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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의취향과 윤글 Apr 20. 2017

또 다시 상념,


1. 유리의 성질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단단해서 잘 깨지는 말이다. 스크래치가 난 부분이 더 잘 보이는 말이다. 얼룩이 지는 말이다. 이따금 그림자가 투명해지는 말이다. 단단하지만 잘 깨지는 말이다. 유리의 성질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2. 내가 나의 비밀을 모른 척하고 있어야 할 때, 내가 너의 비밀보다 나의 비밀을 우선할 때, 비밀이 비밀인 줄 모르게 해야 할 때. 종종 나는 두 손가락으로 입을 무는 상상만으로 비밀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곤 한다.


3. 좋아하는 커피를 타 마실 수 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있을 수 있는 만큼 진한 카페인에 괴로울 수 있고, 장시간 끼고 있던 이어폰 때문에 귀가 아플 수 있고, 있을 수 있는 만큼, 그래서 더.


4. 친구의방좁은바닥엔먼지가굴러다닌다재채기를참고먼지를모른척한다시간이지나면완전히모를수있다이불을덮고누우면당신이생각난다이맘때쯤잠들던당신의눈썹그림자가생각난다생각하는게아니라생각나는거라말한다듣는사람이없어서말이겉돈다베란다로변명을몰아넣고문을닫는다새벽이오고비가오고생각을참고당신을모른척한다새벽이오고비가오고비가그치고새벽이가고시간이지나도완전히모를수없어서목이멘다물을마셔도자꾸목구멍에먼지가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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