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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Aug 08. 2020

덜어내는 인테리어

공간의 가치

집 꾸미기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인터넷 카페와 사이트를 뒤지며 예쁜 소품, 예쁜 가구, 멋진 액자를 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내게 집은 꾸밈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살림 생활 17년 차인 지금, 집에 대한 대부분의 노력들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데에 있다.

집은 가족 모두에게 쉼이 되어야 한다.

예쁘기만 한 집은 우리에게 쉼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청소하기 쉬운 집

최대한 사람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집

그래서 눈이 시원하고 마음이 편안한 집

그것이 내가 지금 집에 바라는 모든 것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며 모든 것이 새것이라 좋았지만 나의 취향과 달라 아쉬웠던 곳들은 역시나 사는 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4년, 이제 가장 비우고 싶은 곳을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들이는 것은 쉽지만 비우는 것은 인테리어에서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엌의 수납공간은 중요하지만 문제는 장식장이다.

오픈된 형태의 장식장은 눈을 불편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얹고 치우기를 반복했다.

식탁공간은 좁았고 장식장은 늘 어수선했다.


장식장을 철거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인테리어 업체에게 부분 인테리어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었다. 비용 또한 작업 양에 비해 높은 편이다.

고민 끝에 전문가를 섭외해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공사 시작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마감재를 확보해두는 것이다.

처음부터 시공되어있는 붙박이 장은 바닥과 벽 천장 마감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거할 경우 동일 자재가 있어야 자연스러운 마감이 가능하다. 철거할 가구와 이어진 가구가 있다면 그 부분 또한 마감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시공한 지 3,4년이 지나면 마감재가 단종된 경우가 많다.

다행히 벽지는 단종되지 않았지만 건설사 납품용이라 일반인에게는 판매되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사업자등록증을 팩스로 보내고 발주를 넣는 방법으로 동일 천장 벽지를 구입했다.


문제는 바닥이었다. 마루는 이미 단종된 상태였다. 같은 브랜드에서 최대한 같은 계열의(후속 모델) 동일 사이즈를 구입했다.

짜맞춤 방식으로 끼워 맞추므로 사이즈가 매우 중요하다.


재료가 준비되면 이제 실력 있는 기술자분을 섭외한다.

무조건 최하 견적가를 찾기보다 실력에 초점을 두었다.

(최고 견적가, 최저 견적가는 피했다)

요즘은 개인 블로그 등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아 작업 과정과 결과물, 성향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간혹 연결만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되도록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을 찾는 것이 좋다.


시공받을 부분의 사진을 보내고 견적을 받아 결정한다.

최대한 자세한 사진을 찍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공사의 경우 견적을 위한 방문은 하지 않는다. 당일 공사로 끝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해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다.


순서는 철거 - 벽 마감(목수) - 마루 - 조명 - 벽지 순으로 진행했다.


                                철거

천장 몰딩과 벽면 손상이 없도록 조심히 제거한다.

기존 몰딩과 동일한 것이 없을 경우 재사용할 수 있다.

장식장을 제거하니 역시나 장식장과 연결된 싱크대 하부장의  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하부장 마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철거한 정식장의 도어를 남겨두었다.



                         벽 마감 (목수)

튀어나와있던 부분을 제거하고  석고보드와 mdf로 벽을 마감해 주었다. (남겨둔 장식장 도어로 하부장 마감, 바닥 빈 곳은 시멘트로 마무리)



                            마루보수

마루는 자연스럽게 시공하기 위해 연결식 시공을 택했다.

주변 마루를 일부 철거해 연결 시공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마감을 기대할 수 있다.

홈을 재단하지 않고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시공해야 시간이 지나도 들뜨지 않는다.



                                 조명

입주 시 설치되어있던 주방 조명은 어머어마하게 크고 무거웠다. 늘 압도당하는 기분과 무게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조명은 남편과 함께 제거했는데 처음 계획은 루이 폴센 등을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사를 하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천장과 시원하게 확보되는 시야에 가족 모두 매료되고 말았다.

식탁 위에 펜던트 등이 꼭 있어야 할까?

식탁을 옮기기라도 하면 식탁등의 위치가 애매해지고 마는 펜던트 등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이틀만 지나도 먼지가 쌓이는 식탁등은 참으로 귀찮은 존재였다.

대신 두 가지 밝기의 다운라이트를 넣어 때에 따라 밝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매입형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천장 안쪽에 여유공간이 필요하다. 우물천장의 경우 여유공간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집 또한 마찬가지여서 등을 우물천장 밖에 설치했다. 작은 사이즈 다운라이트는 각도 조절이 되는 제품을 설치해 벽 또는 식탁을 향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너무 밝을 경우 눈이 부실 수 있다. 적당한 와트수와 루멘(lm)을 확인한다.

매입형 등의 밝기를 확인하기 위해 을지로에서 직접 구매했다. (조명 상가에서 보는 것보다 집에서 훨씬 밝게 느껴진다)


공부하는 장소나 조리를 위한 공간 이외의 장소는 너무 밝지 않은 적당한 밝기의 노란빛이(전구색) 편안함을 준다. 요즘은 부분 조명을 선호하고 메인 등을 하지 않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진정한 휴식을 위한 공간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내려오는 식탁등은 고정관념이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어떤 것은 없다.



                                 도배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연결된 부분 전체를 제거하고 시공한다.

주방등이 달려 있던 우물천장에난 구멍을 자연스럽게 메우기 위해서는 우물천장 전체를 도배하는 것이 좋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꼼꼼한 마감을 원하면 그만큼의 소통이 필요하다.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소통해야 만족도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공자의 입장과 집주인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나의 꼼꼼함을 최대한 어필할 것


그렇게 어두운 장식장을 비우고 말갛고 깨끗한 바닥과 벽을 얻었다.


고작 가로 194cm X 세로 133cm 커진 주방의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커다란 식탁등과 장식장이 사라진 부엌은 시각적으로는 두배는 족히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장식장위에 무심코 얹어놓은 물건들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수고가 사라졌다.

주방등에 쌓인 먼지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공간과 더불어 시간까지 얻은 것이다.

하나를 비우면 얻는 것은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적게 가질수록 우리는 더 넓은 공간을 가질 수 있다.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기 위해 우리가 써야 하는 경제적 비용을 생각해 본다면 답은 찾을 수 있다.


물건보다 공간의 가치가 우위에 있다.



< 장식장 철거 마감 비용 >
마감 부분이 적더라도 대부분 하루 인건비로 계산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 대비 절감 효과는 컸다.

철거 - 15만 원

벽 마감(목수) - 36만 원
                         석고보드, 기타 재료 비용  61000원

마루 - 30만 원
           마루 75000원, 걸레받이 서비스

도배 - 25만 원
          천장지 28600원, 벽지 45000원

조명 - 셀프시공
            오스람 다운라이트  전구색
            6inch 12.5w
            3inch 5w (각도 조절)
            24200원

합계 : 1,293,800원


@a.m_11_00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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