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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Apr 18. 2017

그림자


 그대로 보여주네.


실체가 아니면서 실체를 비춰주. 이는 거울보다 덜 적나라한데 혹시 이게 저를 향한 배려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멓게 뭉뚱그려진 피부, 머리칼, 몸뚱어리는 이내 제가 살아있음을, 제 존재가 빛 아래 이토록 선명하게 존재함을 결국 느끼게 해줍니다.


이것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저는 이제 제가 저의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없을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이 존재감이 낯설어져버립니다. 어둠 속에서 동화되지 못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내 빛이 들 줄을 믿음으로, 이 어둠 속을 비집고 차오를 빛으로 거둬질 것을 믿음으 말입니다. 아 이 괴상하고 이상한 믿음.


여명이 듭니다. 저는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해도 벗어나집니다. 다른 빛은 따로 필요 없겠습니다. 발 아래가 검어집니다. 내 존재를 늘 깨닫게 하는 드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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