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몇 년 전에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 회식을 가게 되었습니다.
상사에 의한 갑작스러운 식사자리였고 우리는 몇 개의 차에 나눠 타고 식당으로 갔습니다.
저는 상사의 차에 타게 되었는데 식당으로 가는 동안 상사는 최근 개업한, 우리가 가고 있는 식당이 얼마나 괜찮은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마침내 식당에 도착했고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식당의 외관이 크고 멋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식당의 자리가 제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집이 있었던 곳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유년의 향수가 제 마음을 가득 채웠고 저는 저도 모르게 저의 옆에 있던 동료에게 “여기가 제 태 자리예요.”하고 속삭였습니다. 당시에 정말로 저의 엄마는 병원에 가지 않고 저를 그 집에서 낳았습니다. 제 말을 들은 동료가 해맑은 얼굴로 상사에게 “여기가 정화 씨 태 자리래요.”하고 친절하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저는 상사가 저처럼 기뻐해주거나 놀라워해 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상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래?”하고 대꾸했습니다.
그날 상사는 고기가 구워지는 대로 제 옆 자리에 앉은 직원의 접시에 나르느라 바빴습니다. 몇 개월 전, 업무 문제로 갈등이 있고 난 다음부터 상사는 저를 반은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사정상, 그의 묵묵한 차별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며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상사가 저를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동안에 저는 상사 앞에서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걸고 집에 돌아와서는 침울해했습니다. 그날도 저는 제가 직접 고기를 구워 제 입에 넣었고 절대로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온 저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상해 있었습니다. 저는 상사가 때마다 저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그런 메시지를 받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은 저라는 사람의 기저를 만들어준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집과 동네에서 귀한 존재로 사랑받았던 기억,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을 처음 경험 하며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든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자주 (의식으로) 그 시절에 걸었던 길가에 서서 하늘을 봅니다. 동네 하천이 흐를 때 빛이 움직이던 모양과 바람이 불 때의 느낌과 날아다니던 검은 잠자리 같은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기억이 있는 한 저는 상사가 저를 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쓰고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그 동네를 떠난 이후부터 내내 마음속에 있었던 이야기, 계속 재생되는 풍경들을 펼쳐 놓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과연 다 무엇이며 그 이야기들을 쓴 다음에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을 옮겨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