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와 ‘역행자’

나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기

by 아마로네


2022년을 되돌아보며 인상적인 책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말연초를 보내며 그 책을 만났다. 김화진 작가님의 단편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동시대 2-30대 여성들의 삶을 담는 대표 작가로는 장류진 작가가 있을텐데, 나에게 장류진 작가의 소설이 잘 꾸며진 브이로그 같다면 김화진 작가의 작품들은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반짝이는 단편영화처럼 느껴졌다. 친구 사이, 동료 사이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들, 말하기는 커녕 내 마음속에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일그러진 마음들을 어찌나 세밀하게 표현하는지.


표제작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 기준으로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서로 많이 다른 두 친구의 이야기가 담긴 ‘꿈과 요리’ 였다. 내향적이고 묵묵히 자신의 꿈을 좇는 수언과, 항상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친구들에 둘러싸여있는 솔지는 학교에선 서먹한 동기였지만, 뒤늦게 동네에서 마주친 이후 가장 자주 보는 친구가 된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살까?’하는 마음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득 품은 채로. 하지만 수언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솔지의 복잡한 마음이 들키면서 둘은 서로 속마음을 다 쏟아내며 크게 싸우게 되고, 서로에게 가진 복잡한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친구의 마음을 동시에 확인하게 되는, 내 마음을 들킨 듯 솔직한 단편이었다.


나로 말하자면 솔지보다는 수언에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관리하면서 느끼는 갈등을 토로하는 친구에게는 내심 ‘그런 관계는 끊어내는게 낫지않나’하는 생각을, 여러가지 새로운 일을 너무 벌려서 보람되지만 지친다는 이야기를 하면 내심 ‘선택과 집중을 하면 될텐데’하는 생각을 품곤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가끔 나가는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내 마음을 들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누구든 쉽게 친해지고 사람에게 둘러싸인 친구가, 다양한 일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그저 회사원인 나와 다르게 성장해가는 친구가 부럽고 대단해보인다는 걸 애써 인정하지 않은채로 말이다.


사실 수언은 영화비평이라는 꿈을 위해 적은 월급을 견디며 꿋꿋히 버틴 덕에 꿈의 길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이 시점에서 떠오른 책이 얼마 전 읽은 다른 책인 ‘역행자’였다. 내가 너무 소중해서, 실패했을 때 받을 좌절과 상처를 미리 차단하고자 ‘나 원래 그런거 관심 없어! 원하지 않았어!’라고 외면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나의 모습이어서, 읽으면서 참 많이 뜨끔했다. 이 책도 사실 ‘자기계발과 돈벌기에 관심없는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지만, 베스트셀러이고 친구가 추천하기도 해서 (자의식의 방어를 뚫고) 읽어보았다. 내용은 반복적이지만,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확했다. 나 자신을 안된다고 놓아버리지도, 과잉보호하지도 말고, 솔직하게 나를 대면하라. 그리고 무엇이든 해 보아라.


2023년에는 조금 더 내 자신에게 솔직해져 볼 생각이다. 목소리 높여 내 못생긴 마음을 떠벌릴 필요는 없지만, 내 안의 진짜 이야기를 적어도 나 하나만큼은 충분히 들어주는 한 해가 되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