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들어서며

그 집, 413-13

by 신혜정

이 골목 끝에서 저 끝을 본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직선으로 쭉 이어진 길. 번화한 대학가의 뒤편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젊음의 아우성 뒤의 믿기 힘든 고요함. 그 길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 2층짜리 주택들이 비슷비슷한 모양으로 쭉 늘어서 있었다. 밥숟가락 개수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집에 누가 살고 그 집에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는지 알 만큼 알고 있었던 곳. 때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때로는 음식 냄새가, 때로는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채워졌던 그 골목.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에 기억의 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잊혀진 듯 숨죽인 방이 가끔 호흡하며 살아나곤 한다. 따뜻한 숨결을 내게 보내며 기억의 방이 열리는 순간, 아직도 살아있는 듯 등장하는 나의 옛집 413-13 23/5.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꺼이 나의 고향이 되어 주었고, 지금은 사라졌기에 애틋함이 더해진 곳. 더 많이 잊혀지기 전에 한 조각의 기억이라도 살려내고 싶었다. 설사 그곳에서의 기억이 완성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기억의 조각을 맞추고 있는 지금,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곳에 살았던 어린 내가 저 끝에서 나를 향해 걸어온다.

잊혀졌던 그러나 살아있는 오랜 기억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