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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평화 Dec 14. 2015

사람이 사람을 사람하다. 하루

약보다 사람

   몇시간전 가래 제거제 두알을 삼켰었다. 알약들이 기관지의 솜털들을 새로 건전지를 교체한 전동치솔의 치솔모마냥 미친듯이 흔들어대서, 목에서 핏물이 튀도록 기침을 해대도 허파꽈리에 아스팔트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가래들을 떼버렸으면 했건만, 한참을 소식이 없었다.


  갑작스런 전화에 답답한 가슴을 잔기침으로 달래며 십분을 걸어와 이 테이블에 앉았다. 앞에 앉은 고락을 같이했던 지인이 접시위에 족발보쌈 고기 한조각을 올리고는 길게 찢은 김치로 감싼다. 젓가락은 고기의 텁텁한 육질과 희미하게 달짝한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비계의  경계부위에 길고 가는 각선미와 빨간 땡땡 스타킹을 자랑하는 배추속살을 위치시켰다. 김치와 족발의 단순 물리적 포옹은 이내 그의 입속에서 격렬한 해체와 통합의 섹스로 발전했고 곧이어 그들은 17.5도의 촉매에 의해 화학적 오르가즘에 도달하였다. 우리의 입속에서 환희가 스파크처럼 일어날때쯤, 자기 남편과 바람난 선배의 뺨을 때린 학생과 물총에 정신을 잃은 농부 아저씨, 그리고, 흔한 '나'와'너'의 과거와 같은  재료들이 냉장고에서 쏟아져 나왔고, 식탁을 공유한 동료들은 인기셰프처럼 잘 버무려 요리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감기' 같은 진지하지 않은 농담류들도 간혹 한큰술씩 뿌려지는 것 같았다.  


  셰프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게스트보다는 박수치는 방청객 ..3..쯤 이었던 나는 웃고 떠드는 화면에서 한발 물러나 화장실로 갔다. 작살맞은 물고기처럼 격렬한 기침후에 드디어 기관지는 아프면서 통쾌한 객담과의 이별을 했다.  


  사람때문에 몸과 마음에 가래가 꽉 끼어있는 그 학생이나 농부아저씨, 그리고 '나와너'를 얘기하는 모든 분들을 이 맛있는 테이블로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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