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책임제도? 근무시간 감소? 어떤 고민을 함께 해보면 좋을까
앞 글에서 안 그래도 심각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더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제로 웨이스트의 5R 개념을 살펴보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올해가 가기 전에 글을 마무리해 보자!
일단 글을 다 읽고 실망하실까 봐 결론(!)부터 말하고 넘어가자면, 아쉽게도 이 글은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런저런 구조적 변화 및 제도가 필요하다고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이 결국 "개인의 행동"변화에 크게 기반하고 (음식도 제품도 배달을 덜 시키고, 덜 소비하고, 집에서 요리를 더 하고 등), 근무시간 감소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되기 전까지는 이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위해선 개개인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 아쉽다. 앞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학생이면서 적당한 월급을 받고, 근무시간이 유연하고, 채식을 하고, 집에서 요리하는 게 익숙한 나는 이게 편하고 즐겁지만.. 이를 주변에 쉽게 권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 두 번째 글을 시작해놓고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이러한 기준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고, 그러면 이런 구체적인 고민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결국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같이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어설픈 글이나마 일단 완성해 보았다.
그래서 이 플라스틱을 다 어떻게 하라는 거냐?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발생한걸 어떻게 처리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앞 글에서 5R 기준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정말 자원이 순환하는 사회, 쓰레기가 없는 (제로 웨이스트) 사회를 위해서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는 게 먼저다.
사실 앞 글에서 소개했었어야 하는 영상이지만..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가 처리되는 시스템과 근본적인 문제점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닷페이스가 2018년에 만든 아래 영상에서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다.
영어로 쓰레기를 버린다 라고 할 때 throw "away"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다른 곳 (away)로 던져(throw) 버린다는 것. 우리는 여태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 등 인건비가 싼 다른 나라로 던져 버려 왔지만, 그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거기에 간다고 쓰레기가 마법과 같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위 영상에서 TV 속에 잠시 나온 화면은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의 일부인데, 중국의 두 가족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플라스틱 쓰레기 산과 함께 살아가며 이를 일일이 손으로, 또는 아주 단순한 설비의 도움을 받아 고르고 씻고 녹이고 하면서 얼마나 환경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적은 돈을 벌며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 다큐도 영향을 미쳤을 2017년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의 여파로 2018년 서울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위 영상에서 설명했듯이 재활용 쓰레기도 여태까지는 "경제 논리"에 의해서 수거되고 (다른 나라에서) "처리"되어 왔지만 언제까지 다른 나라에서 이를 받아줄까?
언제든지 시장 논리에 따라 재활용품은 수거되지 않을 수 있고 (..) 결국 가장 안전한 해법은 하나입니다. 재활용 폐기물의 양 자체를 줄이는 일입니다.
그럼 이제 아래 5R 원칙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일회용 식음료 용기, 배달용기, 택배 등 배달 포장, 아크릴 가림막 이 세 가지에 적용해 보자.
상황
1.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 카페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등 규제가 있으나 일시 중지 상태. 심지어 일회용품을 쓰지 않던 식당에서도 식기류에 일회용품을 쓰기 시작.
2. 테이크아웃 시에 텀블러 등 개인 용기 사용을 거절하는 식음료 업소가 늘어남.
대책
1. 기존에 하던 것처럼 매장에서는 일반 식기나 컵 사용을 권장 또는 강제.
2. 테이크아웃 시에는 텀블러 등 개인 용기 사용 거절 금지.
논의점
1. 일회용 식음료 용기가 정말로 더 위생적인가? 사실 그렇지 않다! 일회용품이나 다회용품을 통한 전파 정도는 비슷하고, 오히려 씻지 않고 사용하는 일회용품보다 비누를 통해 세척해 사용하는 다회용품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보건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2. 하지만 매장 입장에서는 감염 발생 시 책임소재가 번거롭고, 손님들도 남이 쓰던 컵을 쓰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만연해 있는 것이 문제. 일단 12월부터 다시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하지만 1.5단계 이상에선 손님이 원하면 일회용 컵을 쓸 수 있다. 원래도 규제가 아니면 설거지 등의 이유로 일회용 컵을 선호하는 매장이 많았으니 당분간은 수용성 문제로 쉽지 않을 것 같다.
