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소설 멜랑꼴리
멜랑꼴리(melancholy)의 사전적 정의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이나 슬픔, 애수, 침울함 등의 감정'이다. 추천사에서 김병수 원장의 말처럼 '우울'을 테마로 젊은 작가들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어떨지 궁금했다. 또 '노랗고 파란 항우울제를 꿀꺽 집어삼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조금은 알기에 이 책은 시작부터 마음을 무겁게 끌어내렸다.
"설사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습니다." p36, 보라색 사과의 마음
왜 이 문장에서 울컥했는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떠올리려 애쓰려 했는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목구멍 울대처럼 우울감이 걸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염려스러웠다. 당신과 내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자그마한 위로로 남길 바란다. 그 감각을 떠올리길. 은영처럼 스스로 고독하지 말길.
"하늘과 바다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하늘로 뛰어들 수 없으니 바다에 뛰어들 거라고." p56, 알폰시나와 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중에 사람도 있음을 기억 속에 각인하고 살아가는 그녀의 삶에 '그것'이 온통 차지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본 포르투갈 루이스 다리의 일몰이 줄곧 재생되지 않기도. 포르투갈, 그 정렬의 바다를 보고 싶었었는데…. 이젠 어느 하늘을 올려봐도 추락하는 누군가가 떠올려질 듯하다.
그리하여 J의 말은 감각 세포를 온통 날 세운다.
모르고 안다는 것 또는 안다고 생각하는 정작 모르는 것에 대한 경조의 이야기에서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우울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먹먹했다.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제보다 조금 쪼그라드는 일상을 감정이 아닌 감각으로써 우울을 표현하는 이 책이 무척이나 건조하게 느껴졌다. 우울은 사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내지 못하는 것쯤으로, 어찌 보면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해운의 사라짐이나 희곤의 스치듯 지나친 짧은 기억 속 잔상 같은 물음표 같은, 내 경험이 아닌 타자의 이야기 정도로.
내 일상에 어는 곳에서라도 바늘구멍이나 수영장 바닥에서 빛나는 비늘 정도이거나 뜨거운 바다 위 윤슬 정도의 구멍을 찾게 되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참 멜랑꼴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