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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Apr 12. 2017

곁과 습관

기억하는 법

나는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물리적 거리가 아니어도 그들의 곁을 느끼면)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것을 습득하는 편이다. 가령, 말투와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습관, 자주 듣는 노래, 음식, 옷 취향 같은 것들을. 그들과 비슷하게 느껴보려고 그들이 했던 것들을 해보기도 한다. 무언가 비슷한 것을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는 게 좋기도 하고, 나를 더 편안히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이게 나의 습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다 따라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온전히 다 똑같을 순 없고 나도 내 것이 있어야 하니까.


종종 내가 그들의 것을 습득하고 나서 그들이 나를 떠나는 일이 생긴다. 나는 슬퍼하며 그들의 종적을 지우지 못한다. 내 취향에 딱 맞아 내 것이 된 음악, 같이 읽으며 얘기했던 책, 체득한 말투 같은 것들을 그대로 둔다. 공유하며 함께 있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정리하는 건 늘 어렵지만 그런 부분들이 특히 어렵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건 늘 나중으로 미룬다. 미루어서 좋을 게 없지만 미루지 않는다고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떠난 이를 잡아본 적도 있다. 이런 습관이 당신을 자꾸 되뇌게 만든다고 애원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러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나는 먼저 알고 있었다. 그저 탓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 힘듦을 떠안게 해서라도 잠깐이라도 그의 숨결을 만지고 싶었다.


많은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렇게 많은 이의 습관이 남았다. 여전히 떠난 사람의 흔적을 실감하는 순간 ㅡ이 노래를 들을 때 생각나는구나, 이 책을 그 사람에게 줬었는데, 이 게임을 같이 했었고, 이런 말투는 그 사람 말투였는데, 같은 말들을 하게 되는 순간ㅡ 이 많지만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구한 존재일 따름이니.


살며 얼마나 더 많은 습관이 남을지 모르겠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생이라 생각하면 막막하다가도 그들을 기억하고 지낼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그들을 내가 사랑했다는 순간을 지워내지 않는, 나의 방식이, 이 습관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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