3. 사실상 개인이 카페에 가면 다회용 컵을 요구하고, 테이크아웃을 한다면 개인용기를 지참하고, 일회용품만 쓰는 곳은 가지 않거나, 아예 카페나 식당을 가지 않는 게 환경적으로는 최선인데.. 바쁜 일상에서 개인의 불편함 (요구하기, 따로 지참하기, 음료 안마시기, 직접 만들기)로 이어진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으려나 싶다.
상황: 배달음식 이용이 많아지며 배달 음식 포장 용기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함.
대책
1. 배달을 안 한다
- 직접 가서 먹고 오기
- 집에서 요리를 더 하기
2. 재사용 용기를 사용하여 일회용기를 '거절'. 옛날 중국집처럼 반납하는 그릇을 사용한다. (이는 "재사용하기 reuse" 전략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카테고리인지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논의점
1. 직접 가서 먹고 오라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권장하기 어렵다. 또한 집에서 직접 요리를 더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가장 이상적이지만, 근무시간과 통근시간이 길어서 집에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고, 1인 가구를 위한 소량의 식재료도 사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여럿이 같이 사는 경우 이로 인한 추가적인 살림 (장보기 요리하기 치우기 등)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편중될 위험도 크고.
2. 업체 입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사고 버리는 게 재사용 그릇을 내보내고 수거하고 씻고 다시 쓰는 것보다 (인건비나 시간 측면에서) 훨씬 더 경제적으로 이득인 상황. 이것은 플라스틱의 비용이 크게 오르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일.
상황: 안 그래도 온라인 쇼핑 등으로 택배가 많은데 더 늘어나서 이로 인한 포장재가 폭증.
대책
1. 온라인 쇼핑과 택배를 시키지 않는다.
-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 온다.
- 필수품이 아니라면 최대한 구매하지 않는다. (명절, 연말연시 등) 선물도 자제하고.
2. 비닐포장, 스티로폼, 아이스팩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은.. 회수 및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 혹은 재활용이 조금 더 수월한 재료 포장 (종이 등)으로 전환.
논의점
1. 직접 가서 사 오라는 것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권장하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고려하면 사실상 택배가 꼭 더 안전한 것도 아닐 것 같다. 물건을 최대한 사지 않는 것은 시도해 볼만하지 않을까? 선물도 자제하고. 즐거움이 줄어든 상황에서 쇼핑과 선물의 즐거움까지 앗아가다니.. 싶기도 하지만.. 왜 우리는 물질적인 보상으로 즐거움을 찾고 나누게 된 걸까?
2. 회수 및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 사용은 다수는 아니지만 일부 쇼핑몰에서 일부 도입하고 있는 듯 하기는 하다.
상황: 식음료 업소 및 여러 장소에서 아크릴 가림막이 사용됨
대책: 식당에서는 쓰지만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는 최대한 안 쓰는 것?
논의점
1. 하지만 필요한 곳, 필요하지 않은 곳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까? 많은 상황에서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림막을 이왕이면 쓰는 게 좋지 않을까
2. 역시나 식당이든 많은 인원이 모이는 상황이 없는 게 가장 좋지만.. 수능을 안 볼 수도, 다 문 닫자고 하기도 어려우니.
이 부분은 대책과 논의점 모두 위 거절하기 refuse 부분의 "안 한다"를 "덜 한다"로 바꾸면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현 사회구조 상에서 이게 쉬울까? 그러라고 권장하기는 쉬운가? 이 문제는 마지막에 더 자세히 다뤄보자.
