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셋. 공식적으로 백수가 되었습니다

대세를 따라 퇴사 후 백수가 되었다

by 쵬개





예 저도 백수입니다 이제. 공식적으로요.




회사에도 알리고 서류 처리도 곧 끝납니다. 지금까지도 백수생활을 했지만 휴직기간이어서 뭔가 찜찜함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뭔가 맘대로 못할 것 같고.

근데 이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서류처리를 시작하니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부모님한테는 내일 말하려고요. 조금밖에 안 놀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해온 말들과,, 뭐 그런 걸 보면 아마 어느 정도 짐작은 하시겠지요.






아니 이게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인가. 왜 이렇게 업되지?


일단 휴직을 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시작하니까 회사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못 가겠더라. 그 시골에 처박혀서 퇴근 후의 삶도 없고 친구도 없고. 회사 분위기라도 좋으면 몰라, 꼰대들 천지에...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더라. 그리고 지금 성격이나 생각 자체도 몇 달 전 회사를 다닐 때랑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나는 밝고 엉뚱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둡고 까칠하고 예민하고 뭐든 의욕 없는 싹수없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게 용기를 주었던 점. 대충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는 거. 아니 다양하게 살고 있더라고 스트레스 덜 받고.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지면서 삶에 대한 불안감은 생기겠지만. 회사를 다니면 평생직장이 될 회사일 거인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 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안정성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행복하게 대충 사는 게 중요하지.


열심히 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 요즘 대세가 또 퇴사하고 자유롭게 살기인 것 같아서 나도 대세에 따르련다 하고 스리슬쩍 묻어가 볼까 한다.

나에게 건투를 빈다. 비록 올해 한 것은 많이 없지만, 내년 지금 이맘때쯤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매우 신나서 글의 흐름이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인 점 양해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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