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의 장례식과 졸업식

by 대보르미

날씨가 다했던 운동회날.

코로나를 지나며 예전 같은 느낌의 운동회가 많이 줄었고, 학교에서도 급식을 실시하기에 따로 식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아이를 중간에 데려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학교에선 인파가 몰리는 것에 대해 안전을 화두로 운동회에 학부모님의 참석을 그렇게 권하지 않았다.

아이도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가고 싶었지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운동회가 끝났고 그날 저녁 아이에게 운동회는 재밌었는지, 달리기는 어떻게 됐는지 이런저런 이야길 주고받았다.

"엄마, 근데 선생님이 안 오셨어요. 어디 아프신 건지 잘 모르겠어요."

운동회 같은 큰 행사에 못 오실 정도였다면 정말 많이 편찮으신가 보다 생각했다.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심장이 많이 아프셔서 입원하셨대요. 일주일은 못 오신대요."

일주일이면 다음 주쯤 선생님께 알림톡이라도 보내봐야겠다 생각하고는 며칠을 보냈다.

그리고 뜬금없이 학교 알림장에 교장선생님의 편지글이 올라왔다.

지난 수요일(운동회날) 담임선생님께서 돌아가셨고, 학교는 학급의 빠른 안정을 위해 후임 담임교사를 구했고, 목요일 바로 투입이 될 예정이다라고...


당황스러웠고, 슬펐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시고 일주일이 다 돼서 이렇게 소식을 전하는 건지...

애도할 틈도 없이 새로 오시는 담임이야기만 하는 건지...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께선 당신들도 갑자기 동료를 잃었다. 많이 당황스럽다...

어떻게든 남겨진 아이들이 그 슬픔에 너무 동요되지 않도록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 회의했고, 그것이 담임의 부재를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학교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애도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교육이지 않을까 싶어,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국화꽃이라도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며칠 후 학교 측은 담임선생님의 유족이 원치 않는다는 답변을 줬다.

(추 후 알게 된 사실은 선생님은 운동회 당일 연락이 닿지 않은 채 무단결근을 하셨고, 다음날에 가족과 연락이 닿아 부고소식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다음날이 돼서야 장례식장에 다녀올 수 있었고, 학생들에겐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하셨다고…)


그렇게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고, 또 그렇게 적응했다....

그리고 졸업을 맞이했다.

새로운 선생님은 가장 바쁜 시기에 오셔서, 학년을 마무리하고, 졸업까지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자기 이름도 잘 모를 것이라며 정신없는 선생님을 아이는 좋아라 하지 않았다...

대형화면에 아이들과 함께 찍은 예전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찍은 선생님의 모습도 보인다.

졸업앨범에는 담임선생님으로 우리 곁을 떠나신 선생님의 사진이 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의 상황을 너무나 잘 이해해 주셨던 선생님이셨다.

잘하고 있다고 매일매일 격려해 주셨고, 기본만 잘해도 된다고, 거기서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주고 싶어 하셨던 선생님.

아이들 앞에서 본인은 이혼가정이라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그럼에도 이렇게 학교선생님하고 있으니 잘 자란 것 아니냐며, 혹 그런 가정이 있다면 기죽지 말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셨다던 선생님...

졸업가를 부르며 눈물짓는 아이들을 보니, 꾹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그렇게 졸업식을 마쳤다.

처음에는 왜 하필,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이냐 싶은 마음에 원망도 됐고, 너무 젊으시고, 두 아이의 아버지셨던 선생님인데 싶은 마음에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학교 가기 전 아이의 상황을 상담하고, 의논할 상대가 사라졌음에 슬프고, 불안했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다.


우리의 삶은 참으로 기대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고, 계획한 것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대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은 방향에서도 나름의 행로를 잘 찾아 살아내고 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어미를 잃은 강아지처럼 구슬프게 울었지만, 시간은 흘렀고, 졸업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덕분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 앞에서 더욱더 겸손해진다.


우리에게 흐른 시간처럼 선생님의 남겨진 가족에게도 시간이 흐르고, 행로가 찾아가지길, 그 아픔이 너무 오래는 머물지 않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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