. 행사 규모와 상관 없이 크고 작은 이벤트에서 만난 스타트업 여성들의 모습과 목소리는 그 자체로 저에게 영감이었고 ‘이 일을 하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직접 만났던 스타트업 여성들만 족히 2,500명은 넘더라구요. 모두가 가슴 속에 보석을 하나씩 품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게 지금 당장은 숨겨져 있는 것 같더라도요, 제 눈엔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스타트업 업계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확신도 점점 강해졌습니다.


스여일삶을 운영한다고 제 소개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여일삶에는 크게 두 축의 강점이 있습니다. 커뮤니와 컨텐츠. 감사하게도 많은 기관,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사 등에서 함께 행사를 해보자거나 컨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게 돈이 되나’ 싶을 수 있겠지만, 운이 좋게도 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에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경제 상황도, 업계 분위기도 얼어붙기 시작했고, 당연하게도 커뮤니티에도 그 영향이 왔습니다. 두어 달 전부터 저는 직감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애쓰거나 버텨본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나서는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시작했던 일인데, 딱 절반의 반환점을 도는 지금 멈추는 게 정말 맞을까? 아쉽기도 했고요, ‘만약 ~ 했다면-’ 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때로는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이 일을 했더라면 더 나았을까’ 하는 답 없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눈물이 나서 왜인지 모를 감정에 사로잡혀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지금 남은 것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분명 버티느라 발버둥치면서 부침도 많이 느꼈고, 앞으로 5-10년 동안 갚아야 할 빚도 생겼고, 그래서 지금 바닥을 치고 0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그 모든 게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끊임 없이 던졌고, 그러면서 수면 아래의 스타트업 여성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지금은 스타트업 업계 안의 ‘여성’이라는 게 대단히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게 되었다고.

이제는 스여일삶 말고도 스타트업 여성들을 위한 자리나 모임이 많이 생겼고, 그 중에는 스여일삶보다 뛰어난 기획과 운영을 하는 곳들도 있고, 스여일삶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제 해내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그러니 잠시 스여일삶이 멈추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이죠.


사실 스여일삶의 next step을 생각하며 여러 모델을 떠올렸고 실제로 시도해보기 위한 준비들도 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이렇게 했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시는 모든 아이디어를 고민했다고 봐도 될 정도로 깊이 고민해왔습니다.

그런 next community 모델이 스여일삶의 다음 스텝이 될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일을 하면서 병행하는 쪽을 선택하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신상도 커뮤니티 리더로서의 소명을 계속 지켜나가게 될지, 어느 날 뜬금 없이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게 될지, 아니면 창업을 선택하게 될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스여일삶을 운영해왔던 5년 동안의 경험, 그를 통해 얻게 된 수많은 값진 인연, 비록 그것이 잠시 스쳐 지나갔거나 얕은 수준이었다 해도 모든 순간이 남아 앞으로의 일을 도모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지난 5년 스여일삶을 운영하며 수도 없이 해왔던 말,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세요.”를 반복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5년 전, 스여일삶이 시작될 때 인연이 된 분부터 온라인으로만 연결이 되어 있는 멤버 & 구독자 분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두가 그 자리에 계셨기에, 그리고 손 끝을 스여일삶에 닿아주셨기에 스여일삶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올 10월을 기점으로 스여일삶의 눈에 띄는 활동은 줄어들겠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연말까지 하기로 한 프로젝트 / 이벤트들은 이어질 것입니다. 끝까지 많이 응원 부탁 드립니다.


저도 조금 쉬면서 몸도 마음도 돌보고 충분히 충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고민 말씀 드릴 때마다 유독 미안해하거나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전혀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받은 게 훨씬 많습니다 ♥ 진심이에요! (정 무언가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시다면 고기로… ㅋㅋㅋ 농담인 거 아시죠?)


마지막으로 스여일삶 휴지기를 맞아 굿바이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당 내용도 곧 공유 드리겠습니다. 그 때 아쉬운 마음 담아 많이 참여해주세요 ㅎㅎ �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해진 요즘입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평온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어디에 계시든, 어느 상황에 놓으셨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는 하루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지영 드림


ps. 사진은 제가 스여일삶의 운영자로서 했던 수 많은 인터뷰 사진 중 가장 지영킹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을 골라보았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의 머릿속에 스여일삶이, 그리고 스여일삶을 운영하던 지영킹이 이런 모습으로 남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 이탈 주민’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는 창업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