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누구나 그러지 않나? 그런 때가 있거나, 뭔가 하고 싶은데 정확히 뭘 하고 싶은지 혹은 뭘 먹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혹은 무진장 외로운데 딱히 누굴 만나거나 하고 싶진 않을 때 혹은 떠나고 싶어 길을 나섰지만 길을 잃을 때 그리고 도대체 내가 왜 사는지 모를 때.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꽤나 많은 것들을 모르고 살거나 때론 헤매며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살짝 어지러웠다. 오십이 넘어서고 나서야 원하는 걸 찾는 수고로움을 만들고 있다.
"생각해보면 삶의 방향과 모양은 사람마다 다른데, 제가 나아갈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묻고, 비어 있는 부분을 내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채우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p6
작가의 말은 삶에 지치고 관계에서 피로도를 느끼는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눈물이라도 왈칵 쏟을 것 같은 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라는 타이틀이 벗겨지는 순간 앞만 보고 달려야 하고 성실하고 근면해야 한다고 배우고 그래야만 인정받는고 심지어 성공한다는 입에 발린 거짓말을 공식처럼 외우고 살았던 순간들.
그래서 굳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잣대에 휘둘려 멈춰야 할 때, 쉬어야 할 때조차도 차안대를 낀 것처럼 더 힘을 내서 질주하는 게 정답이라 믿으며 체념하는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니 가슴이 알싸해졌다.
"어릴 때도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오직 우리 자신으로밖에 살지 못합니다." p132
학력고사를 막 끝냈을 때 홀가분했던 건 시험이 끝났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 청소년에서 청년 그러니까 성인이 된다는 이유였을지 모른다. 막연하게 어른이 되는 일은 별의별 규제와 제약으로 옭아매던 학교와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막 어른처럼 굴고 싶었다.
한데 어른이 아니 어른이라기보다 그저 성인만 되었던 탓에 정작 사회에 발을 담그고 보니 어른이란 자기 인생에 좀 더 성숙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걸 미처 몰랐다. 미생도 아닌 미숙아 수준으로 준비도 없이 맞닥뜨리고 나니 참 힘든 시간이었다. 완생의 길은 멀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이다 보니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쉽지 않다.
"기억이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듯했어요." p159
놀라운 문장이다. 어느 순간엔가 좋은 것이든 아픈 것이든 빛나는 것이든 듬성듬성 해진 기억에 머쓱해지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나 친구들과 유년의 시절을 회자하다 보면 내 기억만 뭉텅 비어져 있곤 할 때 명치끝이 얼마나 시린지 모른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만나야 한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p166
작가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소설'이라는 작품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라는데 그걸 또 내가 길어 올린다. 별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과 만남에 피로도를 많이 느끼는 편이라 이 문장에서 멈칫 거리 게 되기는 하지만 문장만은 가슴에서 빛나 버렸다.
왠지 모르게 책을 읽는 동안 약간 희미한 그래서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작고 나지막한 그러면서 느릿하게 흩어지는 문장들이 공간을 부유한다는 느낌이었다. 문장 사이사이 뿌옇던 사진들처럼. 자세히 다가서 보게 만든달까.
작가의 다른 책도 읽었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선명하지 않아서 더 뚜렷한 그의 문장들이 책갈피로 빼곡해졌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도 했었다는 그가 연상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섬세하다.
이 책은 4가지를 살피라고 일러준다. 우선 나의 감정을 살펴 관계를 돌아보고, 시간을 살펴 스스로 힘을 내보고, 관계를 살펴 외롭지 않게 하고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살펴 행복해질 것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위로받고자 집어 들었던 책인데 위로보다는 그냥 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그 자리에서 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