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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모아 에디트 Jul 05. 2023

되팔린 작품에 대한 작가의 권리

재판매보상청구권(Resale right)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술진흥법' 제정안이 통과하면서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이 화두에 올랐다. 재판매보상청구권,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이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이후 재판매될 때 창작자 또는 유족에게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미술품은 다른 창작물처럼 저작권에 대한 부수적인 로열티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오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미술품의 특성상 작가의 손을 떠나 판매된 작품은 소유자가 비싼 값에 재판매를 하더라도 이때 발생한 추가 수입에 대해 원작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미술품은 평생에 걸친 창작 노력과 활동의 대가가 뒤늦게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박수근 화백이나 권진규 조각가처럼 한국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예술가들도 생전에는 가난한 환경에서 작업하며 생계를 이어나갔으나, 작고 후에 어마어마한 금액의 작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 특성상 예술가들의 초기작은 관례적인 수준의 금액대에서만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좋은 갤러리를 만나고 대중의 인정을 받아 거래가 지속적으로 성사되면 차근차근 작품가가 오르며 작가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우연한 기회로 작품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작가가 10호 사이즈에 해당하는 작품가를 100만 원으로 정했으나 작품에 대한 수요가 미미했기에 20년의 세월 동안 동일한 금액으로 작품을 판매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20년 뒤 작가는 더이상 같은 작업을 하지 않고, 은퇴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때마침 우연한 계기로 그의 작품이 저명한 비평가와 큐레이터의 눈에 들어와 화제가 되고, 국내외로 성대한 기획 전시가 열리며 그가 판매한 20년간의 작품들이 경매에 나와 100배에 달하는 금액에 거래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수중에는 더이상 그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 존재하지 않으며, 큰 상실감에 빠진다. 

만일 이 작가가 재판매보상청구권의 보호를 받는다면 비록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성실히 일군 20년의 예술 행위가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예술가들의 불안한 미래를 전부 보장해줄 순 없지만, 작가는 창작자로서 최소한의 존중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는 고흐, 세잔 등의 미술품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및 그 가족이 빈곤하게 삶을 마감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고자 1920년 프랑스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현재도 프랑스 미술 시장에서 'droit de suite' 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연합이 2001년 공식 입법화했고, 현재는 2006년 규정안에 따라 유럽의 80여 개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추급권의 개념이 구매자나 중개인의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을 수 있다.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경우 구매자는 낙찰가와 경매 수수료, 세금에 더해 내야 할 추가 금액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 갤러리를 통해 거래할 경우 신분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구매자나 거래 내역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은 갤러리의 입장에서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다. 후자의 논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전자의 경우 유럽에서 시행 중인 규정안의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자. 5천만 원 상당의 금액을 기꺼이 지불할 만큼 내가 원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을 제작한 창작자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200만 원을 후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 재판매 가격이 €3,000 이상인 작품에 적용된다.

* 저작자가 2인 이상일 경우, 책임자 한 사람에게만 로열티를 지급한다.

* 로열티의 총액은 €12,500를 초과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표한 내용에 의하면,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재판매 가격이 500만원 이상인 작품에 적용되며, 매도인이 원작자인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한 후 3년 이내에 재판매하는 경우로서 미술품의 재판매가가 2천만원 미만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도입은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를 통해 창작자는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고, 동시에 미술품 거래의 투명화를 정립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아모아 에디트, 2023 (원문 : https://amoaedit.com/aboutart/?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5627056&t=board)



Reference.

미술진흥법안 제3장 제24조~제26조 (2023.6.30)

EUROPEAN COMMUNITIES (ARTIST’S RESALE RIGHT) (AMENDMENT) REGULATION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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