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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자의 나이듦 Dec 27. 2020

로컬 콘텐츠 해녀의 부엌에서 찾은 시니어 콘텐츠의 핵심

우리는 어떻게 조금 더 고령친화적인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을까?

제주도에는 해녀라는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가 있습니다. 제주 바닷가를 지나다 보면 해녀의 물질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힘이 있는,  살아있는 콘텐츠이죠.  

이런 해녀라는 소재를 극장 식 레스토랑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로컬 콘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제주 해녀 다이닝, 해녀의 부엌입니다. 해녀의 부엌에서는 제주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을 널리 알려 해산물을 브랜드화시키고 고령화되는 해녀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종달 어촌계 해녀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출신의 청년 예술인이 만나 낡고 신선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시간을 품은 낡음에 새로움을 더해 오직 해녀의 부엌만이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출처_해녀의 부엌 리플릿/홈페이지) 


해녀의 부엌에서 배운 실버 콘텐츠가 갖춰야 할 핵심

해녀의 부엌은 웰메이드 로컬 콘텐츠로서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고 대기를 받아 (저도 대기로 등록한 후에 운 좋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려야 할 정도로 제주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로컬 콘텐츠로서 본보기가 될 지점은 많은 분들이 써주셨을 테니 (무대 연출, 공간 연출, 배우분들의 에너지, 스태프들의 좋은 자세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저는 오늘 해녀의 부엌에서 발견한 실버 콘텐츠 요소와 그것이 가진 가능성과 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해녀의 부엌에서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150분간 콘텐츠를 감상하며 실버 콘텐츠로서의 중요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고 생각해볼 만한 점을 보았습니다. 제 주관적인 관점입니다.  


해녀의 부엌은 어떤 콘텐츠로 채워졌을까?

콘텐츠 순서는 총 150분간 공연(해녀의 삶을 이야기하는 연극 공연)과 이야기(해녀가 직접 들려주는 해산물 이야기) 식사(해녀가 채취한 해산물을 활용한 푸짐한 식사) 그리고 인터뷰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해녀의 생생한 삶 이야기) 순으로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과 생생한 현장 사진은 홈페이지를 참고해보세요! 



1.
시니어가 전문가의 입장으로
 현장에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니어의 이야기만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시니어는 극 중에서 콘텐츠의 형식이 네 차례 변화할 때마다 다른 형식으로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해산물 이야기와 인터뷰 파트에서 해녀라는 '전문가'의 입장으로 발화자가 되어 극을 이끌어나가고 계신 모습입니다. 


인터뷰 파트 발화자 해녀
해산물 이야기 파트 발화자 해녀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지점은 '깊이감'입니다. 해녀의 이야기를 노년의 여성이 전달할 수 있는 생애의 묵직함과 연륜이 이 퍼포먼스의 성패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같은 이야기여도 누가 전달하느냐에 따라 말에 실리는 힘은 다릅니다. 이 요소가 해녀의 부엌에 '깊이감'을 더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세대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극 중에서 해녀 할머니는 당신만의 템포로 극을 이끌어나가셨고 그것을 관객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풀어주었던 청년예술인이 있었습니다. 해녀께서 사투리를 쓰시다 보니 아무래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점이 우려되었을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년 예술인이 중간중간 해녀의 의도를 풀어서 설명하며 극의 방향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화자가 한쪽만 되지 않고 각 세대가 역할을 맡아 협업한 것입니다.   


같은 해녀복을 입은 청년과 노인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세대 간의 교류로 인해 멋진 콘텐츠가 탄생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죠.
 


3. 

낡은 이야기 (해녀의 부엌에서 공식적으로 표현한 단어)를 현대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공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공연 중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장면이 있었는데 표현방식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무대와 공간 연출, 콘텐츠를 풀어가는 방식, 배우와 스텝들의 태도, 다이닝이라는 콘셉트 모든 곳에서 낡은 이야기를 더 요즘스럽게, 현대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 것들을 보았습니다.

콘텐츠의 소재는 낡은 이야기이지만 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향유하게 될 관객들은 요즘의 것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 시장성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고민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굉장히 ‘세련된’ 콘텐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위의 내용을 콘텐츠의 순서에 따라 [콘텐츠 소재 / 콘텐츠 제공자 / 연령친화적인 관점으로 인상 깊었던 점]으로 구분하여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_직접 만듬




끝으로 해녀의 부엌의 가장 큰 힘은 

시니어의 삶에 대한 콘텐츠 mood가 ‘긍정적’이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노년의 인생은 사람들에게 노인이라는 세대의 이미지가 그룹 지어져 있지만 사실 그들에게도 세분화되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상황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으로 연령이 증가하게 되면, 신체적 및 정신적 능력이 약해지고 생각과 태도가 고루해진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노화에 따라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부터 바꿔야 하는 사회적인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출처_시니어 산업화 글로벌 마케팅/정환묵) 



예를 들면 미디어에서 노인이 되면 겪는 어려움임과 동시에 가족 간의 사랑을 깨닫게 하는 계기라는 소재로 치매가 많이 다뤄집니다. 하지만 노년의 삶에 그런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청년세대가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하지만 실제 행복한 청년들도 많은 것처럼요. 그들의 전문성, 노하우, 삶도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더 긍정적인 면을 자주 소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생애 기반 콘텐츠가 쌓이고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면 긍정적인 나이 듦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전 이런 점에서 유 퀴즈도 전 생애 기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각자 생애에서의 가치가 돋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을 굳이 시니어 콘텐츠다 라고 나누지 않습니다. 다만 시청자들의 눈에 보이게 할 뿐이죠. 



마치며

위와 같은 요소가 반영된 콘텐츠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노하우와 역사가 직업 가치의 주요한 요소인 다른 직업의 이야기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곧 이것이 웰메이드 로컬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ps. 연령친화 콘텐츠, 시니어 콘텐츠, 실버 콘텐츠, 유니버설 콘텐츠와 같은 단어의 정의와 사용이 적절한지 고민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단어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대체할 단어를 찾지 못하여 제 나름대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지만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려 고민 중입니다.  



참고 
시니어 산업화 글로벌 마케팅_정환묵 지음
시니어 비즈니스 블루오션_김원제, 조향 민, 최현주, 최부헌, 송해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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