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CONTEMPORARY ART
#4
B. 1983, Works and Lives in South Korea
BFA in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South Korea
'Museum'이 지금의 의미를 갖게 되기까지 다양한 기원이 존재한다. 그중에 16~17세기 독일에서 유래된 '경이로운 방'을 뜻하는 분더카머(Wunderkammer-Cabinet of curiosities)가 있다. 이 개념은 '예술의 방(Kunstkammer)'과 개념을 같이 하는데, 쉽게 말해 예술품이든 이국적인 골동품이든 온갖 진귀한 수집품을 모아둔 개인의 컬렉션 공간이다. 고상한 취향을 가진 자들의 물욕을 자극하는 김승현 작가의 분더카머인
본 시리즈(Born-Series)는 바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I WAS BORN TO DECORATE YOUR LIVING ROOM WITH YOUR-'
이 문장 뒤에 게르하르트 리히터, 리처드 해밀턴, 아그네스 마틴, 안젤름 키퍼, 요시토모 나라, 백남준, 이우환 등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들의 이름부터 아르네 야콥센의 에그 체어, 프리츠 한센의 N01 체어, USM Haller 모듈 가구 등 그야말로 하이엔드 가구들이 등장한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시리즈를 구상하며, 작가는 록 그룹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의 가사를 개사해 자신의 작품이 좋은 공간에 좋은 가구와 함께 놓이길 소망하며 텍스트로 옮겼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 인터뷰가 내게는 그의 냉소적인 블랙 코메디로 해석되었는데, 김승현이 열거한 이들의 '이름'은 그것이 가진 네임밸류가 무색하게도 형형색색으로 배경칠이 된 캔버스 위에서 단지 '이미지'로서 얹어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회화의 구성을 위한 수단 정도 외에는 텍스트가 지닌 본래의 개념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상당히 유쾌했다.
여기에서 회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회화는 '의미'를 지녀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상주의 회화는 그저 화가가 본 빛과 풍경을 구현했을 뿐인데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따금 회화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무언가 읽혀야만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그건 마르셀 뒤샹이 개념미술을 선포하고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모더니즘으로 정의한 뒤의 일이다. 세상의 모든 예술이 개념예술이 될 필요는 없다. 물론 나 같은 아트 딜러들은 작품을 팔기 위해, 혹은 내가 느낀 감정 외에 그저 상업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작품 위에 최대한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이 그림은 이런 부분에 주목하셔야 합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작가가 의도한 내용이자 이 그림이 미술사적으로 갖게 될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런 담론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면 그림을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작품에 대한 연구는 큐레이터들의 몫이다.
나는 늘 처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찾는다. 때로는 이게 딜레마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어떤 고매한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한들, 내가 눈으로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이 없다면 회화가 무슨 소용이겠는가로 귀결되는 것이다. 색상과 텍스트가 뉘앙스로만 존재하는 김승현의 본 시리즈가 내게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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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작가는 출생지인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부산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를 시작으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대구예술발전소, 가창창작스튜디오, 천안창작촌 등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되었다. 2019년 대구미술관 '팝/콘'전에 참여하여 두각을 드러냈으며 2020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청년작가상에 선정되었고, 2022년 대구국제아트페어(Diaf)에서 윤진섭 큐레이터가 기획한 특별전 K-Pop의 오늘 전시에 참여하였다.
Composition-series와 Born-series로 LKIF, LKATE, 021Gallery, Superior Gallery 등 여러 갤러리에서 소개되고있으며, 고양이들의 다정한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