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이 된 아들-열세 번째 이야기)
난독증 검사 기관을 찾아서 다시 검사예약을 했다.
종합심리검사 결과지를 들고 방문했다.
선생님은 난독증 검사와 뇌파검사를 함께 실시해 보자고 제안했고, 나는 그러기로 했다.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아이는 난독증과 인지장애 결과를 받았다.
뇌파검사상 인지력이 아주 많이 떨어진다고 나왔으며, 어린 시절 부모님과 애착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임신했을 때도, 태어나서도 아이는 별문제가 없었다.
개월수에 맞는 발달을 다 해냈다.
걷는 것도 늦지 않았고, 말도 늦지 않았다.
현재 신체적 발육상태도 좋은 편이다....
우리 부부는 정말 아이를 사랑했고, 사랑을 가득 준다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나타난 인지문제가...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아이가 7세 때 큰아이가 많이 아팠다.
우리는 온통 큰아이에게만 신경을 쏟았고, 하루하루를 정말 버티는 수준으로 지냈다.
아이는 그 7세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는 우는 얼굴, 누나는 웃는 얼굴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이에게 하얀색 탈을 주며 얼굴을 표현해 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표현한 얼굴의 시기가 7세 때였다는 이야길 들었다.
7세가 지나고 8세가 되었을 때 코로나가 왔다.
학교를 거의 가지 못했고, 유난히 한글 배우기를 많이 싫어했다.
매일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재웠지만 본인이 소리 내서 읽는 것은 아주 싫어했다.
글자에 아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구구단을 외우도록 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열심히 가르치고, 함께 했는데 이 정도면 외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는 무척이나 지루해하고 하기 싫어했다.
단지 조금 느릴 뿐이라고 생각했다.
검사결과상 아이는 1학년 중반정도의 인지능력을 지녔다고 했다.
현재 교실에서 학업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눈물이 많이 났다.
나는 그간 도대체 아이에 대해 뭘 알고 있었던 건가 자책도 되고, 왜 민감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깜깜하기만 했다.
큰 아이는 암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었는데, 둘째는 인지기능의 문제로 힘들어지니 하나님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울고만 있기엔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벌써 4학년 2학기를 끝내는 시점에 있다.
뭐든 빨리 시작을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 나보다 뭔가를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아 선생님께 상담신청을 했고, 연말이라 바쁠 상황일 텐데도 선생님은 잠깐이라도 보고 이야기하자며 상담에 응해주셨다.
전학을 가는 것, 특수반에 들어가는 것 등등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안들을 이야기해 보고 선생님은 주형이가 잘 발달되어 있는 사회성을 그대로 키우면서 인지능력도 키워나가는 방안을 찾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하셨다.
지금은 사업들이 마무리되는 단계라 5학년이 되면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다.
아이는 지적장애도 인지장애도 아니라고.
단지 느린 학습자라고 부르면 된다고 하셨다.
우리는 늘 7시 30분이면 책상에 함께 앉는다.
22년부터 매일 변함없이 해오고 있는 일이었다.
그 시간에 학원숙제도 하고, 교과서도 읽고, 책도 읽고 있었다.
아이의 상황을 잘 알게 되고 첨으로 그 시간 아이의 마음을 정말... 정말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1년을 영어학원을 다녔는데 아직 알파벳의 I와 L을 헷갈려하는 아이를 보며 그간 집중하지 못한다고 혼내기만 했고, 뺀질거린다고만 생각했다.
처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줬다.
"괜찮아. 너는 조금 느린 아이야.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느린 거지 못하는 건 아니야...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야..."
"엄마. 그럼 저는 언제 잘할 수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느리기만 한 거예요?"
라고 말하며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나도 꾹꾹 눌러 담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잘하고 싶었던 아이는 본인 스스로였을 거다.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다...
이제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그러나 난 여전히 두렵다.
이 아이를 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아이가 커서 자기 몫은 해낼 수 있는 아이로 자랄지...
아이가 밖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미숙한 아이로 손가락질받지나 않을지...
지난 주말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서 시에서 주체하는 줄넘기 대회에 참석한다고 했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왔다.
줄넘기를 넘은 개수로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이는 줄넘기도 서툴렀다.
다들 상을 받기는 했지만, 개수로 금은동을 나누고 있었고, 아이는 가장 낮은 점수였다.
괜찮다고 정말 잘했다고 이야기해 줬지만 이미 주눅 들어 있는 아이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한번 아이를 칭찬해 줬다.
잘했다고 평소보다 더 잘했으니 그거면 됐다고 했더니 아이가 그런다
"관장님이 무슨 일이든 경험을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은 다르다고 했어요.
난 오늘 경험을 한번 더 해본 것 같아요."
어쩌면 내 생각과 나의 시야로 아이가 주눅 들어 있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경험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번주 아이트스웨이 책에서 12월의 나에게 주는 선물 3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깜깜한 터널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나는 지금 상황에 나에게 줄 선물을 생각해 내는 것이 사치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 모닝페이지를 쓰며 나에게 줄 선물 세 가지를 준비하게 됐다.
괜찮다는 마음
한 발짝 내딛는 용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선물은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나에게 줄 수 없는 선물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선물...
이제 시작이다.
조금 느릴 뿐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지런히 쫓아가자. 가다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타인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내 마음을 뺏기지 말자.
내 마음은 온전히 진짜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한 아이만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