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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Apr 09. 2023

네이버랩스의 기술을 세상으로

음성합성기 개발 스토리


내 직장 생활 중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는 네이버 광고사업부를 떠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에 경력직으로 입사하고 초반부는 광고세일즈 관련 업무를 하였다. 네이버라는 광고매체의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광고주들에게 설명하는 세미나를 하고, 영업을 하고, 새로운 광고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5년 여를 보내니 일은 그런대로 만만해졌고, 긴장감도 흥미도 떨어져갔다. 위에 계시던 부장님들이 내가 올라갈 길을 가로막는 것으로 느껴질 즈음, 네이버랩스라는 조직에서 BD 직무에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사내 동호회에서의 만난, 네이버랩스에 계신 개발자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네이버랩스는 어떠한 곳인지, 이 포지션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분이 뭐라고 이야기해주셨는지 거의 기억이 없지만 나에게 '니가? 여기를?' 이라는 표정을 보였던 것 같다. 참고로 2014년의 나는 기술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었다. 머신러닝 이라는 단어를 말하려다 러닝머신이라 말할 정도였고, API, SDK라는 용어에도 주눅이 드는 상태였으니까. (참고로, 그 분은 입사 이후에는 많은 도움을 주셨고, 현재 네이버 안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기술리더로 활동하고 계신다. 그리고 지나고 보니 API, SDK는 굉장히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랩스라는 조직에에 들어가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촉이 왔고, '니가? 여기를?' 하는 표정은 나를 상당히 자극했다.  지속성은 부족해도, 목표한 작은 과제들을 넘는 데에 익숙한(즉, 벼락치기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나 아니던가. 네이버랩스의 주요 기술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고, 광고 비즈니스를 하며 쌓은 경험을 잘 담아서 면접을 치루었고, 그렇게 네이버랩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2014-15년 경의 네이버랩스는 네이버 본체 안에 속해 있던 선행기술연구부서였다. 자율주행, 음성합성/인식, 기계번역, 얼굴인식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이렇다할 방점을 찍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BD라는 포지션을 필요로 했고, 그게 내가 되었다. 엊그제까지 광고를 팔았었을 뿐인데 말이다.


막상 옮기고 나서는 무엇을 할 줄 몰랐다. 지금 현대차 사장님이시기도 하고, 당시 네이버 CTO였던 송창현님과 직접 논의를 하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더욱더 난감했다. 게다가 처음해보는 BD의 일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뭐 어디까지라고 하는 끝을 걱정할 것도 없이, 무엇을 시작해야할지 시작점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챗GPT에 Business Development 역할이 무엇인지 물으니 꽤 그럴듯한 답을 해준다만..


Business Development는 조직이 새로운 기회를 식별하고 추진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이 역할은 새로운 시장이나 고객을 발굴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과 확장을 추진하며, 파트너십을 협력하여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보통 비즈니스 개발자는 시장 조사, 경쟁 역량 분석, 파트너십 협상, 매출 증대, 신규 제품 출시, 마케팅 및 판매 전략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합니다. 또한, 기업 내외부와의 네트워킹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개발자는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다른 부서와 협력하고 다양한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사업개발(BD)의 역할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와 프로덕트를 밖으로 내놓고, 성장시켜야 하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는 내 손에 무엇이 있는지, 내 재료부터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엔지니어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불러주지 않은 회의에 자발적으로 따라 들어가고 틈나면 엔지니어들과 티타임을 했다. 해당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질문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분기의 기술 성과에 대해서 리더들이 발표하는 분기 보고 시간에 초대되었다. 주로 어느어느 학회에서 무엇을 발표했고, 실험을 했고, 타사 대비 인식율이 몇프로 높았고, 그래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라는 식의 발표였다. 대부분 생소하고 흥미롭긴 하였으나, 따지고 보면 압도적인 성과라기 보단 근소한 차이였고, 실생활 접목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기술 연구에 지나지 않았었다. 저걸로 뭘 어쩌지? 라는 생각이 조금씩 차오르는 중에 음성합성 리더의 카랑카랑 목소리가 귀에 날아들었다.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 했다. 사람이 단 몇 시간만 글을 읽으면 음성합성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해당 시간이 끝나고 돌아와서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우수하다면, 경쟁사 대비 음성합성기 완성도를 숫자로 보여줄 것이 아니라 실 서비스로 낼 수는 없을까? 곧바로 음성합성 기술 리더를 찾아갔다. 음성합성기로 무엇을 만들어보고 싶은지 의견을 물었고, 음성합성기술이 가장 잘 쓰일 시장은 어디일지 찾았다. 당시 해외에서는 오디오북 시장이 단단히 존재하고 있었으나, 국내에는 오디오북 시장이 거의 전무했다. 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시장만이 존재했었고, 전자책 서비스에서 간간히 오디오북을 제공하고 있었으나 퀄리티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오디오북이라는 것이 모든 텍스트를 성우가 읽어야하는 노동집약의 산물이고, 기계가 읽는다면 어색하기 그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네이버랩스의 음성합성기술을 활요한 오디오북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의 목표는, 오디오북 시장의 사업성을 검증해보는 것도 있었지만, 우선은 네이버랩스 음성합성기술을 알리는 것이었다.


다음 이야기로..

https://brunch.co.kr/@amapora/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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