아 이건 조금 간단하다. "덜 설치하기"도 있지만, 이미 설치된 제품은 새것으로 자주 바꾸기보다 최대한 오래오래 오래 사용하는 것!
일회용 플라스틱, 스티로폼, 아이스펙 등을 다시 쓸 수 있나?
- 일회용 식음료 용기나 배달 용기를 집에서 몇 번 다시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감소에 도움이 안 된다. 내구성도 좋지 않고, 어차피 재사용하는 양보다 주문하는 양이 많으면 계속 쌓이기만 할 테니. 이를 다시 매장에 가져다주는 거라면 아예 다회용기를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아이스팩은 가정용으로 여러 번 쓸 수는 있겠지만 쓰이는 양보다 쌓이는 양이 많은 경우가 많을 테고. 어차피 무한히 쓸 수는 없으니 쓰레기가 될 것.
- 다시 쓸 수 있는 다회용기, 다회용 포장재를 쓰는 것은 위 '거절하기'에서 이미 제안한 방법.
수능 시험장처럼 1회성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아뒀다가 방역해서 다시 쓰던가, 다른 필요한 장소들에 분배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 물론 모아서 씻어서 보관하거나 나누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비용이 아마도 더 싸다는 것이 여기서도 문제겠다.
재활용이 수월한 코팅되지 않은 종이 소재로 대체. 해외에서는 사실 코팅되지 않은 종이 소재 용기를 배달 용기로 많이 쓰는데, 한국음식은 국물류가 더 많아서 그런가 잘하지 않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뭔가 해결 방안이 없을까.. 코팅이 쉽게 벗겨질 수 있게 한다거나? 아 어렵다.
상온에서 생분해가 가능하고, 플라스틱 쓰레기와 섞이지 않는 용기가 개발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일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시중에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수한 조건 (고온고압)에서만 분해가 되는데 그런 설비가 없고, 오히려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기도 하기에 (앞 글에서 소개한 기사와 영상 참고) 좋은 대안이 아니다.
유리나 금속류가 재활용은 더 쉽지만 둘 다 플라스틱보다 무겁고, 내구성도 덜하고 비용도 싸지 않다. 하지만 정부에서 며칠 전 일단 편의점 생수 용기를 다 유리병으로 대체하고 배달용기는 두께를 줄이자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하니..
가림막의 경우는 종이나 나무 등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겠다. 아크릴이 더 많이 사용되는 건 내구성과 편의성(투명함, 가벼움 등)도, 가격도 아크릴이 더 좋기 때문일 텐데, 일단 앞의 글에서 소개한 이 기사에서 소개하길 해외에서는 보다 재활용이 수월한 골판지나 나무 판지로 만든 칸막이가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어떤 일회용 플라스틱이든 공통적으로 아래 두 문제로 귀결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게 더 저렴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유가의 하락으로 플라스틱은 싸지고 인건비는 비싸지니, 다회용 식기나 포장재를 (회수하고) 씻어서 (특히 코로나 상황에선) 재사용하는 게 새 일회용기를 계속 사는 것보다 더 비싸고, 이는 구조적인 문제다.. 인건비야 오르는 게 맞는데, 플라스틱의 값에 처리 비용도, 생산에서 발생하는 오염에 대한 비용도 들어있지 않고 오히려 화석연료 산업에 보조금도 들어가고 하니 마냥 싸진다는 게 큰 문제다.
결국 플라스틱 값이 오염 처리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여 비싸져야 하는데, 실효성 있는 생산자 책임제도의 도입으로 생산자가 플라스틱을 책임지고 확실하게 회수해서 처리하는 방법과 비용을 부담한다면 이로 인해 포장재 값이 오르거나 아니면 생산자들이 더 좋은 방법을 개발할 인센티브가 늘어날 수 있겠다.
