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이름을 잊었구나
가엾게도 부은 얼굴
군데군데가 시퍼런 파프리카 같구나
쓰다듬었다
아야, 아파요
여린 두피, 짓무른 사실
내 이름은 보배였어
시퍼런 증거를 손바닥으로 숨겼어
이름을 잊었어
이름을 버렸어
다신 돌아가지 않을 얼굴
위로 흐르는 증언의 다른 얼굴
군데군데에 숨어 있던 파프리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닮았네요, 우리
닮았지, 우리
괜찮아 괜, 찮, 아
ㄱㅙㄴㅊㅏㄴㅎㅇㅏ
너의 증언이 되어줄까?
아니에요 나는
너는 증언이 필요해.
아니라니까요 나는
괜찮아 괜, 찮, 아
ㄱㅙㄴㅊㅏㄴㅎㅇㅏ
아닌 게 아닌 거잖아
그러니까 너는
정적으로 답해주면 돼
어린 얼굴이 정적에 기대면
구태여 다시
증언이 되어줄게
너의 정적이 되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