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보다 더한 쿠팡지옥.

(부제: 실패 박물관 1관 - 월 천만 원은 진짜 가능한 것일까요?)

by 리미파파

1. 무소식은 대부분 희소식이라는데…

글로벌하게 컴플레인을 받고 몸과 마임의 균열이 조금씩 심해지며, 방향성에 대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귀신같이 알았는지 다시 한번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게 되는 신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건강에는 사람들이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

“재구매율도 높고 반품도 거의 없기에 훨씬 수월하게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순간 복잡했던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었으며, 나름대로 헬스케어 관련 일 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수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건기식’이라는 프레임이 정해진 후, 계약금 송금과 함께 최대한 빠른 미팅날짜를 확정하고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하며 당장의 비용은 분명히 몇 배 이상의 수익으로 되돌아올 거라는 자기 암시까지 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출발당일 우등이 아닌 일반석이었음을 확인하며 들었던 불길함 조차, 액땜한다는 긍정마인드로 4시간 동안의 불편함을 견디며 부산에 도착. 드디어 1:1 컨설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컨설팅 in 부산.jpg


2. 금광과 곡괭이, 그리고 자동화 프로그램의 유혹

이미 건기식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버린 상황에서 모든 이야기는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구매”, “유통기한에 따른 가격 차별화”, “적은 빈도의 반품과 CS”등 꿈과 희망의 날갯짓을 하면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소싱과 제품등록에 대한 걱정에 대한 주제로 옮겨갈 때쯤, 개발자를 고용해서 직접 개발하고 현재 사용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 자동등록프로그램(이하 자동프)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파워블로거가 정리해 둔 페이지링크만 넣으면 대표이미지와 상세설명 내용이 그대로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대량으로 자동등록 모드가 진행되며 추가로 가격만 수정해서 입력하면 30분 내로 약 20~30개 제품의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순간 내 머리는 TPUV7보다 빠른 추론과 확장이 진행됩니다.


소싱시간단축 -> 대량 등록 가능 -> 빠른 매출 발생 -> 나만의 아만존 & 디지털노마드 완성


“카드한도를 늘려야 하나? 마이너스 통장한도가 얼마이지?”등등 공부할 때 이런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서성한은 갔을 거라는 늦은 후회를 해봅니다. 금광(=건기식)과 곡괭이(자동프)가 준비된 판이 깔리자 제 ‘확증 편향’은 타이타닉을 침몰시키고도 남을 거대한 파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3.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 가속도의 법칙(feat 김대유 교수님)

컨설팅비용(약150만원/2시간), 프로그램 사용료(최소 20만원이상/월)를 결제하고 서울행 KTX에 탑승. 이건 될 수밖에 없음을 자신하며 빠른 방향전환과 추진력 그리고 반 이상의 성공을 전제로 디지털 노마드의 성공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기존과는 달리 루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건기식 제품을 판매하는 파워블로거를 소싱 후 가장 많이 팔린 제품 페이지를 긁어와 프로그램에 놓고 돌리는 것. 하루에 최소 50개의 상품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속도의 법칙이 실생활과 사업에 그대로 적용되는 신기함도 경험했으며, 일주일도 되지 않아 터진 주문은 제 도파민과 혈압도 함께 터뜨리기 충분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제품이 속해있는 파워블로거 마켓에서 내 카드로 결제하고, 고객주소 및 통관번호만 입력하면 끝. 비록 월 1,000만 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매출 그래프가 우상향 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자 불안감은 이내 S&P주가처럼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첫끝발개끗발.jpg


4. 이 판의 호구는 누구였을까요?

결과론적으로 운빨의 유효기간은 두 달이 채 가지 않았습니다. 쿠팡의 ‘아이템 위너 시스템(즉 10원이라도 더 싸게 파는 사람에게 모든 노출을 몰아주는)은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우크라이나의 라스푸티차 보다 더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효자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을까요?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에서 돈도 깡도 없던 저는 서서히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몸부림치기 위해 단백질보충제, 애완동물 관련 제품으로 확장했지만 역시나 근분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더 해 ‘통제 불가능한 96%의 영역’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용량의 제품이 아닌데요. 반품할게요” – 건기식의 경우 대표제품 외 다양한 용량과 성분의 유무가 옵션으로 세분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냥 반품할게요.” – 개인적으로 한 번도 반품한 적이 없었는데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단순변심의 경우 수거와 결제비 부담은 내 몫.

“고객: 왜 이렇게 배송이 안되죠 -> 나: (파워블로거 문의) 000님의 제품이 왜 이렇게 배송이 안되죠? -> 파워블로거: 통관번호 오류 등등 -> 나: 고객님 통관번호 오류 OR 주소가 맞을까요? -> 고객: 그럼 그냥 주문 취소할게요. -> OH MY GOD!!


반품받은 제품을 당근에 팔지도 못 하고 방 안에 한두 개씩 쌓여가던 어느 날, 지역번호 031로 시작되는 번호로 전화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관세청입니다. 000 씨 되시죠? 판매하신 제품 중에 위해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차갑고 싸늘하게) 공부 안 하셨어요? 오랜만에 손이 발 발이 되도록 빌며 “처음이라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무도 친절하게 유해성분 내역을 보내주셨지만 이 전화 한 통으로 다시금 쫄보가 되어버렸습니다.

고혈압 약은 있어도 저혈압은 약이 없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제 매출과 멘털은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프로그램과 사업자유지비용 등 고정비용이 보이기 시작했고 또 한 번 가장 쉬운 선택인 포기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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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구매대행. 왜 실패했을까?]

첫째. ‘도구’를 너무나 맹신했습니다. 국민학교 때부터 서울대 재학 중인 분(프로그램)들께 과외를 받았지만 잠깐 반짝하다가 소멸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도구일 뿐, 시장에 대한 본질적이면서도 기본 이상의 공부 없이는 빛 좋은 개살구였습니다.

둘째. 쿠팡은 전쟁터가 아닌 지옥이었습니다. “초보자는 (가급적) 스마트스토어에서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라는 조언을 무시했습니다. 최저가 지옥인 쿠팡의 알고리즘을 모른 채 자본도 경험도 없이 뛰어든 결과는 참담 그 이상이었습니다.

셋째. CS를 너무나 만만하게 봤습니다. 반품과 재고가 없다는 믿고 싶은 말만 믿고, 컴플레인이라는 수면 아래 거대한 암초에 대비하지 않은 결과 타이타닉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두 번째 실패 박물관의 교훈]

하나,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쉽고 빨리 제품을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와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면 결국 가장 먼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둘, 컴플레인을 세금이라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야구에서 신인을 키우는 시간을 세금납부 한다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오지환 선수가 아닐까요? 통제할 수 있는 4%를 제외한 96%의 상황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버텨야만 진짜 사업이라는 걸 책으로만 배운 제 잘못입니다.

셋, 신호와 소음을 구별할 능력이 필요합니다.
‘월 천만 원’이라는 소음이 아니라 ‘월 30만 원이라도 꾸준히 버는 경험’이라는 신호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화려한 성공담 뒤에 숨겨진 피땀 어린 노력을 보지 않고, 결과만 쫒았던 제 사진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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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빠의 장점이었을까요? 빠른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키워드를 발굴했는데 [차트분석]이라는 키워드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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