더불어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병 보증금제를 도입하면 적어도 사용자들이 일회용 컵을 여기저기에 버리지 않고 확실하게 모으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음료병 등 규격화를 통해서 재활용을 수월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 재활용을 늘리는 데에는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우리 삶의 여유가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일회용 플라스틱은 많은 부분 식당도 카페도 덜/안 가고, 배달 음식도 덜/안 시키고, 택배도 덜/안 시키면 줄어들거나 없앨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전부 가능해 보인다. 우리의 일상만 바뀌면.
하지만 그러려면 매번 요리를 해야 하고, 장도 직접 봐야 하고, 남이 만들어 주는 음식과 음료의 편안함과 맛을 즐길 기회도 없어지는데. 과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할까? 우리에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가?
심지어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나도, 그렇게 하는 게 옳으니 다들 그렇게 해야 된다고 선뜻 권하기가 어렵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환경뿐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겐 분명하게 낫다고 믿지만, 많이 일하고, 적게 벌고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 사회에서, 지금 당장 늘어나는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 식음료 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단지 인식이나 개인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가 쓰레기를 거절하고 줄이는, 소비를 줄이는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플라스틱 처리 비용의 현실화를 제도적인 해결도, 우리 삶의 속도와 여유도 늘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 이야기는 아래 금자님의 인터뷰에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어서.. 내가 굳이 이 글을 쓸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터뷰 글 소개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아래 기사뿐 아니라 듣똑라 팟캐스트에서도 알찬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87-1화 원헬스/일회용 없는 세상, 가능할까?(f. 고금숙 활동가,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팟빵 애플팟캐스트
87-2화 원헬스/노플라스틱 운동은 '내 일상을 돌보는 것'팟빵 애플팟캐스트
쓰레기 보러 외국까지 다녀왔다면서요.
“네(웃음). 망원시장 상인분의 말처럼 시스템이 바뀌는 게 정말 중요한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잖아요. 그래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에 다녀왔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케냐와 인도를 다녀왔어요. 케냐는 2017년부터 비닐봉지를 쓰면 벌금이 4300만원이에요.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적응해서 당연히 장바구니를 써요. 물론 에티오피아 국경에선 블랙마켓으로 비닐봉지가 밀수입된다고는 해요(웃음). 인도는 여성운동과 쓰레기노동(waste peaker) 운동이 같이 가요. 쓰레기를 줍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도록 요구하는 거죠.”
쓰레기 문제가 ‘존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보는 거군요.
“네. 그래요. 자본주의는 일회용품으로 몸집을 불리고, 이제 인간까지 일회용으로 만들고 있죠. 더 이상 자본주의는 대량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사람까지 쓰레기 취급하는 거죠. 고 김용균씨,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의 가방에서 컵라면과 일회용 젓가락이 나왔어요. 열두 시간씩 밥 먹을 틈도 없이 일하고 곁을 지키는 동료가 없어서 죽었어요. 가장 소외되고 가장 힘이 없는 계층이 시간도 자본도 없으니 결국 일회용품으로 후루룩 끼니를 때우고 자기돌봄을 할 수 없게 되죠. 저는 플라스틱 프리 운동이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가 아니라, 그런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떤 물건도 사람도 쓰레기로 취급하지 않는 삶, 관계를 되살리고 서로를 돌보는 사회로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그저 쓰레기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관례라든지 자신의 일상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고씨는 최근 ‘쓰레기 사회에서 살아남는 플라스틱 프리 실천법’이라는 부제를 단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라는 책을 펴냈다. 쓰레기에 관한 고씨의 철학을 담은 ‘쓰레기 이론서’이자, 쓰레기 없는 사회를 위해 누구나 뭐라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쓰레기 실용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재생지를 썼고, 표지는 코팅하지 않았으며, 띠지도 만들지 않았다. 모든 책을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이 기본인 한국의 출판시장에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책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고씨는 책 인세의 일부를 ‘김용균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위에 소개된 쓰레기 탐방 여행과 각종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 팁이 소개된 금자님의 유튜브 채널 및 첫 영상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