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합성기 개발 스토리
지난 번 글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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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합성은 Text-to-Speech(TTS)라고 한다. 입력된 문자를 소리로 바꿔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한글의 모든 글자를 한글자씩 음성으로 녹음해두고 그것을 조합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소리는 얼마나 어색할까?
음성합성의 기술이라고 한다면, 첫째. 텍스트의 형태소를 분석해서 음소 단위로 변환하고, 각 단어들의 위치와 기능에 따라 어떠한 운율로 읽어야 하는지 모델링하여 최적의 소리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같은 글자라 해도 어느 말에 붙느냐에 따라서 장단고저가 다르니,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가져와 쓰는 것이다. 이 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듣는 사람들은 음성이 합성되었음을,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두번째 핵심은 seed가 되는 목소리의 양이다. 적은 분량의 소리(녹음된 음성)만 가지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록 기술력이 높다고 한다. 적은 재료로 다양한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즉 경제적 효율이 요구된다. 녹음한 소리가 많으면 골라쓸 재료가 많으니 더 완성도는 높을 것지만, 많이 녹음하는 것은 다 비용이다.
당시 네이버랩스의 음성합성 기술은, 위의 두가지 측면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릴 것인가. 어떻게 현실에서 녹일 것인가. 가 내가 받은 미션이었다.
알릴려면, 이슈화가 되어야하고, 그렇다면 셀럽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누구의 목소리를 가져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인가를 논의하던 끝에 당시 최근에 라디오DJ를 그만 둔 유인나가 물망에 올랐다. 유인나 님의 목소리는 듣기에 편안할 뿐더러 딕션이 굉장히 정확하다고 엔지니어들이 평했고, 그간 라디오 DJ를 진행하면서 라디오라는 매체, 음성이라는 도구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망에 오르면 뭐할 것인가. 우리 만의 위리리스트인 것을.
가진 예산도 없고,
우리가 가진 것은 기술 뿐이고,
오디오북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날 것의 아이디어 밖에 없는데...
정리해보면,
네이버랩스 : 기술력 밖에 없다. 그런데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도 아니다. 가능성만 세상에 보여주면 된다.
우리의셀럽(유인나) : 잠시 쉬는 듯.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짐.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
고민 끝에 "사회공헌"으로 방향을 잡았다. 선한 이미지를 원하고, 목소리라는 좋은 무기를 가진 셀럽에게 기술력과 네이버라는 이름 밖에 없는 우리가 제안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사실, 네이버라는 이름이 어느 것보다 큰 자산이긴 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기부 플랫폼 "해피빈"의 도움을 받으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해피빈 담당자에게 네이버랩스의 상황과 기술력을 설명하니, 뜻을 모아주었다.
해피빈과 함께 연이 닿는 연예기획사를 다 컨택하기 시작했다. 사업개발 담당자는 나 혼자였지만, 해피빈에서의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성을 만들어볼 수 있었다. YG 뿐 아니라 FNC에도 제안서를 보내며 잠시나마 유재석의 목소리로 음성합성기를 만드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었다.
YG 안에서도 여럿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사실 딕션이 유인나 만큼 좋은 연예인은 찾지 못했다. 차승원/정혜영을 넣은 장표도 만들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 1순위는 유인나님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유인나님에게 답이 왔다.
매니저를 포함한 YG 담당자와 먼저 미팅을 했었다. 내가 강조한 것은 유인나 님의 많은 시간을 뺐지 않겠다고 한 것, 그리고 한번 읽은(저장된) 음성파일이 있으면 향후에 다른 음성합성기 비즈니스에서 우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막 출시한 알렉사와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것이고, 후진 음성합성기 내비게이션이 발전하면 누구나 자연스러운 음성합성기를 쓸 것이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젊을 때의 목소리를 담아서 사업화시키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것이라고 일장연설을 했던 기억이..
그렇게 해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음 스튜디오에서 유인나 님을 처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직 말하지 않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유인나님은 무엇을 읽어야할까.
#유인나 #음성합성 #사업개발
그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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