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여성 커뮤니티 운영, 5개월 동안 느낀 점
스타트업. 말만 들어도 무언가 희망찬 단어다. Start 새로운 걸 시작하고 Up! 높이 올라갈 것 같으니까.
스타트업은 특히 저성장 시대와 맞물리면서 일종의 탈출구처럼 쓰이기도 한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요즘 자신만의 일을 하겠다며 창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라면서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창업을 한 사람들 말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팀원들의 삶은 어떨까?
위 짤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종종 쓰이는 현실 풍자용 사진이다. 스타트업에는 자유로운 출퇴근, 수평적인 문화, 빠른 성장과 같이 밝은 면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힘든 부분도 많다.
지난 2016년 스타트업 팀에 합류하여 일을 하면서, 그리고 2017년에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운영진으로 활동을 하면서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행복할까?
굳이 '여성들의' 삶이 행복한지 의문을 가졌던 까닭은 개인적으로 결혼을 하고 나서 일하는 것이 더 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사 노동은 남편과 거의 반반으로 하다시피 하지만 과거의 삶과 다른 스트레스,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충돌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 일과 삶을 잘 병행하고 있는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기 전에 나와 비슷한 상황에 닥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작년 11월,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한 이유다.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모이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갈증도 생겨났다. 그래서 지금까지 총 3번의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했다.
약 30명 가까이 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에 있는 여성 분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어진 일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업계에서 조언을 들을만한 선배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고, 팀에서도 처음 하는 일을 (거의 대부분) 혼자 헤쳐나가야 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거였다.
게다가 여성 분들은 30대 초중반에 결혼이나 육아 이슈가 겹치면서 업무 상의 난관 외에 또 하나 넘어야 할 큰 산이 존재하는데, 심지어 스타트업 조직의 특성상 이에 대한 복지나 전례가 없는 경우도 많아 더 큰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스타트업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위와 같은 문제는 팀 내에서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없다면 마치 개인, 자신의 문제인 양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면서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현실에 타협하는 방법으로 선택을 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의 문제이다.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성 인력이 일을 잘 하다가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퇴사하거나 나가떨어지면 스타트업 팀 자체에도 큰 손실 아닌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서로 경험과 의견을 교환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앞으로 스여일삶 커뮤니티에서도 단순히 친목 도모나 네트워킹 모임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준비하게 된 첫 번째 행사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함께 하는 <좋아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4월 11일에 있을 이 행사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 개발자, 기획자, 그리고 출산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 행사 참가 신청은 여기 ☞ https://goo.gl/forms/xgJXHF1zfx3sAFqW2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인력이 더 많이 들어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이러한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근무 환경이나 분위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누구나 '처음'이기 때문에 다 힘들다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나 환상을 가지고 팀에 합류했다가 실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팀도 있겠지만 사실상 대다수의 문제가 모든 게 '처음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창업을 한 사람도 처음인 경우가 많고, 스타트업에 합류를 한 팀원들도 처음 맞닥뜨린 문제들이고, 심지어 전에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하더라도 그 스타트업과 이 스타트업은 사정이 다를 거고. 모든 게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당연히 괴로운 그런 거다.
그러니 더더욱 함께 지혜를 모으고 배우면서 하나하나 해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혼자서 끙끙 앓아가지고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상황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