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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경 Mar 30. 2017

오페라…대중을 위한, 대중의 오페라를 향한 길(1)

<컬처푸어 당신에게, 여덟번째 편지>…클래식리치로 가는 길 ③


<오페라…대중을 위한, 대중의 오페라를 향한 길>


국내 공연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는 뭘까요.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전체 시장(3633억원)의 54.4%인 1975억원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달리 반면 판매액이 적은 분야는 어떤걸까요. 오페라(63억원)과 발레(60억원)가 각각 1.7%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오페라 담당 기자인 저로서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오페라 공연의 대부분이 업계 관계자들과 일부 애호가들로만 채워진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숫자로 마주한 대중들의 외면 정도는 제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습니다. 심지어 문화·예술 담당 기자들 중 오페라를 맡고 있지 않은 경우엔 오페라를 한번도 보지 못한 이들도 있는데요. 문화 생활에 남들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도 오페라는 왠지 손이 쉽게 가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 아닐까요. 뮤지컬과 오페라 모두 이야기가 있고, 음악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요.


1. 간극을 뛰어넘는 사실주의·유쾌한 오페라가 온다


  무엇보다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이 강합니다. 우선 언어 문제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에서 발전을 하다보니 대부분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죠. 모든 극이 외국어로 진행되다보니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자막이 나오지만 자막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기도 하고, 자막을 보는 것 자체를 불편해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재상의 한계도 있는데요. 대부분 귀족, 왕족, 신화 등을 소재로 하다보니 화려하지만 공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100~200년전의 비극을 주로 다루다보니 전근대적인 면도 있고 어려운 고전소설을 대하듯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언어의 장벽은 극이 진행될수록 그 감정에 빠져되고 자막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나머지 편견들은 그저 편견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오페라가 쓰인 시기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한계인 것이 분명합니다. 재밌고 감각적인 걸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보기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죠. 


 오페라 업계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적이거나 또는 재밌는 주제의 오페라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먼저 올해 가장 강하게 불고 있는 ‘베리스모(사실주의)’ 오페라 바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페라가 관객들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오페라 업계가 새롭게 선보이는 카드인데요. 귀족, 왕족 등 신분이 높은 특권층만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현실을 실감나게 다룬 작품을 베리스모 오페라라고 합니다. 가난하고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인데요. 물론 여기엔 치정이나 살인 등 극단적인 소재가 더해지지만, 이는 거칠고 힘든 삶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무대에 오르는 베리스모 작품들로는 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6~9일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팔리아치&외투’, 5월26~28일 공연하는 솔오페라단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아치’가 대표적입니다. 둘다 레온카발로의 단막 오페라 ‘팔리아치’에 각각 푸치니의 ‘외투’,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덧붙인 겁니다. 


 팔리아치는 작은 유랑극단의 단장 카니오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아내 넷다가 청년 실비오와 은밀한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도 어쩔 수 없이 극단 무대에 올라야만 합니다. 먹고 살아야 하고, 자신의 의무니까요. 그는 무대에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처절하게 부르는데요.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대에 올라야 하는 비참함을 담고 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고 아내를 빼앗겨도 팔리아초(광대), 너는 광대 의상을 입고 흰 분칠을 하고 희극을 연기해야 한다네.”

 그런데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건 극중 상황이 실제 자신의 이야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는 엄청난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데요. 결국 아내 넷다를 살해하고 뒤따라 나오는 실비오도 죽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팔리아치&외투'.@국립오페라단

 ‘외투’는 더 가난한 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은 배를 집 삼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미켈레가 그의 아내 조르젯타와 평소 자신을 돕던 인부 루이지의 치정을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미켈레가 죽은 루이지의 시체를 외투로 감싼 채 조르젯타에게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데요. 이 작품은 팔리아치와 내용은 비슷하지만 훨씬 더 비참하고 깊은 가난과 슬픔을 다룹니다. 

 솔오페라단은 원래 팔리아치에 함께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결합했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한 투리두가 옛사랑, 결혼한 아내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오페라인데요. 팔리아치 작품 자체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흥행에 자극을 받아서 만들어진만큼 유독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꼽힙니다.



솔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아치'@솔오페라단


 한편에선 톡톡 튀는 오페라를 선보이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이 대표적입니다. 사랑의 묘약은 다른 오페라 작품들보다 훨씬 가볍고 유쾌합니다. 순박한 시골 청년 네모리노가 짝사랑하는 여인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사랑의 묘약’이란 가짜 약을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를 만나게 됩니다. 이 약으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작품인데요.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가 앙증맞기도 하고, 둘카마라도 나쁜 악역이라기보다 익살스런 사람에 더 가까워 웃음을 자아냅니다. 지난달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콘체르탄테(의상, 무대배경 없이 콘서트처럼 노래와 연기를 하는 오페라) 형식으로 펼쳐진 ‘사랑의 묘약’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사랑의 묘약에선 다른 오페라에선 흔히 들을 수 없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나고 있다고 합니다.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도 유명한 작품인데요. 이를 들으시면 어디선가 접해본 듯 익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에 감탄하게 되실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A0mxmSfsM

파바로티가 부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유튜브.


*다음 회에선 '2.오페라 초보자들을 위한 꿀팁' 이란 부제로 해당 글을 이어갑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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