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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모나 Nov 19. 2024

아무도 모르는 나의 마지막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고마워

한 번씩 밀려오는 파도를 막기만 해서는 더 큰 파도를 부른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마음에 일렁이는 파도를 조금씩 조금씩 흘려보낸다.

흘려보낸 파도가 사람들의 발에 닿는다.

따스한 피부와의 접촉.


차가웠을 텐데.

당신이 머물러 준 만큼 따뜻해졌어요.


요 며칠새 조금씩 흘려보냈던 파도가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어준 것이다. 물결은 맞닿는 온기들로 인해 수증기가 되었고 하늘 높이 올라가 구름이 되었다.


내 마음은 그렇게 둥실거렸다.



참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매일을 그 사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 친구의 마음은 잠시도 쉬지를 못했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은 건지, 받은 상처를 돌려주고 싶은 건지, 사랑하는 건지, 증오하는 건지 알지 못하는 방황이었다. 이 모든 게 미련인지 그 무엇 하나 알 수 없는 채로.


나는 지난날 조금씩 흘려보냈던 파도에 평온함을 경험한 바 있었던 터라, 그 친구에게 지금 너의 마음을 예술로 승화시켜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며칠 전 본 친구의 그림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적은 글이 있어."

그 친구는 부끄러운 듯 말했다. 글을 쓰고 있었다는 말에 놀라 친구를 바라보았다. 친구는 핸드폰에 써놓았던 글을 화면에 띄워 나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화면 속 작은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갔다. 놀랍게도 그 친구도 현재 본인의 마음을 파도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나 이렇게 힘들어요.' 소리치는, 아니다. 그럴 힘이 없어서 소리치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하는 그런 글이었다. 솔직한 심경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같은 처지인지를, 나도 파도에 대해 글을 썼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글을 찾지 말아 달라고 했다. 너무나 속에 있는 마음이라 심연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곧바로 이해했다. 나 또한 그런 연유로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본인의 심연의 한 부분을 보여준 그 친구가 참 고마웠다.


실은 나도 글을 적고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절대 찾아보지 않기로 몇 번이고 약속하였다. 친구는 글을 내게 보여줄 때 필명을 숨겼었는데, 나도 필명을 숨긴 채 나의 한 부분을 열어보였다. 조용히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보던 친구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당황한 나는 왜 우냐고 물었다.


 "내가 너를 알잖아."



나는 필명을 고민하다가 '아모나'로 정했다.

'무도 르는 나'의 줄임말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그때의 침울했던 나, 그렇지만 불쌍하진 않은 나.

아무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쓰는 글이므로.


친구는 나의 글에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고 했다. 담담해 보여서, 담담하게 적어서 슬프다고 했다.


나도 친구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너를 알지 않느냐는 그 말이 집에 올 때까지도 가슴에 단단히 박혀있었다. 날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난 '아무도 모르지는 않는 나'가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마지막이었다.


그게 너라서 고마워.

지금껏 함께한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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