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마주하며
마이크가 주어진 덕분에 고민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30분을 쏟고 집에 돌아오는 길, 헛헛한 마음이 들어서 끄적여보는 것.
이번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불법이고, 그 문제제기를 하는 대표는 전과가 상당한데 합법이라고 보는거냐 라는 상대방의 물음 앞에 나는 휠체어 타는 사람이 출퇴근 할 수 있는 나라였다면 이미 일상에서 마주했어야 할 장면이었고, 합법적인 투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금 더 말을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란 아쉬움과 함께 ‘나는 왜 전과가 없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무수히 많은 운이 주어졌거나 누군가의 용기에 기대어 안전하게 살아갔거나 하는 이유들로 나는 전과가 없을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합법과 불법이라는 구분만으로 담기지 않는, 범죄라는 경계는 누구의 삶을 더 담고 있을까 라는 고민과 함께 ‘불법이 뭔데,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존재, 감정은 이 사회에서 불법적인 무언가로 설명되고, 여겨지고, 그래서 사라지고 있는데 그 앞에서 ‘합법적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사실 엄청난 권력이지 않을까.
단순화시켜 말할 수 없겠지만 나는 이 모든 게 한끗차이인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가진 권리에 대해 알고 싶고, 사회에서 내가 다르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싶어서 인권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지금은 그저 내가 어느순간 불법을 자행하는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범죄학을 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이 모든 건 한끗차이에 비롯되는 것 같다. 슬프고 아프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