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 쉼표를 찍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그 길목에 서서

by 아멜리아

01.

'혼자'가 되기 위하여


 나는 단 한 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의 품이 세상의 전부였던 어린 아이 때와, 친구들이 전부였던 중·고등학교 때는 물론이고, 성인이 되고 대학에 와서도 항상 학과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 정말 열심을 다해 참여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항상 어떤 집단의 일부로서 존재했다. 그 안에서 얼마나 크고 작은 역할을 해냈는가는 매번 달랐지만, 그 또한 그 집단 내에서 나의 역할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인간 관계에 관한 강의를 하나 들었다. 그 중 '사회적 자아'라는 어휘가 그렇게 마음을 울려왔더랬다. 사회적 자아란 한 마디로, '나'라는 사람을 스스로 인식할 때 둘 수 있는 여러 기준 중에 하나를 바깥으로 두는 것이었다. '나의 가치관', '나의 성격' 그 자체로 인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적인 지위 등으로 인식하는 자아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사회적 자아가 참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건강 검진을 받고 나서, '이제 모임의 횟수를 조금 줄이고 내 몸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또 다른 모임에 나가있는 나. 모임을 파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몇 번이나 그 생각을 했던가. 나를 위해 시작했던 관계들이 이제는 나를 끌어가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picture by Anubhav Saxena


아,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02.

단 하루의 경험


 '혼자',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걸 배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는, 넓디 넓은 학교의 도서관에서, 철저하게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있어보기로 했다. 1학년을 마친 뒤의 겨울방학 때였던 것 같다. 열람실 입구에 있는 물품 보관함을 빌려 휴대폰도 거기에 두고, 읽고 싶었던 책 목록과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증, 그리고 손목에 찬 시계만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내가 고른 자리는 지인들이 한 명도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은 서가의 아주 구석진 자리였다. 하지만 참 아늑했다. 적절히 햇볕이 들기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그 하루를 보내기에는 그렇게 좋은 자리도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한 시간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 SNS를 끼고 사는 나로서, 그리고 혼자 있을 떄면 항상 음악을 들어야하는 나로서 휴대폰과 이어폰이 없는 하루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분명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는데도 몸이 뒤틀리고 집중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당장 보관함에 넣어둔 내 휴대폰을 찾아오고 싶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딱 지나고나자 나는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조금의 소음이 있는 카페를 더 좋아하기는 했지만, 소음이라고는 내가 넘기는 책장의 소리와 가끔 내 뒤에 있는 서가에 책을 찾으러 온 사람의 발걸음 소리 뿐인 그 적막감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도 낡은 책들이 풍겨오는 그 책 내음이 그렇게 좋았더랬다. 그 책내음과 적막감은 나로하여금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가 지기 직전에 도서관을 나섰을 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완독했다.


 내친김에 보관함에서 노트와 펜 등만 찾고는 학내 카페로 갔다. 중앙도서관 통로에 있는 베이커리 옆 카페에 앉아서, 한 시간 정도 낙서를 하면서 지난 일 년 간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에만 집중했다. 놀랍게도, 일 년 동안 고민했던 것보다도 그 하루동안 했던 생각들이 더 많았고, 생산적이었다.



picture by Romain Vignes


놀랍게도, 일 년 동안 고민했던 것보다도
그 하루동안 했던 생각들이 더 많았고, 생산적이었다.



03.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그 날의 경험은, 그렇게 나로 하여금 한 해 뒤에 오롯이 혼자로 있어볼 용기를 내게 만들었다. 바로 지금, 2학년을 마치고 난 나는 다른 사람들이 3학년을 시작할 때 학교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나의 손은 동기들이나 가족들, 친구들의 손이 아닌 카메라와 책을 잡고 있다.


두렵다. 그리고 아득하다.

언제나와 같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왁자지껄 여행이 아닌, 혼자서─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그 길목에 서니 참 두렵고 앞길은 모호하기만 하다. 다만 바라건대는 그 언젠가 나중에 2016년, 스물 한 살의 나를 돌아볼 때 용기를 낸 나 자신을 뿌듯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뿐이다.





처음으로 나의 손은
가족들, 친구들의 손이 아닌
카메라와 책을 잡고 있다.



Cover Picture by Vladimir Kudi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