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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미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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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이가 꽤나 좋았다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 정도의 관계였고,

실제로도 그렇다 생각하며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개월째 우리의 관계를 맞춰가고 있다.

계산기 두드리듯 짠 하고 다 맞춰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대략적인 계산 방법은 알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내가 덧셈을 했다면 남편은 곱셈을 했었더라.

관계 안에서 답답해서 얼마 전 상황을 돌아보기로 했다.

나를 위해.


남편이 담임목회를 내려놓았다.


나 때문에.


담임목회를 하는 동안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정서는 불안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늘 불편했다.

불안했고, 불편했고,
그 마음을 나는 날것 그대로 남편에게 쏟아냈다.
거친 표현 속에서도
남편은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내가 불안하지 않도록,
내가 불편하지 않도록,
나는 곳곳에서 남편을 재촉했고
계속해서 쪼아댔다.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였고,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눈에 띄었다.
칭찬보다 핀잔이 앞섰다.


병들어 있던 나는
그렇게 남편까지 병들게 했다.


그때의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프니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어리석은 책임 전가와
상대를 향한 탓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다른 이를 돌아볼 수 없을 만큼 아팠다.
마음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빠져나오지 못한 울분이 있었다.
답답해서 숨쉬기가 어려웠고
눈물은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벗어나기만 한다면.’


보이지 않는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느껴져
격하게 몸부림쳤고,
몸부림칠수록 족쇄 자국은 더 선명해졌다.
이만한 몸을
작은 구멍에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어느 날 새벽,
답답해서 숨조차 쉬기 힘들던 그때
나는 말했다.

“이제 나는
정신병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은
지금껏 나의 거친 표현을 받아낸 걸로 부족하냐고
되묻지 않았다.
그저 나의 상태 그대로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간 힘들었을 것을 알기에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그는 서둘러
담임목회를 내려놓았다.

내려놓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모든 일은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었고,
짧은 시간 안에 인수인계까지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나는 짐이 벗어진 줄 알았다.

나는 너무 홀가분했다.
꽉 끼어 불편하던 옷을
단번에 벗어버린 것 같았다.
자유롭고, 편안했다.
언제 숨쉬기가 힘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공기는 신선했고 상쾌했다.


나만.


남편의 공기는
그때부터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다가가면
찬 공기가 스며들어
영혼까지 시렸다.


과거에 힘들었던 아내와
현재에 힘든 남편 사이의
치열한 공방은 계속되었다.
매주 다툼이 있었고
가정은 흔들렸다.

아이들은 불안해했고,
그 불안은 엄마를 더 찾는 모습으로 드러났다.
아빠는 찬바람을 불었고,
엄마는 그 찬바람에 실려
아이들에게 불려 다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담임사역을 내려놓은 지
두 달쯤 지났을 무렵,
우리는 한 공동체를 찾게 된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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