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오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내가 가진 찬란한 것들은 잠이들어 고요하고 촘촘히 면과 면을 이뤄 살결에 감긴 홑이불의 살랑임이 전부. 바람이 창으로 들어와 이마에 붙은 앞머리를 살포시 넘겨 찬기를 불어넣고 이내 여름 끝자락은 늘어지게 떠나질 않는다 어둠아래 모든것은 시시하며 그저 살결에 감긴 보드라운것 하나가 전부이자 이야깃거리, 어둠은 매일매일 하잘것없는 요란스러움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때때로 도둑질한다 도둑이 찾아와 내것을 잃으면 배가아파 어쩔줄 모르다가도 이내 고수레를 한듯 속이 후련하다. 그래 매일밤 그렇다 끌어안고 어찌할 바 모르는 이 허례허식을 도둑맞으려 신부처럼 기다리는 날도..
벌써 옛것의 지난 여름 끝날무렵,
오늘은 코끝시린 가을 바람이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