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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l 17. 2023

우울증이 괜찮아졌다고 느꼈을 때 더 경계해야 할 것들

타이핑 필사 2번째 글, 이석원 2인조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내가 내 삶 전반을 돌아보고 고치고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저 한 개인의 비과학적 추정 따위가 아닌, 길고 꼼꼼한 의학적 탐색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생의 반환점을 넘긴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남은 생을 도모하기 위해 써내려간, 한 해 동안의 기록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살면서 어떤 결핍감이 느껴질 때, 저는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들을 적어봐요. 그렇게 하나하나 적아시다보면 내 감정의 정체가 드러나며, 공연히 그러는데 이유가 있어서 뭔가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석원의 2인조


지난주 시간이 없어 약이 없었지만 병원에 다녀오지 못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금요일에 병원을 다녀오고, 잠을 나름 푹 잤는데, 주말 아침 머리가 아파오면서 최근 들어 오랜만에 우울한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그냥 집에 평소와 다름없이 앉아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딱히 슬픈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갑작스럽게 느껴진 감정이었다.


아마도 이번주에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하기도 했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문득 나의 전체적으로 모자란 부분에 대한 체감이 확 들어서 괴로웠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든 생각들은 매우 부정적이라 글로 쓰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남들이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하는 운동을 이렇게 매일 열심히 해서 뭘하나.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생겼는데. 예쁜 옷을 사도 내 얼굴이 너무 안예뻐. 남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대로 성격에 안맞게 오버하지 말고 말고 조용히 집에서 가만히 있을까? 내 수준에 무슨 누구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다고 이러고 있나. 어차피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야. 아무것도 바라지 마. 내가 다짐하고 지켜왔던 생각과는 반대의 이상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많이 괜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 한켠에 숨어있는 이런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싶다. 아예 소멸시켜버린 줄 알았는데, 수면부족, 호르몬, 살아가며 상처가 되는 사소한 말들의 누적치 등 복합적인 이유가 합쳐지면 남아있는 작은 씨앗들이 다시 불이 번지듯 나를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과 이렇게도 잘 지내지 못해 긴 시간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시 그곳으로 빠지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힘들다는 친구에게 스스로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카톡을 보내면서 다시 최근의 긍정적 마음을 다잡아 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그날 헬스를 미친듯이 열심히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남들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세상에 내가 못할 일이 뭐가 있나 싶다.


나를 그날 행복하지 않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다시는 그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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