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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회의원 안민석 Aug 19. 2020

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 정윤영 비서관의 물향기 편지를 띄웁니다. 따뜻한 세상을 위해 응원해 주세요.


8월 11일 오산시장애아재활치료센터를 다니는 지적 장애인의 학부모로부터 민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난 10년간 재활치료센터에 주차장이 없어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공용주차장을 이용했는데, 공용주차장이 최근 사유화되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일주일에 두 번씩 언어치료를 받는 열 살 아이는 분리불안까지 심해져 건물 앞에 데려다줘도 스스로 올라가지 못해 센터로부터 먼 곳에 주차하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건물 안까지 데려다주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애아를 데리고 50m조차 걷는 것도 힘들지만 이번 장마 때는 우산까지 쓴 채로 데려가야했기에 너무 힘들어 도움을 청하고자 제게 연락을 주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음 날 재활센터로 달려가 센터 사무국장과 장애인 재활센터 이용 학부모들을 만나 실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모색했습니다. 회의에서 나온 여러 제안 중 재활센터 인근에 있는 빌라의 주차장을 이용하자는 의견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색시장 천정무 상인회 회장님께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회장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돕겠다며 나와주셨습니다. 회장님과 센터 근처를 한 바퀴 돌다 텅 빈 주차장의 빌라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이 우리가 찾던 곳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놀랍게도 회장님은 이 빌라의 주인이 오색시장 상인이면서 회장님의 친한 지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빌라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가 사장님이 오실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대략 40분 정도 기다린 걸로 기억합니다. 사장님이 들어오신 후 넉살 좋게 안부도 물으며 자연스레 센터의 주차장 문제를 공유했습니다. 저는 사장님께 빌라 주차장에 일곱 대 이상의 차를 주차해도 괜찮을지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사장님은 잠시 고민한 후, “일곱 대는 힘들지만, 평일 중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 대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장 한 대의 주차공간만 확보돼도 감사한 상황이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대답을 들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이렇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이 소식을 듣고 저보다 더 기뻐할 센터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센터에 돌아가 학부모님들과 사무국장님에게 해결된 사항을 알려주었습니다. 민원을 주셨던 학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제게 말해주었고, 이후 몇몇 학부모님들로부터는 감사 문자를 전해 받았습니다. 사실 이일은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센터 관계자, 센터 학부모, 천정무 회장님, 빌라 주인 모두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라고 생각했기에 저에게만 공이 돌아오는 것 같아 멋쩍었습니다. 아무쪼록 우선 임시 주차장을 구했으니 이제는 센터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도움받을 곳 없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불편함을 견뎌내야 했던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에 대해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그 힘든 시간을 좀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제가 드린 것은 너무 약소한 도움이었지만 그럼에도 고마워해 주시는 학부모님들 덕분에 제 마음도 뭉클해진 시간이었습니다. 이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했기에 이 일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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