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마케팅]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90년생의 마음을 흔드는 마케팅 코드 13

by 암시랑

마케팅 분야는 내가 뭘 팔지도 않으면서 아주 많은 관심이 있다. 아니 팔긴 파나? 실은 종종 감정팔이를 하긴 한다. 난 사회복지사다. 팩트에 감정이 실리면 선동이라고 도인범 선생이 그랬는데 사회복지사는 그런 팩트에도 감정을 실어야 후원이든 기부든 뭔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애들이나 예전 애들이나 할 거 없이 궁금하다. 그들이 어떨 때 마음이 동해서 지갑을 여는지.


이 책도 그런 불순한 마음에서 기쁜 마음으로 읽는다. 요즘의 소비 주체인 90년 대 애들의 지갑을 노리면서 말이다. 참고로 나는 70년 생인데 나처럼 예전 애들은 지갑 여는데 마누라 자식 눈치 보느라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요즘 애들이 카세트테이프를 아나? '김기덕의 2시에 데이트'에서 팝송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가요를 들으며 녹음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숨죽이던 그 시간을 알까? 아, 울컥함이 훅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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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한 '1등'보다 단 한 번의 '최초'라는 타이틀의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p16


이 책 역시 새롭다. 18년 차 광고쟁이가 광고판에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쌓인 이러저러한 경험과 성공 비결 따위를 무조건 가르치려 드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트렌드를 만든다고 착각했던 18년 차 광고쟁이가 요즘 애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뭘 착각해 왔는지 깨달아 온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뭘 배운다는 수동적이거나 딱딱함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느낀 것들을 나도 느끼고 있던 거고 심지어 그러지 못하고 쟤들은 왜 저래?라고 지나칠 뻔한 것들도 무릎 치게 만드는 공감이 있다. 지기 계발서로 포장된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지만 건져올릴 게 참 많은 책이다. 정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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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담긴 철학을 소비한다.'라는 그의 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한다. 정작 가치를 담뿍 담아야 하고 어쩌면 애플이나 무인양품의 창업 정신보다 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할 사회복지 현장이 답답했다.


어째서 물건을 팔아야 할 기업에서 가치를 팔고, 정작 가치를 팔아야 할 곳에서는 그저 뻔한 노동력만 팔고 있는지. 저자가 첫머리에 말했던 '적용'이 절실하게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 상황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서 쓰는 것, 어쩌면 수정보다 몽땅 다 뜯어고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교육을 듣다가 가슴 한 대 맞은 듯했던 말이 있었다. 요즘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강조하고 퇴근 후의 삶을 꿈꾸는 이유가 그들이 개인 중심이라서가 아니라 더 이상 직장에서 꿈꿀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 직장이 지옥이 되면 될수록 행복은 퇴근 후에 만들어진다고. 일은 찾아서 하는 게 아니라 떠맡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그런데 우린 여전히 퇴근만 기다리고 행복은 퇴근 후에 생기고 가치를 만들거나 팔지 못하고 노동만 할 뿐이다. 뭣이 중헌지 왜 알려고 하지 않는지, 왜 예전 것만 답습하려 하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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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심장이 벌렁거려서 혼났다. 마케터는커녕 마트도 잘 안 가는 내가 맡은 업무 중 하나가 홍보다 보니 시종일관 베낄 게 없나를 희번덕거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몇몇의 메모도 할 수 있었다. 참 기가 막힌 책이다. 이 책은 마케터가 아닌 사람도 광고 만들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데 읽다 보니 밀레니얼들이 허세를 혐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개가 좀 갸웃거려졌다. 사실 허세하면 떠오르는 두 인물이 있다. 의리로 유명한 김보성과 후추를 머리통 위에서 뿌려대던 최현석 셰프다. 이들이 사랑받았던 이유가 일명 '허세작렬' 아니었던가? 어쨌거나 끝으로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요즘 애들에게 잘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소통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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