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000만 원. 그 치명적인 유혹(1)]

(부제: 실패 박물관 1관 - 글로벌 구매대행 편)

by 리미파파

Q: 해외구매대행! 그게 돈 이 됩니까?

A: 누구나 열심히 한다면 월천 충분히 가능합니다!


1. 44세, 멜버른에서 깨달은 한계와 디지털 노마드의 환상

아직은 아빠에게 더 효도를 해야 할 딸아이의 조기 유학을 위해 호주 멜버른행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기러기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인식도 잠시. 5월과 추석연휴 그리고 매년 1월 강제실업이라는 업무 특성상, 소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꾸기에 완벽한 필요충분조건임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호주 너무 좋아요!!! 제가 여기서 일할 수 있을까요?"
현지 지인분들에게 던진 질문에 돌아온 대답의 대부분은 엑스트라 쿨 톤이었습니다.

"우선 나이가 너무 많고요(당시 44세), 비자도 안 되잖아요. 그냥 한인들 상대로 사업하시는 게 그나마

현실적일 겁니다."


상처받지 않게 돌려 말씀하시는 게 느껴졌지만, 뼈를 부수는 팩트였습니다. 전역 후 미국 호텔에서 하우스키핑을 하며 $5 팁에 만족하며 더 치열하게 영어를 배우지 않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데일카네기의 말처럼 어제의 걱정을 오늘로 가져올 순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알고리즘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됩니다.


[월 1,000만 원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40대 아저씨도 가정주부도 노트북 한대로…]

월천만원.jpg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호주에 관광비자로 체류가능한 3개월 동안 월 500. 아니 300만 벌어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펼쳐집니다. 그 순간 워런버핏 님께서 경계하던 '확증 편향'이 '간절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오고 있었고, 결과론적으로 그걸 깨닫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지출된 후였습니다.



2. 호랑이를 잡으려다 고양이를 만난 격: 소싱 교육의 늪

"혼자서 유튜브 보고 처음부터 본인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연습해 보세요”
누군가가 지금의 저에게 "구매대행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위 와 같이 답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시 "제 뇌 구조의 90%는 이미 '월 500만 원'이 화석처럼 박혀버렸고, 유튜브 볼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돈 내고 시간과 비법을 사야죠.! 시간은 금입니다"


처음엔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는 '타오바오 구매대행' 강의를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멀고 과제가 많다는 핑계로, 조금 더 수월하며 능동적으로 보이는 '글로벌 셀러(아마존, 큐텐 등)'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무료 맛보기 강의와 점심 제공,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무엇이든 팔 수 있는 글로벌 셀러”라는 글로벌한 프레임이 씌워진 결과 일시불로 “결제하겠습니다. 현금영수증도 부탁드립니다”를 외쳤습니다.


강사님의 눈빛은 냉정했던 반면, 저의 의욕과 열정은 오랜만에 이글아이가 되었습니다. 사업자세팅이 끝나고 드디어 제가 기대하고 원했던 '특급 비법'에 대한 강사님의 대답은 허무했습니다.


Q: 강사님! 어떤 제품을 팔아야 대박이 날까요?
A: 본인이 잘 아는 거 올리세요. 매일 100개씩 꾸준히 올리다 보면 분명히 반응은 옵니다. 안 되면 언제라도

개인과외해 드릴게요.


'이게 비법이라고? 닥치고 올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며 스스로를 진정시켰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가 고민하다가 '가방'을 선택했습니다. 사이즈와 치수에 제약이 있는 신발과 달리, 대부분의 옵션이 컬러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스토어에 올리기도 수월해 보였고 실제로도 괜찮았습니다.


매일 저녁 몸과 마음을 깨끗이 세팅하고 추천해 준 소싱사이트를 뒤지고 각각의 카테고리별로 정리 후 하루에 5개씩 아이템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색했지만 동일한 반복작업이었기에 점점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드는 순간 자신감이 상승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하루하루 주문을 기다리기를 약 보름정도 후, 주문 대신 유명 브랜드 [T**I] 법무팀에서 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싸우기도 전에 선빵 맞고 코피가 터진 꼴이었습니다. 쫄보였던 저는 즉시 상품을 내렸고, 한번 주눅이 들기 시작한 후 내수보다는 '글로벌'로 팔아야겠다는 빠른 방향 전환을 시도합니다.



3. 확증 편향의 질주: 내수보단 수출이지!

"한국보단 미국, 일본 시장이 크잖아? 아마존과 큐텐이다!"

실패를 전략 수정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저는 오히려 파이를 키웠습니다. '커피믹스', '호미', '화장품'이 해외에서 잘 먹힌다는 소문만 믿고 올리브영에서 베스트 아이템을 사다가 마진을 붙여 올렸습니다.

스마트스토어 50일, 아마존과 큐텐 30일. 약 80일간 새벽까지 컴퓨터 앞을 지켰지만, 매출은 '0'. 다행스럽게도 비용은 100여만 원밖에(?) 안 들었는데, 유독 아까운 건 '금 보다 비싼 시간'과 40여 년간 잠들어 있었던 '자존심'이었습니다.


[글로벌 구매대행. 왜 실패했을까요?]


첫째, (소싱) 능력이 없었습니다. 무엇이 팔릴지 분석하는 눈도 감각도 없었고, 나만의 기준도 없이 남들이 좋다는 것만이라도 무작정 따라 하지도 못했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둘째, 단군신화의 곰 이 되어야 하는데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100개 올려서 반응 없으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올려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데, 100개에서 GG. '이 아이템은 아닌데’라는 방향전환으로, 그동안의 데이터는 물론 꾸준함이라는 필수조건까지 버려버렸습니다

셋째, '공급자 프레임'에 갇혀 있었습니다. 나름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지만 막상 내 사업을 하려고 하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올리기 편한 것(가방)'을 선택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무뇌에 무지했습니다.



4.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실패 박물관의 교훈

그때의 투자비용과 3개월의 시간은 저에게 뼈 아픔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쉬운 길을 알려준다'는 말은 가급적 99% 믿지 마세요.
간혹 돈 주고 대박집의 레시피를 전수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음의 맛 은 변해가는 경우를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법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격 전 PRI처럼 고통스러운 반복, 실패, 후회 속에서 버티고 버틴 사람에게 조금씩 보이는 것임을 경험했습니다. 최소한 닥치고 1,000개를 올려본 사람만이 '팔리는 감각'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다릅니다.
가방을 선택한 건 '올리기 편하고 쉬워서'였습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이었습니다. 시장은 냉정하며 대체자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참고로 5달 정도 후에야 첫 번째 주문이 들어왔지만, 헛헛한 마음으로 주문취소를 눌러야 했던 상황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만약 다시 그때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곰의 탈을 쓴 [ㄱㄷㅍㄷ]에 등록해서 스파르타식을 선택했을 겁니다. 지금에서야 ‘아직 저게 정신을 못 차렸구나’라고 한숨을 쉬지만, 아직 열정과 절실함이 방전되지 않았기에 위에 언급된 교훈을 깨닫지 못한 채, 또 다른 '한 방'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요일 아침. 알고리즘은 저를 부산의 한 1:1 컨설팅장으로 이끌게하는 선택을 강요(?)하는데...


건기식.jpg

"그래! 결심했어! 건기식(건강기능식품)이 답이다!"


네, 저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던 겁니다. 너무 급한 나머지 KTX가 아닌 고속버스 일반석에 몸을 구겨 넣고

버틴 결과는?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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