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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May 02. 2023

유인나 목소리가 책이 되다

음성합성기 개발 스토리

이전 글에 이어..

https://brunch.co.kr/@amapora/23


아직 말하지 않은.. 미해결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과연 무엇을 읽힐 것인가. 텍스트를 스피치로 바꾸는 음성합성에서, 텍스트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게다가 모든 책에는 저작권이 있어서 출판사와 저자 모두를 해결해야했다. 답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고전 문학"이었다. 고전 텍스트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민음사에 컨택을 하였고, 운이 좋게도 민음사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고, 저작권 보호가 없는 백여권의 책 리스트를 받게 되었다. 와우 다시 생각해봐도 땡큐 쏘머치-


백여권의 고전 중에서 유인나님이 읽기에 가장 수월하고, 적은 문장을 읽어 최대의 효율을 뽑을  있는( 고어보다는 현대어가 많은) 책을 골라야 했다. 그렇게 해서 동물농장, 노인과바다, 왕자와거지  권을 골랐다. 그리고 전반부를 유인나 님이 직접 읽고, 후반부를 음성합성으로 만들어내기로 했다.


좀더 퀄리티 좋은 음성합성 오디오북을 만들기 위해 애초 계획과 달리 유인나 님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내주었다. 사람의 성대는 기계가 아니기에  1시간 내내 같은 목소리로 읽을 수가 없다는 것도 알았고, 재료가 조금만  있으면  듣기에 수월할 것이라는 욕심도 추가되었다.결국 어떠한 비용도 없이  시간 넘게 책을 읽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서부터는 극존칭이 안나올 수가 없다.) 중간중간 목소리를 풀고, 볼펜을 물어 발음을 가다듬으면서도 끝까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처음 만난 날이었나 마지막 날이었나- 다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은 찾지 못했고,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은 찾았다. 소탈하게 그러나 프로페셔널하게 녹음에 집중한 모습. 뒷모습 마저도 예쁘다!!




이렇게 녹음 받은 목소리에 음성 합성 기술을 더해 유인나 음성합성 오디오북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해피빈의 이벤트 페이지 안에서 플레이되었다. 전용 플레이어 같은 것도 없는 초라한 페이지였지만, 예쁜 목소리와 얼굴이 있어서 충분했다. 뉴스도 많이 나고 해피빈 페이지 하단에 댓글도 몇 천개가 달렸다. 

https://zdnet.co.kr/view/?no=20160804140310


이렇게 작게 시작한 유인나(YG)와 네이버의 파트너쉽은 1-2년 뒤 유인나 보이스의 클로바 서비스 출시에 이르른다. 처음 계약에서 네이버는 유인나의 목소리를 사업적 용도로 쓸 수 없게 해놓았나, 정식으로 유료 계약을 통해 유인나는 네이버의 대표 목소리가 되었다. 소설이라는 게 일반적인 대화체와 달라서 다시 많은 문장을 읽어야 했으나, 완전 0에서 녹음하는 것과는 달리 반보 앞에서 시작할 수 있었으니 음성합성 오디오북이 서로에게 좋은 시작점이 된 것이다. 


나는 클로바가 본격 사업화할 때즈음 음성합성 사업개발에서 손을 떼었다. 당시 더 재밌는 다른 일을 해야했다. 그리고 클로바 음성합성 기술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네이버와 네이버랩스를 나온 뒤 잊고 살았다가 얼마전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온 유인나 에피소드 안에서 유인나 목소리의 네이버 내비게이션 안내가 나오는 장면을 보았다. 네이버를 퇴사하기 전 마지막 서비스가 지도였고, 내비게이션 고도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유인나 음성이 담긴 내비 음성 서비스가 오픈되었다니. 뒤늦은 뿌듯함에 유인나의 목소리를 찾아 들었다. 합성인줄 전혀 모르게 아주 감쪽같아서 흡족했달까 ㅎㅎ


유인나님은 최근에 드라마로 복귀한 것 같던데, 더불어 예전 내 설득논리대로 예쁜 목소리로 오래오래 불로소득 거두시길… (사용권 계약 야무지게 잘 했겠지..!?)




음성합성기 개발은 여기까지.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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