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승혜 Feb 09. 2024

일요 글쓰기 모임

앞에 사이드 프로젝트 글에서 소개하는 걸 깜빡했는데.. 하긴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라기보단 또 다른 딴짓 모임이긴 하지만... 박사과정 및 유럽 생활을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어준 서포트 네트워크임이자 숨구멍(?) 임에는 분명한 사실!! 


모임을 소개하는 글을 다른 곳에 기고했었는데 그대로 가져와 소개해 본다.


일요 글쓰기 모임은 2022년 연초에 시작되어 매주 일요일 저녁에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모임입니다. 녹유(녹색당 유럽 모임)의 소모임 같은 느낌이지만 당원이나 녹유 행사 참여 여부, 거주하는 지역과 무관하게 모임원들의 친구나 지인분들 중 저희와 잘 어울리겠다 싶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시면 자유롭게 초대하고 있어요. 다만 시간이 유럽 중부시간으로 저녁이고 사용하는 언어가 한국어이다 보니 현재는 유럽에 계신 한국 분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임은 매주 열리지만 전원 매주 참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시간이 될 때만 오시면 됩니다. 보통은 한 번에 4-8명 정도 모이는 편이에요. 


일단 함께하는 몇몇 모임원분들이 나눠 주신 후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2021년 1월부터 4월, 하리타 님이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독일에서 글 쓰는 여자들)에 같이 참여했던 글벗들이 몇 달 후에 모여 일요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고, 그 뒤로 새로운 글벗들이 오며 가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고요, 간단한 일상 나눔에 이어 각자 40분~50분 정도 글을 쓰고 다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마무리됩니다. 글 공유는 자유! 누군가의 소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글쓰기 모임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가끔 고민 상담, 진로 상담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요.


일요일 저녁에 글쓰기 모임 분들 만나서 근황 나눌 생각 하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일주일 외국어에 치이다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글 쓰는 시간이 정말 소중합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8시 반이 되면 저는 책상에 앉아 랩탑을 켜고 줌 링크에 접속합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근황을 나누고 각자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일요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는 시간이거든요. 한 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근황을 듣고,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하는 50분을 가진다는 게 이젠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이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에게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글은 정해진 형식이나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어요. 글을 쓰시고 공유하거나 피드백을 받고 싶으신 분들은 링크나 파일을 공유해 주셔도 되고, 쓰신 글을 공유하지 않고 혼자 간직하셔도 당연히 괜찮아요. 단체 채팅방에서는 꼭 모임이 아니라 다른 때 쓴 글이더라도 언제든지 공유하고 피드백을 요청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떤 글을 쓰냐면.. 일기나 블로그에 올릴 일상 글 등이 가장 흔한 주제지만 어딘가에 기고할 글을 쓰거나, 학교 과제를 하거나, 논문을 쓰거나 심지어 글은 쓰지 않아도 오셔서 근황을 나누고 글 쓰는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날도 종종 있어요. 아주 가끔은 동일한 하나의 주제로 각자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같은 주제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는 것이 또 나름 재미가 있어서 앞으로 더 자주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글을 쓴다는 게, 특히 꾸준히 쓴다거나 “써야 할" 글을 쓴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글을 쓰기로 정해진 시간에 와서 글을 쓰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창작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 후기도 글쓰기 모임에서 다른 모임원분들의 소감을 묻고 모아서 글을 수월하게 시작하고 그 에너지를 이어받아서 휘리릭 쓰고 공유하고 피드백까지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한 분이 친구분에게 저희 모임을 “따뜻한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글 쓰는 모임”이라고 소개하셨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또 앞에서 모임원분들이 소개해 주신 것처럼, 일주일마다 모여서 근황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하다 보니 모이는 것 자체로도 위로가 되는, 어떻게 보면 가족, 혹은 지역이나 종교 공동체의 역할을 일부 하는 느낌의 모임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유럽 생활이나 여행 정보 공유도 하고 서로 진로 상담도 하는 등 실질적으로 꽤나 보탬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지역이나 해외에, 자주 연락하거나 함께 사는 친구나 애인, 가족이 이미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정치사회적 사안이 터지거나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와 불평등, 그리고 유럽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 자체로 인해 존재하는 은근한 불안감을 늘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없거나 부족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을 좀 더 안전하게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있다는 점이 큰 도움과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녹유 또한 바로 그런 공동체지만, 매주, 더 자주 정기적으로, 그리고 누구도 준비할 필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모이는 것에서 오는 힘이 또 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이드 프로젝트로 박사과정 생존과 취업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