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책 읽는 엄마, 앞으로도 책읽을 엄마

by 아멜리 Amelie

5년 전인 2016년에 쓴 글.

지금 내마음과 달라진 게 없어서 소중한 글과 그때 나의 마음.


2015년 첫아이 낳고 육아휴직 중이었던 그때 동네 도서관은 가장 좋은 놀이터였다.


동네 도서관에서 아이들 책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엄마들의 동화책 모임도 운영했었다. 이제 막 태어난 어린이 데리고 다니며 열심히 살았다.


지금도 서점가고 도서관가고 책읽기 행사가 있으면 찾아다닌다. 책만큼 좋은 친구가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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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활동했던 엄마들의 동화책 모임에서 두 번째 문집를 낸다고 인사글 요청을 했다. 어젯밤에 혼자 써 내려가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아이와 나와 책이 잘 연결되어 굴러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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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만 2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나무 블록 마냥 시나브로 들어온 어른들의 입말을 작고 여린 입술로 노래하듯 내뱉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입말을 받아 써 봅니다. 그 속에는 아이가 그 동안 바라봤던 세상이 있습니다. 하늘, 구름, 햇살, 달님, 별님이 바람결에 춤을 춥니다. 나뭇가지에 걸터 앉은 비둘기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 숨바꼭질을 합니다. 개미와 작은 돌멩이가 씨름을 하고, 강아지와 달팽이는 달리기를 합니다. 아이가 노니는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로 넓고 깊고 높습니다. 아무도 아이를 가르치지 않았지만 아이는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세상 그대로의 모습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배우고 있었습니다.


먹물을 그대로 흡수하는 화선지 같은 아이에게 책이란 뭘까 수도 없이 고민합니다. 어떤 책을 보여주고, 어떻게 들려줘야 할 지 고민하는 방법론적인 접근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왜 책이어야 할까요. 가끔은 책이 나에겐 무엇인지도 되짚어 봅니다. 어린시절 세상에 움직이는 것이라곤 시계 바늘밖에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집중해 읽어 내려간 글들이 있었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찍힌 쉼표가 나의 들숨과 날숨이었고, 문장 마지막을 장식한 마침표와 느낌표는 터져 나오는 한숨이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 묻혀 있다 고개를 들면 넓은 캔버스같이 펼쳐진 하늘에 주인공의 얼굴과 서사의 흐름이 담긴 구름이 넘실 거릴 때가 있었습니다. 심장 한쪽이 지릿하게 저며오는 감동과 할머니 뱃가죽처럼 굴곡진 주인공의 인생사가 주는 교훈, 단어와 문장과 문단 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터져 나오는 생각에서 우린 책의 기쁨을 만끽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은 들기름 같은 존재이면 좋겠습니다. 일상이란 밥알의 사이 사이를 채워 질리지 않는 구수한 풍미로 밥맛을 내는 들기름 같은 책, 현실이란 보리밥 아래에 숨어 있으면서 입 속에 들어와야만 퍼지는 고소함으로 꿈과 미래, 상상을 향한 여행을 만끽하게 만드는 들기름 같은 책 말이지요.


아이가 가끔 함께 읽어 내려간 책장을 펼쳐 놓고 하염없이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아이는 그 장면에서 주인공도 되었다가, 달님으로도 변신합니다. 달님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풀꽃의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합니다. 아이가 꿈꾸는 시간이 바로 이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시간을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을 마주합니다.


맘스북스가 두 번째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엄마들의 책 여행 시간만큼 우리 아이들의 세상도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엄마들도 성장했겠지요. 맘스북스라는 즐거운 책 여행의 마침표에서 아이들의 새로운 꿈의 세계가 열리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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