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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주말,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by Amberin

짧은 주말,

그 고요 속에서 다시 숨을 고른다.


주말이 오면, 기대보다 한숨이 먼저 따라오기도 한다.

잠깐의 늦잠은 기분 좋은 사치로 시작되지만,

눈을 뜨면 현실의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는 음악이 필요하다.

조금은 템포가 빠르고, 가끔은 알듯 말듯한 가사가 있는

요즘 최신곡을 플레이해 놓는다.

쌓인 빨래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세탁기를 움직이게 하고,

금요일 밤부터 정리하지 않은 어질러진 싱크대 안에 쌓인 그릇들을
음악에 맞춰 빠르게 손을 움직여 본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걸레로 바닥이 반질반질 해 지도록

힘껏 밀어준다.


내 공간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간다.

몰아서 하게 되면 시간도 은근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내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집 안정리 가 끝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잠시 모든 일을 멈추고 내가 좋아하는 소파에 앉아

커피와 주전부리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며

남은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후에는 또 다른 일상이 기다린다.

부모님 댁에 가야 한다.

가깝기에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오늘은 못 가요.”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그저 매주 가는 길이니까,...

늘 해오던 일처럼 자연스럽게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크게 거창한 이유는 없지만,

마음 한편의 책임감이, 어느새 습관처럼 나를 움직이게 한다.

부모님 댁에서도 마찬가지로 몇 가지 집안일과

이른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마무리 설거지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해가 저문 저녁이 된다.

하루가 거의 다 지나버린 시간.

잠들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이상하게 나는 이때부터가 가장 편안하다.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집안의 조명을 낮추고 조용히 음악을 틀어두면

비로소 내 안의 숨결이 정돈되는 것 같다.

주말 중 가장 짧은 이 시간이,

내겐 가장 진짜 같은 순간이다.

싱글의 주말이 누군가에겐 자유롭고 멋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주말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조용하다.

큰 이벤트 없이 흘러가는 하루.

그 안에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위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편안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긴 어려운,...

그렇기에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이 짧은 밤이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해 주기 때문이다.

혼자의 시간은 늘 고요하고,

고요함은 늘 나를 비춘다.

혼자의 시간은 결핍이 아니라,

조용히 나를 되돌려주는 깊어짐의 시간이다.

삶이 언제나 원하는 모습은 아닐지라도,

주말의 이 짧은 밤만큼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준다.

길지 않은 이 고요 속에서 마음은 천천히 정리되고,

나는 다시, 내일의 삶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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