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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로네 Jan 10. 2024

2023년 결산


올해의 영화 :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Volume 3

새해 처음 봤던 영화가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줄이야. 예전보다 영화관을 가는 횟수가 확연히 줄었다. 비싼 가격과 너무 길어진 러닝타임을 감수하고서라도 보러 가고 싶은 영화가 점점 적어진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처럼 시리즈물은 그나마 전편에 대한 애정으로 보러 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전편보다 완성도나 재미면에서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만족스러웠던 영화!

그나마 이후에 괜찮았던 영화가 ’서울의 봄‘ 정도일까?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영화 자체의 훌륭함보다 모티브가 된 역사적 사건의 임팩트가 워낙 크지 않았나 싶다.


올해의 소설 : 밝은 밤 / 최은영

올해 세어보니 약 60권의 책을 읽었다. 월 5권, 주 1권 이상이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읽은 책의 만족도는 들쭉날쭉했고 얇고 가벼운 책들도 많아 이거다 하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올해는 유난히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많이 접했는데,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정서가 좋았던 것 같다. 갈수록 번역된 책을 읽는 덜컹거림이나, 연령이 높은 작가들의 책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관점들을 참아내는 것이 싫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좋은 책을 읽기도 아쉬운 시간이니까.

정세랑, 천선란, 백수린, 편혜영 작가 등의 소설을 읽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최은영 작가님. 다정하지만 서글프고, 아름답지만 사회의 문제와도 멀어지지 않고, 연약하지만 내면이 단단한 여성들이 서로 다독이는 이야기들. 이 책이 좋아서 쇼코의 미소, 최근작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까지 읽었는데 역시 밝은 밤이 가장 좋다.

부모님이 모두 막내로 태어나신 탓에 내가 어느 정도 커 있을때 나의 할머니들은 이미 돌아가시거나 연세가 너무 많아져 버렸다.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할머니가 있다면 어땠을까. 퇴근 후 얼어붙은 내 손을 꼭 잡아주고 어깨를 쓸어주던 할머니도 물론 좋았지만 말이다.


올해의 비소설 :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무턱대고 책을 읽으면 소설/에세이에 많이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비소설을 많이 접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책처럼 너무 베스트셀러인 책들은 보통 나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 책들을 많이 접하고 고민한 편임에도) 이 책은 내 일상을 돌아보고 삶을 바꾸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휴대폰을 멀리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을 늘리고 다른 집중할 분야를 찾으며, 적극적으로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만 이 거대한 도둑들에게서 나를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같아서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이었다. 일단은 내가 아직 관리할 수 있는, 우리 아이의 집중력을 지키는 것 부터 시작해보자 :)


올해의 여행 : 다낭

코로나 이후의 첫 해외여행, 그리고 우리 아이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다낭에 다녀왔다. 사실 다낭은 패키지로 어른들이나 가는 곳, 경기도 다낭시라고 할 만큼 식상한 곳이라는 느낌이라 이전엔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가 아니었는데, 아이와 함께 가다보니 한국사람도 정보도 많은 곳이라야 무슨 일이든 대처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해외 음식은 시도하기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배달로 한국음식을 시켜줬더니 배민처럼 바로 도착하고, 밥과 다양한 반찬, 찌개와 제육볶음 등을 한 그릇 만족스럽게 뚝딱해주었다. 게다가 아이와 함께 하니 거의 리조트콕하는 일정이었는데, 물가가 저렴해서 호텔 내의 식당이나 풀바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방안의 오븐 겸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모르겠어서 햇반을 태워먹다가 네이버 검색을 통해 방법을 알아냈을 때의 속시원함이란!

하지만 다낭 한가운데서 주변의 한국말을 들으며 모래놀이밭에 앉아있다보니, 굳이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다녀온 아이가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특히 ‘베트남’을 노래하고 다니는 걸 보면 다양한 경험의 측면에서 괜찮은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아이가 비행시간을 즐겁게 잘 견뎌준 덕에 자신감이 생겨, 연 1-2회 정도는 가 볼 것 같다.


올해의 공연 : 악뮤 콘서트 ‘AKMUTOPIA’

회사 후배들이 너나없이 콘서트를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문득 콘서트 다니는 걸 정말 좋아했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그 와중에 우연히 발견한 취소표덕에 다녀오게 된 정말 오랜만의 콘서트. 공연장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들도 많고, 만인의 조카같은 두 아티스트의 귀엽고 멋진 공연을 함께 하는 것도 즐거웠다.

마음같아서는 다시 여러 콘서트를 다니고 싶기도 한데, 이젠 예전처럼 나만의 좋아하는 노래를 찾을 여유가 부족하다보니, 유튜브 뮤직의 알고리즘에 따라 아이돌 노래나 출근송으로 듣고 있어 가고싶은 공연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슬픈 점.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라인업을 보다가 내가 아는 아티스트가 정말 적어 깜짝 놀랐다. 심지어 헤드라이너가 모르는 사람이라니.. 가고싶은 공연보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먼저 찾는게 우선이었다.


올해의 노래 : Super Shy / 뉴진스

위에 언급했다시피 최근에는 ‘남들이 잘 안듣는 나만 좋아하는 노래’가 별로 없다. 낯선 노래를 찾아보고, 집중해서 들어보기보다 휘발성이 강한 ‘최신 인기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것이 나의 음악감상 패턴이 되고 말았다. 감사하게도 좋은 아이돌 노래들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 중에서도 뉴진스가 최고라는 점은 거의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Super Shy 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튜브뮤직 2023년 Recap 결과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타요 주제곡이다..)

2024년에는 새로운 노래, 나만의 노래를 더 많이 듣고 발굴하고 싶다. 어느 나이 이상이 되면 듣던 노래를 계속 듣게 된다는데, 그렇게 취향도 마음도 굳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올해의 드라마 : 정신병원에도 아침이 와요

언제나처럼 꽤 많은 드라마를 보았지만, 최근의 드라마는 OTT 위주 환경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선정적이고 날것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가볍고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 와중에 이 드라마는 재미도 놓치지 않으며 따뜻한 메시지를 꾹꾹 담아넣은 착한 드라마라 보는 내내 행복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생각났지만 더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견뎌내는 이야기라 참 좋았다. 그 중에서도 마음을 울린 에피소드는 당연히 워킹맘 이야기. 내가 그렇게 헌신하는 부모도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는 언제나 눈물버튼이 된다.


올해의 예능 : 더 타임 호텔, 데블스 플랜

나처럼 두뇌 예능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가 꽤 즐거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리즈가 두 가지나 비교적 성공적으로 런칭했으니 말이다. 꽤 신선한 출연진도 세계관도 흥미로웠고, 아쉬운 부분이 당연히 없지는 않지만 화제를 모은 만큼 더 업그레이드되어 시즌 2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더 타임 호텔의 황제성과 존박, 데블스 플랜의 서동주처럼 의외의 인물들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장르는 조금 다르지만 피의 게임2도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다.

2024년에는 정말 오랜만에 크라임씬이 돌아온다는 데 벌써 기대감이 가득하다. 대탈출도 여고추리반도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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