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는 그날의 기억, 국내 미제 사건
제목을 보고 프로파일러가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열고 보니 기자가 쓴 책이라서 놀랐다. 기자가 범인을 잡고 싶다니. 그것도 미제 사건을. 왠지 읽기도 전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경악했다. 1년에 1~2건이 아니라 1만 건이 미제 사건이라니! 대한민국 경찰력이 신뢰할 수준이 아니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검법남녀의 백샘은 드라마에만 있는 사람인가? 정말 대한민국에는 로보캅 하나 놔드려야 하나보다.
이 책은 총 4장에 걸쳐 30개의 미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간단한 사건 브리핑이 아니라 사건 일지같이 느껴질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된다. 더군다나 가족을 잃고 피눈물 흘릴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다.
범죄 수사학에 무지한 나로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범인이 특정되는데도 잡지 못하는 사실이 경찰력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이해되지 않아 더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동일 마을에서 아기들이 넷이나 없어지고 두 명은 사망하고, 그것도 심한 타박상까지 입은 채로 한 명은 실종, 한 명은 장기적출에 살해되었는데도 잡기는커녕 범인 윤곽도 못 잡을 수 있을까? 당최 그 사실이 더 믿기 어렵다. 경찰이 있기는 한 걸까? 이건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물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경찰이나 형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경찰이 버닝 썬 같은 비리에 연루되는 문제처럼 경찰 내·외부 전체적인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닐까. 이렇게 경찰의 신뢰와 시스템의 부재는 국민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비약이었으면 싶은 마음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나머지 29가지의 미제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중 너무 궁금한 건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해 사건'에서 신고 접수에서 초등 조사까지 말도 안 되는 대응했던 경찰은 어떻게 되었느냐는 거다. 얼마 전 '화성연쇄살인'에서도 범인이 잡히고 나서 드러난 경찰의 말도 안 되는 짓들에 경악을 했는데…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데에 대한 분노가 적지 않았다.
도대체 이들이 직위해제나 별다른 처벌을 받았을까 하는 것이다. 당연히 의심해봐야 하는 것들을 너무도 쉽게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을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경찰의 태도는 이해되지 않고 용납도 용서도 되지 않는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받은 상처도 상처지만 혹시라도 살릴 수 있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은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미디어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미제 사건을 이렇게 전문가적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은 가뜩이나 높지 않은 경찰의 신뢰가 바닥을 치게 된다는 점이고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말을 확신하게 된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범인들이 내 옆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썩 유쾌하지 않다. 무섭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