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잊힐 거야
오랜 소원이야
정리는 미리 했어
지저분하게 남기고 싶지 않았어
이건 가장 나중에 찾을 수 있게 해둘게
끝내 들키지 않는 게 나을 테니까
이해받을 생각 같은 거 없었어
누구나 꿈꾸는 것처럼 꿈을 꾼 것뿐인데 오해받고 싶지 않았어
그저 고백했지 안녕과 안녕으로
기둥 사이 틈새에 꼭꼭 숨겨둔 쪽지처럼
정성을 다해 네게 고백했지
괜찮아
몰랐던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괜찮아
이제 정말 끝일까
우린 이제 이쪽과 저쪽일까
나는 기뻐
어쩔 수 없이 어쩌지 못하고
내가 많이 좋아했다는 사실이 남더라도
잠시 동안만 기억해줘
이 기억이 특별하지 않게
더 많은 얘기는 하지 않을게
네게 잊힘으로 내 존재가 증명되는 순간이 올 거야
나는 그렇게 내가 될 거야
완벽하고 완전한
나의 오랜 소원인 걸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나는 정말 금방 잊힐 거야
늘 그래왔듯
괜찮아
걱정 마
깊은 곳까지 스며들지 않을 거야
또 다른 소원으로 맺히지 않을 거야
이 유서가 먼저 들키게 하지는 않을 거야
자 너는 이젠 평안해질 거야
나는 안녕과 안녕 사이에 살고 있지만
가만히 가만히 저쪽으로 저쪽으로
아주 완벽한 발음이
너를 평안히 만들어줄 거야
안녕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